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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A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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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친 추가 과금 유도로 논란을 부른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 (사진출처: EA)

북미 굴지의 게임사 EA를 향해 여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출시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가 도화선이 돼 그간 EA에게 누적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폭발한 탓이다. ‘스타워즈’는 ‘다스 베이더’, ‘루크 스카이워커’ 등 캐릭터의 입지와 매력이 매우 큰 IP인데, EA는 이들을 확률형 아이템(Loot crate)으로 제공해 논란을 자초했다.

출시 초기에 ‘다스 베이더’를 얻으려면 게임 내에서 6만 크레딧을 소모해야 했다. 이 정도 모으려면 꼬박 40여 시간을 플레이하거나 몇 만원쯤 과금을 각오해야 한다. 여느 모바일게임처럼 기본 플레이가 무료라면 모르겠으나 이건 5~6만 원을 주고 사는 AAA급 패키지게임이다.

게이머로서는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에 담긴 확률형 아이템 상품이 합리적이냐를 떠나 이러한 수익모델을 콘솔로 끌어온 행태 자체가 매우 불쾌한 상황이다. 분노의 열기는 들불처럼 번져 美 하원의원이 직접 ‘스타워즈의 탈을 쓴 카지노’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EA는 욕은 욕대로 먹고 주가까지 증발하는 뼈아픈 사태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멀쩡한 게임사가 왜 이런 짓을 벌였을까? 탐욕이 경영진의 눈과 귀를 가려 우를 범했다면 이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AAA급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흡사 위험천만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높아질 데로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에 발맞춰 개발 비용과 기간이 천정부지 치솟는 반면 성공을 담보하기는 점점 더 어렵다.

업계 최고 수준의 개발비로 알려진 2013년작 ‘GTA 5’에 약 1억 3,700만 달러(한화 약 1,500억 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2008년 출시된 ‘GTA 4’가 1억 달러(한화 약 1,094억 원) 가량 썼으니 단순 계산해도 5년 사이 무려 400억 원이 불어난 셈이다. 반면 그간 AAA급 게임의 시장 가격은 조금도 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돈을 들이부어 흥행에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나마도 흑자를 보는 게임은 소수에 불과하다. 패키지게임은 출시 후 1~2개월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이는데 이때 빛을 보지 못하면 그대로 영원히 사장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 2’ 같은 PvP 기반 온라인게임, ‘하스스톤’, ‘클래시 로얄’ 등 모바일게임은 상대적으로 초기 개발비가 낮은데다 지속적인 수익을 거둬들인다. 무료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치장 및 부스트 상품만으로 지난해 1억 7,000만 달러(한화 약 1,860억 원) 매출을 올렸다. 흥행 추이에 따라 추가 개발을 이어가는 방식이라 위험 부담도 적은 편.

결국 게임사에게 남은 선택지는 부분유료화로 선회하거나 수년째 60달러(한화 약 6만 6,000원) 언저리에 멈춰있는 가격대를 끌어올리는 것뿐이다. 하지만 한번 형성된 시장 가격을 함부로 무시했다간 소비자에게 외면 받고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언리얼’, ‘기어즈 오브 워’ 등을 만든 에픽게임스조차 더는 패키지게임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시장 가격을 건들일 수 없으니 나온 대표적인 우회로가 DLC(DownLoadable Contents)다. 과거에는 본편에 포함되거나 특전으로 제공하던 콘텐츠를 잘라내 몇 달러씩 받고 파는 것. 하지만 DLC조차 단발성 상품에 불과한데다 그나마도 기대 수익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누구나 살만큼 풍성한 DLC를 만들자니 개발비가 더 들어 원점으로 돌아간다.

다음은 월스트리트에서 내놓은 분석이다. 60달러짜리 게임을 구매해 매월 20달러씩 과금까지 한다고 치자. 이렇게 하루 2.5시간씩 1년간 게임을 즐겼다면 1시간 당 40센트 정도 소비한 셈이다. 이것은 동일한 계산으로 시간당 60센트를 쓰는 TV 시청이나 80센트인 VOD, 3달러에 달하는 영화 관람보다 게임이 훨씬 저렴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임을 보여준다.

EA가 꺼내든 확률형 아이템이란 수단은 이 모든 난관을 뚫고 도달한 하나의 답안이었을 터이다. 사실 콘솔업계에서 이런 고민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워너브라더스 ‘미들어스: 섀도우 오브 워’, 유비소프트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처럼 대형 게임사라면 누구나 비슷한 시도를 해왔다.

EA의 잘못은 ‘스타워즈’라는 세계적인 팬덤을 상대로 도 넘은 추가 과금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감을 효과적으로 해소치 못하고 크레딧 요구량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게이머들 역시 AAA급 게임을 계속 받아보기 위해 얼마를 지불해야 좋을지 고민해볼 일이다. 시장 가격이 동결된 상태에서 게임사의 편법만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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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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