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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시 넘어 PC방 야간흡연 성행, 단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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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부터 본격 시행된 PC방 금연법. 초반엔 업주와 손님 간 실랑이도 적잖았으나, 시행 5년차를 맞이한 지금은 잘 정착된 모습이다. 흡연자들은 모니터 앞 재털이 대신 흡연 부스로 향하고, 담배연기 걱정에 PC방을 멀리하던 비흡연자들도 PC방을 부담 없이 찾는다.

그런데, 아직도 전국 각지에서 매장 내 흡연을 방치, 묵인하는 PC방이 많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PC방 내 흡연부스가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될 시 손님은 10만 원, 이를 방치한 업주는 최대 500만 원의 벌금을 내게 돼 있다. 손님은 몰라도 업주 입장에서는 벌금이 무서워서라도 지킬 수 밖에 없는데, 어찌 된 일일까?

자리에서 담배 피게 하는 PC방이 있어요

어느 날, 기자에게 제보 하나가 접수됐다. 경기도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한 업주가 주변에 영업 중인 비양심 업소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알려 온 것이다. 알아보니 원칙적으로 금연인 PC방임에도 단속이 없는 야간을 틈타 자리흡연을 허용하는 업소가 몇 곳 있다고 한다. 흡연자들 사이에서 ‘그 PC방에서는 게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소식이 알음알음 퍼지자, 제보자 업소에서도 야간 단골 몇몇이 이미 빠져나갔다고.

PC방 흡연 금지 포스터를 붙여놓고 모범적으로 영업하던 PC방 (사진: 게임메카 촬영)
▲ PC방 흡연 금지 포스터를 붙여놓고 모범적으로 영업하던 PC방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자는 몰래 흡연을 허용하고 있는 PC방이 진짜 있는지 실태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평일 저녁 밤 11시가 넘은 시간, PC방이 밀집된 서울 영등포구로 향했다. 지도 앱을 켜니 반경 1km 이내에 PC방 7~8곳이 성업 중인 곳이 나왔다. 지하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찾아가 봤다. 입구에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한 PC방 금연 포스터가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PC방 내부 공기는 쾌적했고, 흡연자들은 게임 도중 바깥과 차단된 흡연 부스를 찾아가 담배를 피웠다.

그렇게 세 곳의 PC방을 들렀다. 간혹 PC방 1층 계단 등에서 담배꽁초와 담뱃재가 발견되기도 했으나, 매장 내부가 아니니 딱히 업주 잘못은 아니었다. 새 번째 PC방을 나오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흡연 PC방 없는 거 아닌가?’

그렇게 네 번째 PC방을 찾았다. 앞서 세 곳과 달리 큰 길가가 아니라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어 입지가 별로 좋지 않은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공기가 달랐다. 비흡연자들이 기피하는 흡연부스 문 앞 좌석의 냄새가 났다. 슥 둘러보니 손님 20여 명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었지만,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일단 자리에 앉아 회원가입 후 PC를 켜고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뒷자리에서 칙 소리가 났다. 온라인 포커 게임을 플레이하던 50대 남성이 자리에서 담배를 켜고 자연스럽게 빨아들였다. 카운터에는 주인 혹은 점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으나, 그는 전혀 제지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담배 연기가 천장을 타고 퍼져나갔으나, 주변 손님들은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담배 생각이 났는지, 몇 명은 새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마치 PC방 금연법 시행 전, 흡연 좌석 풍경을 보는 듯 했다. PC방 구석에 마련된 흡연부스에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C방 좌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 PC방 좌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어 간 PC방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허름한 인테리어의 PC방이었는데, 입장 때부터 몇몇 손님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를 말려야 할 직원(혹은 사장)까지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 매장은 외부에 흡연실이 따로 존재했으나, 이용하는 사람은 역시 없었다.

흡연 PC방 한 두 곳이 아니에요

담배연기를 피해 나와 좀더 확실하게 팩트를 체크하고자 처음 들렀던 PC방으로 향했다. PC방 금연 포스터를 붙여 놓고 가장 깔끔하게 영업하던 곳이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PC방 업주에게 아까 본 광경을 설명하며 혹시 그런 영업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숨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영업한 지 3년도 넘은 것 같아요. (그 가게) 컴퓨터 업그레이드도 게을리 하고, 가게 분위기도 안 좋고 요금이 싼 것도 아니고, 순전히 담배 피우며 게임하려고 가는 거죠. 동네 장사인지라 대놓고 신고는 못 하지만, 밤엔 단속 오지도 않아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PC방 이미지 안 좋아지는 것도 있죠”

실제로 PC방 업주들이 모인 카페에서는 이런 흡연 PC방에 대한 성토글이 줄을 이었고, 범위는 전국적이었다. 일부는 동네 장사 특성 상 적극적으로 나서서 신고도 못 하겠다며 하소연하는가 한편, 신고를 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불만도 가득했다. 지역도 서울과 경기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나 중소형 도시까지 다양하다.


