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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발매 12년 차에도 현역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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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게임에 대한 소개를 하기 전에, e스포츠 썰을 잠깐 풀어보려고 합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e스포츠로 주가를 올리던 2000년대 중반에는 농담처럼 돌던 이야기가 있죠. ‘스타크래프트 모르는 우리 엄마도 임요환은 안다’는 말. 게이머들 사이에 도는 가벼운 우스갯소리었지만, 그때 당시 ‘황제’ 임요환은 e스포츠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죠.

이번 미소녀메카 주인공도 한때는 미소녀게임의 ‘대명사’처럼 떠올랐던, 엄청난 인지도를 가진 타이틀입니다. 우연히 지나가다 들었거나, 아니면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접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지금도 현역이나 다름없는 ‘페이트/스테이 나이트(Fate/Stay Night)’를 소개합니다.


▲ '페이트/스테이 나이트' 메인 이미지 (사진 출처: 타입문 공식 홈페이지)

동인 게임 제작 서클이 굴지의 ‘타입문’으로

‘페이트/스테이 나이트(이하 페이트)’는 2004년 타입문(Type-moon)이 발매한 전기 활극(일상적이지 않은 독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이르는 말) 비주얼노벨입니다. 제작사인 타입문은 1999년 만들어진 동인 게임 제작 서클인데요, 대표작으로는 ‘월희’와 ‘가월십야’ 등이 있었습니다.


▲ '월희' 메인 이미지

재미있는 건, 타입문은 본래 ‘월희’만 발매하고 해산할 예정이었던 서클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원화 담당인 타케우치 타카시와 시나리오 담당 나스 키노코가 게임 제작에 재미를 붙였고, 활동을 이어나가게 됐죠. 이후 2001년에는 ‘월희’ 팬디스크인 ‘가월십야’를 발매하고, 2002년는 격투게임 ‘퀸 오브 하트’ 개발사와 협력해 ‘MeltyBlood’를 내놨습니다. 

당시 동인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월희’의 인기는 굉장했습니다. 그 덕에 타입문은 정식 회사로 발전하게 되죠. 회사명은 노츠, 브랜드명은 타입문으로 유지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회사에서 처음으로 나온 작품이 ‘페이트’입니다.


▲ '페이트' CG 중 가장 유명한 건 이 장면일 겁니다

당신도 ‘서번트’를 불러낼 수 있다

‘페이트’는 2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역대급 흥행작입니다. 2004년 성인 대상의 일본 미소녀게임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이죠. 동인 서클 당시 ‘월희’로 탄탄한 인지도를 쌓았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 흥행에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게임 자체도 상당히 호평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페이트’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주로 3가지가 꼽힙니다. 친숙한데도 독특한 배경 설정, 시나리오, 게임의 연출입니다.

‘페이트’ 배경은 일본의 후유키라는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에서는 ‘성배전쟁’이라는 의식이 벌어지죠. 성배전쟁이란 어떠한 소원도 이루어주는 ‘성배’를 차지하기 위해 7명의 마스터와 7명의 서번트가 각각 2인 1조씩 팀을 짜서 싸우는 것을 말합니다. 최후의 콤비는 성배를 얻게 되죠. 이 의식에 참가하는 마스터는 일반적인 인간입니다. 하지만 서번트는 과거의 영웅, 위인들 혹은 전설, 신화 속의 인물들로 마스터에 의해 현대 시대에 소환됩니다.


▲ 신화 속 영웅들의 치열한 전투가 '페이트'의 핵심 내용이다

이 ‘서번트’의 존재는 ‘페이트’ 최대의 매력이며,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위인과 신화의 인물들을 차용해 캐릭터화 시키고, 이들이 서로 싸운다는 게 참 흥미진진하죠. 물론, 어디까지나 비주얼노벨이라 캐릭터를 육성하고 팀을 짜고 이런 건 없습니다. 고른 선택지에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 뿐이죠.

그러나 게임 내에 등장하는 서번트, 즉 위인들의 스테이터스가 각각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어서 그것만 보아도 꽤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중 등장하는 영웅 ‘헤라클레스’는 반신반인이라 ‘신성’이라는 특성이 존재합니다. 더 많은 걸 말씀드리고 싶지만 영웅들은 죄다 전투 스타일에 따른 클래스 명으로 등장하는 데다, 서번트의 정체가 ‘페이트’의 핵심 재미 요소이기 때문에 직접 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그렇습니다. 주몽과 이순신은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았던, 실제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위인들인데 그들이 캐릭터로 나타나 실력을 겨루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마을의 평범한 사람들이 신화 속 영웅을 불러내 성배전쟁의 대리자로 활용한다는 설정은, 유저들이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줬습니다. 서울의 평범한 직장인 1이 갑자기 나폴레옹을 소환해서 전투에 참가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외모까지 아름답다면(…) 흠흠. 어쨌거나, ‘페이트’를 플레이하던 유저들은 ‘이 영웅이 서번트로 나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2차 창작으로까지 구현해냅니다.


