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에 휘말린 아타리 창업자, GDC 어워드 수상 취소

아타리를 창업한 놀란 부쉬넬은 비디오 게임 산업을 일으킨 사람으로 평가된다. 1972년에 최초의 게임회사라고 할 수 있는 아타리를 설립하고, ‘퐁, ‘브레이크아웃’ 등 다양한 게임을 발굴하고, 아타리 2600 등 가정용 콘솔 게임기 개발에 앞장서며 게임의 산업화 시대 시작을 알렸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그는 게임업계에 미친 공로를 치하하는 게임 개발자 시상식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하루 만에 이를 돌연 취소됐다. 여성 직원을 상대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번 성적인 발언을 하는 등 과거 행적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매년 3월에 열린는 미국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에서는 강연 외에도 개발자들이 직접 자문위원단으로 참여하는 게임 시상식 ‘게임 개발자 초이스 어워드(Game Developer Choice Awards)’ 가 열린다.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수상자를 고르고, 투표하는 상이기에 의미가 깊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게임 시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게임은 물론 게임업계 종사자를 기리는 상도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놀란 부쉬넬은 올해 ‘게임 개발자 초이스 어워드’ 혁신가 상(Pioneer Award)’에 이름을 올렸다. 아타리를 창립해 게임산업 초기 기틀을 닦은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놀란 부쉬넬이 상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며, 수상을 취소하라는 여론이 무섭게 일어났다. 문제가 된 부분은 직장 내 성희롱이다.

공개적으로 언급된 것은 다음과 같다. 욕조 안에서 회의를 하는 중 여성 직원을 욕조로 끌어들이려 했다거나, 미국 성인지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아타리의 대표작 ‘퐁’의 프로젝트 명이 ‘달린(Darlene)’이었는데 아타리 엔지니어들이 여성 직원의 이름을 프로젝트 명으로 붙였다고 설명하며 ‘몸매가 좋고 허리가 잘록한 여성이었다’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 중에도 ‘어떤 여성들은 나를 편안하게 여기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돈과 권력의 아우라가 많은 여성들에게 겁을 주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지 개발자는 그 동안 놀란 부쉬넬이 한 인터뷰, 그의 행적에 다룬 저서에 그 동안 여성을 상대로 해온 부적절한 행동을 보여주는 증거가 널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위터에는 놀란 부쉬넬의 수상을 취소하라는 의미를 담은 #notnolan 이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본인이 겪은 여성혐오 혹은 성범죄 경험을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트위터에 공유하는 일명 ‘metoo’ 캠페인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임 디자이너 엘리자배스 삼파트는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올해 혁신가 상은 아무에게도 주지 말거나, 그러한 행동을 한 남자들 때문에 업계를 떠난 모든 여성들에게 줘라”라고 밝혔다.

게임 디자이너이자 미국 하원 의회 입성에 도전 중인 브리아나 우는 “놀란 부쉬넬이 비디오 게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는 충분히 ‘평생공로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어떠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가를 돌아보는 ‘미투’ 운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만약 그가 상을 받게 된다면 그의 행동을 견뎌야 했던 여성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으며, 업계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들에게 ‘저런 행동을 해도 상까지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거센 여론이 일자 GDC 주최 측은 놀란 부쉬넬의 수상을 취소했다. 주최 측은 GDC 공식 트위터를 통해 ‘게임 개발자 초이스 어워드 자문위원회는 커뮤니티의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 ‘혁신가 상’을 아무에게도 수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재 업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결정이다. 따라서 올해의 상은 그 동안 업계 혁신을 이끌어온 모든 분들에게 바치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놀란 부쉬넬 역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본인 트위터를 통해 ‘GDC 주최 측의 결정을 존중하며, 직장 내에서 직원들을 대했던 태도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업계가 얼마나 이러한 문제를 민감하게 여기는지 깨닫게 됐다’라며 ‘내가 했던 행동, 혹은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행동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면 이에 대해 사과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