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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핫과 다키스트 던전의 성공, 만나보니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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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봤을 때 인디게임은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을 진행하기 때문에 마케팅은 고사하고 사람들에게 프로젝트를 알리거나, 대중의 취향에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과거와 달리 오픈마켓과 상용 엔진의 등장으로 개발이 빨라져, 출시되는 게임 수도 엄청나게 늘었다. 그 사이에서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하면 눈에 띌 수 없다. 그렇기에 불리한 조건에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돋보이는 인디게임들은 훨씬 더 빠르고 크게 조명을 받게 된다.

FPS ‘슈퍼핫(SUPERHOT)’과 던전형 RPG ‘다키스트 던전(Darkest Dungeon)’도 바늘구멍을 뚫고 화제의 정점에 오른 인디게임 이다. 많고 많은 인디게임 중에서 이들이 빛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 '다키스트 던전'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 '슈퍼핫'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16’ 둘째 날이 밝았다. 매년 GDC에서는 최근 크게 주목을 받았던 인디게임에 대한 세션이 준비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게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국내에서도 화제로 떠올랐던 ‘슈퍼핫’과 ‘다키스트 던전’ 강연도 리스트에 올랐다.

이 두 작품은 사뭇 다른 매력을 지닌 게임이다. ‘슈퍼핫’은 FPS를 표방하면서도, 플레이어가 움직여야 적도 움직이는 전투방식을 도입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은 타이틀이다. 적과 오브젝트는 폴리곤으로만 묘사하고, 강렬한 색상 대비만을 강조해 세련미를 보여주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다키스트 던전’은 상당히 클래식한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횡스크롤 진행 방식에 턴제 전투로, 어두운 던전을 탐험하는 영웅들의 스트레스를 구현했고 이를 관리하며 전투를 하는 것을 핵심요소로 집어 넣었다.

강연에서 공개된 두 게임이 성공 비결은 같았다. 바로 본인이 추구하는 게임의 가치를 처음부터 정립한 뒤, 개발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어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장인정신’이다. 업계 트렌드를 반영하기보다는, 자신이 만들고자 했던 게임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한 것이다.


▲ 레드훅 스튜디오 크리스 보우라사 디렉터

‘다키스트 던전’ 개발사인 레드훅 스튜디오 크리스 보우라사(Chris Bourassa) 디렉터는 “‘다키스트 던전’ 개발 도중에, 픽셀아트풍 그래픽이 인기를 끌었다. 그래픽 스타일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을 때라 고민이 되더라. 그런데 ‘다키스트 던전’은 애초에 엄청나게 어두운 게임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개발에 착수한 타이틀이다. 당연히 픽셀아트가 어울릴 리가 없었다. 그래서 선이 강하고 어두운 색채를 사용한 카툰풍 그래픽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키스트 던전’의 핵심 ‘밑도 끝도 없이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분위기를 반감시키는 요소는 과감히 바꿨다. 그는 “던전 안에서 싸우며 스트레스를 받는 캐릭터들의 대사도 잘 보면 상당히 우울하다. 어두운 던전과 우울한 캐릭터, 세계관이 잘 어우러지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시점도 본래 3인칭 쿼터뷰 방식에서 횡스크롤로 바꿨다. 3인칭 쿼터뷰 방식을 사용하면 캐릭터 개개인을 강조하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고 전했다.


▲ '슈퍼핫' 표트르 이바니키


▲ 여담이지만 강연 내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슈퍼핫’ 표트르 이바니키(piotr Iwanicki) 역시 전혀 다른 방식의 FPS를 만들겠다는 초기 목적에 집중했다. 그는 “‘슈퍼핫’의 기획 의도는 이전에 없었던 FPS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턴제를 도입했다. 실제 게임 전투는 퍼즐 방식에 가깝다. 적이 움직이는 걸 보고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될지 전략을 세운 다음에,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투 흐름은 상당히 빨라서 지루할 틈이 없도록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유저들이 전투에 오롯이 집중하도록, 그 외의 재미 요소는 모두 배제했다. 그래픽부터 엄청나게 간소화됐다. 모든 오브젝트는 하얀색이고, 적은 빨간색 폴리곤으로 등장한다. 무기처럼 상호작용이 가능한 오브젝트들은 모두 검은색으로 표현됐다. 색상이 곧 기능을 설명하는, UI가 되는 것이다. 미니맵이나 인벤토리, 강화 기능도 없다. 오로지 주운 무기로만 싸울 수 있다. 심지어 적 종류도 한 가지뿐이다.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적의 리액션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치밀하게 AI를 디자인해 매번 다른 상대를 만나는 것 같은 감각을 주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생소한 방식의 전투를 도입한 만큼 완성도를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슈퍼핫’은 킥스타터 캠페인 후 개발에만 2년이 걸린 타이틀이고, ‘다키스트 던전’도 지난해 2월 앞서해보기로 나온 후 근 1년 만에 정식 출시됐다. 추구하는 목표는 명확했지만,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레드훅 크리스 보우라사 디렉터는 “정말 힘들었다. 이대로 게임이 실패하면, 내 커리어가 끊길까봐 걱정이 되더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개발자는 자신의 게임에 확신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게임이 방향성을 잃지만 않으면, 반드시 이를 알아주는 유저가 생긴다는 것이다. ‘슈퍼핫’ 표트르 이바니키는 “한 가지를 열심히 연구하다 보면 기적 같은 일이 생긴다. 원래 ‘슈퍼핫’도 반드시 성공할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정말 좋아서 만든 게임이다. 그런데 ‘슈퍼핫’을 출시한 후,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에 놀랐다. 상당히 생소한 방식의 게임이었는데, 많은 유저들이 ‘슈퍼핫’을 좋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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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던전 2016. 01. 19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롤플레잉
제작사
레드훅스튜디오
게임소개
‘다키스트 던전’은 레드훅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횡스크롤 로그라이크 RPG로, 파티를 구성해 던전을 탐험하는 재미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특히 세이브와 로드 기능이 별도로 없고, 캐릭터가 죽으면 부활시킬 수 없는 하드...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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