▲ PC방 카페에서 야간흡연 PC방을 성토하는 업주들 (자료출처: PC방 손님만땅 동호회 카페)

그렇다면 대체 이런 행위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앞에 나와 있다. ‘밤에는 PC방 흡연 단속 인력이 없다’ 라는 것때문이다. 불시단속은 물론 없고, 따로 신고를 하더라도 단속은 공무원 근무시간인 낮이나 저녁에 온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23시 이후 심야 시간대 단속건수 ‘0’

불법적인 ‘흡연 PC방’ 존속에 대해, 위 PC방 업주와 제보자가 공통으로 말한 이유는 ‘밤에는 단속을 오지 않는다’이다. 그렇다면 정말 야간에는 단속이 없을까?

일단, 2013년부터 PC방과 당구장 등을 비롯한 금연시설의 실내 흡연 단속은 기본적으로 각 지자체 보건소에서 수행한다. 간혹 경찰에 신고가 접수될 경우 출동한 경찰이 단속하기도 하지만, 해당 문건은 지자체 보건소 금연정책 담당과로 넘어간다. 경찰과 달리 지자체와 보건소는 야간 근무하는 인력이 적고, 단속 인력 또한 현저히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실제는 어떨까? 게임메카는 지방에 비해 흡연 단속이 비교적 촘촘히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서울 시내 25개 구를 대상으로 지난 3년(2015년 8월~2018년 7월)간 PC방 흡연 단속자들의 근무시간과 실제 단속 사례들의 적발 시간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서울시내 25개 구에 대해 PC방 흡연단속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사진출처: 서울시 아카이브)
▲ 서울시내 25개 구에 대해 PC방 흡연단속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사진출처: 서울시 아카이브)

먼저 단속 시간을 살펴봤다. 서울시 25개 구 중 9곳이 정확한 단속 시간대를 공개했으며, 14곳은 정확한 시간대 없이 대략적인 주/야간 단속여부와 빈도 등만 공개했다. 2곳은 ‘검사의 목적이나 실효성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사항’ 이라며 정보공개법 제 9조 1항 5호에 따라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단속 시간대를 보면 몇 개 구는 9시~18시까지 일반직 공무원 출퇴근 시간에 맞춰 단속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11시~18시와 17시~23시 2개조로 나눠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단속 시작 시간은 이르면 9시, 늦으면 13시였고, 단속 마감 시간은 이르면 18시, 늦으면 22시~23시까지 진행됐다. 정확한 시간 대신 주/야간 근무 여부만 밝힌 곳들도 위와 같은 근무시간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단속 시간대는 실제 단속 건수에도 반영됐다. 25개 구 중 13곳이 단속 건수 목록을 공개했고, 그 중에서 각 적발 건수 별 시간대까지 공개한 곳은 3곳이었다. 강동구는 3년간 377건의 흡연을 적발했으며, 모두 12시부터 21시 사이에 이뤄졌다. 관악구는 3년간 가장 많은 1,644건의 흡연을 적발했는데, 그 중 22시 이후 적발 건수는 7건이었다. 2017년 초와 2018년 초 1차례씩 자정까지 단속을 진행한 적이 있으며, 1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영등포구는 3년 간 928건으로, 시간대는 9시부터 20시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었다.

공개된 정보대로라면, 서울에서는 23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PC방 흡연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구에 따라서는 18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15시간 동안 단속 사각시간이 발생한다. 앞에서 예로 든 일부 PC방은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야간 흡연을 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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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속 시간이 12시부터 21시 사이에 몰려 있는 강동구 흡연 적발시간 일부 (자료제공: 서울시 강동구)

조/주간 단속인력도 부족한 상황, 심야 단속 충원 필요

그렇다면 지자체는 왜 심야 시간대 PC방 흡연을 단속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관련 관계자들은 인력 부족을 최우선 이유로 꼽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PC방이나 당구장, 음식점 뿐 아니라 공원이나 건물 안 등 금연구역까지 다양한 곳을 단속하기에도 인력이 부족한데, 심야 시간대 단속까지 감행하기엔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등포구 보건소 보건지원과 금연환경 조성 담당자는 “야간에 담배를 피우는 PC방이나 당구장, 음식점 등이 있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이를 단속하려면 조간~주간 활동 중인 5개 조 중 1~2개 조를 빼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해당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 인력 충원 없이는 사실상 심야 시간대 단속이 어렵다” 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PC방 흡연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매기기 위해서는 단속 권한을 가진 직원이 담배를 피우는 현장을 직접 적발해야 한다.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더라도 재떨이 제공 등 흡연을 조장하는 행위가 발견됐을 시 업주를 처벌할 수 있다. 이 말을 반대로 돌리면, 야간 흡연 PC방의 경우 재떨이 등 증거만 남기지 않는다면 처벌당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PC방은 사회에서 게임을 가장 1차적으로 접촉하는 산업으로, 금연법 시행 이후에는 가족끼리도 갈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 이미지 변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암암리에 흡연을 허용하는 PC방이 계속 생긴다면 PC방 업계 뿐 아니라 게임업계가 쌓아올린 건전한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 이것이 PC방 업계에 대한 추가 규제 명목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오지 않게끔, 범정부적인 단속 인력 충원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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