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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아이템 거래? 게임위 눈에는 '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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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의 옷장'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플레로게임즈)

최근 게임업계에서도 ‘암호화폐’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플레로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유나의 옷장’에 암호화폐가 적용됐다. 암호화폐 용도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게임 아이템을 사는 재화로 쓰는 것, 또 하나는 보상이다. 유저가 게임 속에서 옷을 만들어 팔면 판매 금액 중 일부가 암호화폐로 제공된다.

그런데 여기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게임에 암호화폐를 적용하는 것을 허용할지 말지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게임위는 “관련 부서가 게임 속 암호화폐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며, 다음 주에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플레로게임즈 역시 “아직 게임위에서 연락이 온 적은 없다”고 답했다.

국내 게임 중 본격적으로 암호화폐를 도입한 것은 ‘유나의 옷장’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 게임에 대해 게임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게임 속 암호화폐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게임에 암호화폐를 넣는 것이 완전히 색다른 것은 아니다. 작년 11일에 출시된 ‘크립토키티’는 게임 속 고양이를 암호화폐로 사고 파는 게임으로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소개됐다. 개발자가 지난 4월에 열린 NDC 18에 강연자로 참여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이러한 분위기임에도 게임위는 왜 게임 속 암호화폐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게임위는 암호화폐 자체를 문제로 삼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현금화다. 암호화폐는 외부 거래소를 통해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에서 암호화폐를 얻을 수 있다면 이를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전’은 게임위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 작년에 게임위가 경남지방경찰청과 함께 진행한 '불법 환전 어플방' 단속 현장 (사진제공: 게임위) 

바다이야기부터 현금 경매장, 아이템 거래소까지

게임위가 환전에 민감한 가장 큰 이유는 기관이 왜 생겼는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전신인 게임물등급위원회는 2006년에 터진 ‘바다이야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당시 발표된 재정경제부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경품 게임장에 방문한 사람들이 잃은 돈은 6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이야기’ 영업 방식은 게임에서 얻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짧게 말하면 환전이다. 기관 자체가 환전으로 인해 터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이를 민감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환전 요소가 있는 게임은 게임위에서 ‘등급’을 내주지 않으며, 승부를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추첨으로 진행되는 게임 이벤트에 당첨된 유저에게 현금을 상품으로 주는 것도 안 된다.

게임 속 환전이 게이머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그 주인공은 ‘디아블로 3’ 현금 경매장이다. 현금 경매장은 블리자드가 직접 운영했던 ‘디아블로 3 아이템 현금 거래소’로 해외에서도 이미 문을 닫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디아블로 3’가 출시되기 전부터 현금 경매장이 열리느냐, 마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제로 게임위는 ‘현금 경매장’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지 못하고 몇 번이나 심의를 미뤄왔다. 결국 국내에 ‘디아블로 3’는 현금 경매장 없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고 겨우 출시에 다다를 수 있었다.


▲ 결국 '디아블로 3'는 화폐 경매장(현금 경매장) 없이 국내에 출시됐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현금 경매장처럼 직접적인 부분이 아니라도 환전에 대한 정부의 걱정은 따라붙었다. 가장 대표적인 요소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다. 게임 속에서 얻은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 파는 이 곳은 현재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되어 있다. 여기에 지난 2012년에는 개인이 아닌 작업장의 ‘아이템 현금 거래’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법이 시행됐다.

소위 ‘고포류’로 불리는 웹보드게임 규제에도 ‘불법 환전 억제’라는 목적이 있다. 지난 2008년에 문체부는 웹보드게임 환전상은 물론 이를 이용하는 유저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한 판에 5만 원, 하루에 10만 원, 한 달에 50만 원으로 유저가 쓰는 돈을 3단계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한 이유도 ‘불법 환전’을 억제하기 위함이라 설명한 바 있다.

환전에 관련된 사행성 이슈는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까지 넘어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 도마에 오른 것이 유료 캐시로 아이템을 사고 파는 ‘아이템 거래소’다. 실제로 ‘리니지2 레볼루션’이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던 거래소로 인해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가 아이템 거래에만 쓰는 게임머니 ‘그린 다이아’를 도입하며 본래 등급을 유지한 바 있다.

당시 게임위가 문제로 삼았던 부분은 ‘아이템 거래소’다. 모바일 뿐만이 아니라 온라인도 캐시로 아이템을 거래하면 ‘청불’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 든 것은 캐시로 아이템을 사고 파는 ‘아이템 거래소’가 2009년에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한 아이템 거래 사이트와 비슷해서다.


▲ 게임위는 '아이템 거래소'를 아이템 거래 사이트와 비슷하다고 보았다 (자료제공: 게임위)

그렇다면 캐시가 아니라 현금을 주고 구매한 ‘게임머니’로 아이템을 거래한다면 어떨까? 이에 대해서도 게임위는 “유료 캐시를 게임머니로 전환하거나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사는 간접충전처럼 다양한 요소가 있어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답한 바 있다.

신중함과 신속함, 그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이처럼 환전 우려가 생길만한 부분에 게임위는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태생이 ‘바다이야기’였으니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조심하는 입장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다시 한 번 게임 사행성이나 환전 때문에 사회 전체가 타격을 입는 심각한 사건이 터진다면 그 후폭풍은 업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클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속 중요 요소인 비즈니스 모델도 유행을 타며 크게 바뀌고 있다. 이에 대한 최근 이슈는 게임 속 암호화폐다. 콘텐츠, 기술 변화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이 게임업계의 숙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환전’에 대한 걱정에만 치중해 정부가 규제에만 집중한다면 국내 게임사 역시 새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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