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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준 지회장, 스마일게이트 노조 우선과제는 '고용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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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일게이트 차상준 지회장 (자료제공: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등대, 오징어배라는 웃지 못할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야근이 팽배했던 게임업계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9월 3일에 설립을 알린 넥슨 노조부터 그로부터 이틀 뒤인 5일에 돛을 올린 스마일게이트 노조까지, 불합리한 노동환경에 맞서 싸우겠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이름은 ‘SG 길드’다. 지난 6일부터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각 계열사에 교섭 요청 공문도 순서대로 발송되고 있다. 교섭 요청 공문에 따르면 조합원 수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120명, 스마일게이트알피지 75명, 스마일게이트스토브 62명, 스마일게이트홀딩스 45명,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35명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차상준 지회장 외에는 구성원 명수도, 이름도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차상준 지회장은 “내부 사정상 현재는 저 혼자 공개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비공개이며, 명수도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 스마일게이트 지회는 지회장 외에 구성원 명수와 이름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사진출처: 스마일게이트 지회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게임업계 노동현실은 얼마나 열악한 것일까? 스마일게이트 차상준 지회장을 만나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차 지회장은 2011년에 스마일게이트에 입사해 지금은 ‘크로스파이어’ 웹 스튜디오 기획팀 파트장을 맡고 있다. 그가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52시간 근무제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며 근로자 대표에게 근무 조건에 대해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쳤다.

회사가 제시한 조건 중 하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6시간을 반드시 일을 하는 코어 타임으로 잡은 것이다. 이 조건은 ‘직원이 스스로 하루에 일할 시간을 정한다’는 유연근무제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갈등의 씨가 된다. 예를 들어, 사흘 동안 하루에 15시간씩 일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은 이미 52시간 중 45시간을 일했고 남은 시간은 이틀 동안 7시간이다. 남은 이틀 동안 하루 평균 3시간 반을 일하면 52시간을 꽉 채우게 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스마일게이트 코어 타임은 하루 6시간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이틀 동안 7시간만 일하면 되는데 회사 코어 타임에 따르면 12시간을 일해야 한다. 여기에 코어 타임을 꽉 채워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52시간을 넘은 근무시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문제로 남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간관리자와 직원의 다툼도 생긴다.

차상준 지회장은 “애초에 코어 타임을 6시간이 아니라 3시간이나 4시간으로 잡았다면 시간 계산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조건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틀 만에 직원 1,000명의 의견을 모아 협상 테이블에 나가야 했다. 그 때는 기간상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으나 앞으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하면 다시는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라고 말했다.


▲ 차상준 지회장은 준비해온 자료를 꼼꼼히 살피며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최소한 명확한 가이드라도 있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스마일게이트 노조의 최우선과제는 무엇일까? 차상준 지회장이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고용불안을 해결하는 것이다. 포괄임금제 폐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사가 신작을 만들다가 취소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다만 프로젝트가 살고, 접히는 것이 명확한 규정 없이 말 몇 마디에 결정된다면 어떨까?

차상준 지회장은 “스포츠카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스포츠카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갑자기 5인승 세단이 잘 팔린다며 스포츠카에 좌석 5개를 넣으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다. 또 그렇게 수정해서 만들다가 오프로드 자동차가 잘 팔린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오프로드 바퀴를 차에 달라고 내려온다”라며 “말 몇 마디에 본래 스포츠카였던 게임은 5인승 좌석에, 오프로드 바퀴를 단 짬뽕 스포츠카가 되어버린다”라고 말했다.

스포츠카에 오프로드 바퀴를 달기 위해서는 설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만약 FPS를 만들고 있는데 요새 뜬다는 ‘배틀로얄’ 모드를 넣고 싶다면 여기에 맞게 게임을 고치고, 사업전략도 다시 세워야 한다. 추가 작업이 필요한데 일정은 맞춰야 하니 당연히 야근할 수밖에 없다. 차 지회장은 “최근 들은 이야기 중 정말 서글픈 것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가족 그림을 그렸는데 엄마와 동생은 있고 아빠는 옆에 작게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아이가 본 아버지 모습은 자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렇게 고생해서 내놓은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면 소위 책임을 물을 곳을 찾게 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팀이 정리되는 것은 그 결과 중 하나다. 차 지회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가 접힐 수 있고, 회사에서 언제나 모든 직원을 100% 유지할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적어도 고용보장을 1년 단위로는 해줘야 프로젝트가 도중에 날아가더라도 그 프로젝트를 맡았던 직원에게 어느 정도 보장이 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 중에도 40대 개발자는 언제나 고용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차 지회장은 “일반적인 회사는 60세가 정년인데 게임사는 40세가 넘으면 이직이 안 된다. 그것도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프로젝트가 접히며 회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다. 그런데 회사를 옮겨보려고 하니 이직도 안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상준 지회장이 원하는 것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다. 어떤 경우에 상과 벌이 주어지는지 규정을 만들어 전 직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취소한 후 개발자를 다른 팀에 배치하는 전환배치도 마찬가지다. 왜 프로젝트가 취소되었는지, 전환배치가 되면 준비 기간을 얼마나 주는지, 다른 부서가 하는 일은 무엇이고 연봉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모든 정보가 불투명하다.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같은 회사 안에서 면접을 보며 자리를 찾아 다니고, 본인을 원하는 팀이 없으면 회사를 나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52시간 근무제, 중간관리자에 책임 떠넘긴다


▲ 차상준 지회장은 노조 지회장이 된 이후 근로기준법을 공부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차상준 지회장이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직원이 서로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된 회사의 구조다. 그 예로 든 것이 지난 7월부터 도입된 52시간 근무제다. 차 지회장은 “회사가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맞지만 그 책임을 중간관리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알아서 1주일에 52시간이 넘지 않게 관리하라는 것이다. 일은 그대로인데 시간은 맞춰야 하니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도 어떻게든 해야 되고 그 사이에서 직원과 중간관리자가 서로 싸우는 상황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차 지회장은 근무 시간이 52시간을 넘기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근로기준법이 허술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아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다. 정말 급하면 일단 일을 하고, 그 사실을 이후에 고용노동부에 보고해도 된다. 차 지회장은 “회사가 이 사실을 직원에게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고용노동부에 ‘52시간을 넘겨서 일한다’는 것을 신고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고용불안과 함께 정보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앞세운 것도 여기에 있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반목을 줄이고, 힘을 합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차 지회장은 “개발뿐 아니라 총무, 회계, 사업, 홍보, 운영까지 게임사에는 다양한 부서가 있고 그에 따른 고충이 있다. 하지만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정보가 차단되어 있어서 서로를 공격하기만 한다. 게임사를 이루는 다양한 직군이 우리 연봉은 이렇고, 조건은 이러하고, 이러한 부분이 힘들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안다면 우리는 적이 아닌 친구가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최우선과제는 고용안정, 그리고 직원끼리 필요한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차 지회장은 "회사가 하는 모든 것을 완전히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어떤 가이드, 어떠한 규격, 투명한 정보공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그는 "노조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겁을 내는 분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게임회사에서 일하다 죽은 사람은 있어도, 노조하다가 죽은 사람은 없다. 많은 참여 부탁드리고, 혹시 노조가 잘못하는 점이 있다면 이 역시 지적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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