▲ 서번트 '세이버'의 스테이터스와 스킬을 정리해둔 페이지
깨알 요소가 많이 숨어 있다

유저들은 ‘페이트’의 스테이터스 룰에 맞춰서 캐릭터를 만들고, 서로 공유하며 활발한 ‘동인’ 활동을 이어갔죠. 그 덕에 ‘페이트’는 신작이 오랜 기간 동안 나오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팬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동인 서클로 출발한 회사의 작품이 활발한 ‘동인’ 활동을 불러일으켰으니, 여러모로 재미난 현상입니다.

어떤 루트를 선택해도… 명확한 ‘메시지’담은 시나리오

‘페이트’에는 3개의 루트, 그리고 다섯 가지 엔딩이 존재합니다. Fate 루트, UBW(Unlimited Blade Works) 루트, Heaven’s Feel 루트 이렇게 3가지가 존재하고, 각각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방향성이 다릅니다.


▲ '페이트' PC 버전에 존재하는 3개 루트와 5개 엔딩
이후 발매된 PS 버전에는 엔딩 1개가 추가됐다

Fate 루트는 게임 내 캐릭터들의 설정에 초점을 맞춰, 그들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인과관계를 설명해주는 엔딩입니다. 그래서 루트에서는 다른 엔딩에서는 볼 수 없는 과거의 비밀들이 대부분 등장하죠. UBW 루트는 ‘중2병’의 향기가 가장 강한 분기로, Fate 루트에서 조명 받지 못 했던 부분과 몇 가지 히든 요소들을 결합해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작품 내내 주인공이 고뇌하던 부분에 대해 약간의 해답을 주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Heaven’s Feel 루트는 지금까지 나왔던 이야기를 종합해 ‘페이트’라는 게임 전체가 품고 있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해주는 엔딩입니다. 그래서 엔딩까지 가장 긴 시간이 걸리죠.

사실 ‘페이트’는 어떤 어떤 엔딩이 ‘진엔딩’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을 만큼, 각각의 시나리오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엔딩을 봐야만 ‘페이트’에 숨겨진 요소들을 다 알 수 있고, 각 루트들이 지닌 연결점을 발견하게 되죠. 그래서 한 번 클리어한 후에도 또 다시 게임을 실행하게 되는 자신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비주얼노벨에서 ‘격렬한 전투’를 표현하다

앞서 설명했듯 ‘페이트’의 배경 설정과 시나리오에는 참으로 매력적인 부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애초 미소녀게임이라는 것이, 대부분 비주얼노벨의 형태를 채택하기 때문에 보통 설정과 시나리오로 승부를 보죠. 그렇게 생각하면 ‘페이트’도 여타 미소녀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아주 특출난 타이틀은 아닐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조금 독특한 미소녀게임이 될 수 있었던 ‘페이트’를 당대 최대 흥행작으로 만들어 준 건 바로 연출입니다.

‘페이트’의 배경은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성배전쟁입니다. 게다가 서번트들은 과거 한 가닥(?) 했었던 영웅들이고요. 그래서 격렬한 전투 씬이 상당히 중요한데, 글과 일러스트가 대부분인 비주얼노벨에서 이 ‘치열함’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CG 한 장을 배경에 깔아 두고 ‘쿵쾅- 챙’이라는 텍스트 효과음을 넣어봤자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을 테니까요.


▲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만화와 달리
미소녀게임은 CG 하나로 전투를 표현해야 한다

타입문은 이 한계점을 화면 연출로 극복했습니다. 칼이 부딪히는 효과음과 함께 전투 장면을 담은 CG를 미친 듯이 흔들고, 두 서번트가 치열하게 싸우는 걸 보여주기 위해 CG를 부분 부분 확대해 강조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세이버’와 ‘버서커’가 싸우는 장면에서는 세이버의 얼굴을 비춰준 후 검신을 몇 차례에 걸쳐 보여주고, 빠른 속도로 버서커의 상반신을 보여주지요.

무기 궤적도 상당히 화려합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궤적이 화면에 여러 번 나타났다 사라지고, 상대의 무기와 부딪힐 경우 큰 스파크가 튀는 연출을 사용했죠. 또한 각 캐릭터의 무기는 모두 다른 궤적과 형태, 색깔을 지녀 누가 검을 휘두르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발매 12년 차에도 ‘현역’

올해로 발매 12년 차를 맞이하는 ‘페이트’의 흥행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최근에는 UBW 루트의 시나리오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죠. 이 애니메이션을 계기로 새롭게 입덕(…)하신 분들도 많다는 후문이 들립니다.

‘페이트’는 지금도 일본에서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IP입니다. 더불어 향후 Heaven’s Feel 루트도 애니메이션화가 예정되어 있으니, 다시 한번 화제를 모을 수 있겠네요.


▲ '페이트' IP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

다음 회차 미소녀메카에서는 ‘페이트’의 후속작인 ‘페이트/할로우 아타락시아’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미소녀게임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품이니만큼 좀 더 무게를 두는 것도 좋겠지요.


▲ 아련한 '세이버'의 모습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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