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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이것만 있으면 나도 인싸! ‘힙’한 닌텐도 주변기기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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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4월, 닌텐도는 스위치용 이색 주변기기 ‘닌텐도 라보’ 시리즈로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골판지 공작 키트를 조립해 스위치를 장착하는 것만으로 피아노부터 낚싯대, 심지어 거대 로봇까지 온갖 인터랙션 토이가 짠-하고 만들어진다니! 발상으로 보나 수지타산으로 보나 닌텐도가 아니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참으로 독특한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무릇 게임은 직접 가지고 노는 것’이라는 닌텐도만의 확고한 철학이 자리했다. 그래서일까, 예나 지금이나 닌텐도 콘솔은 유독 주변기기가 많은 편이다. 대부분 비행기 조종간이나 권총, 악기처럼 평범한 것들이지만, 개중에는 제작자의 머릿속을 열어보고픈 황당한 것들도 존재한다. 닌텐도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라이선스를 내준거야!?

5위. 레이저 스코프


▲ 우민들아, 포착해주마. 나의 레.이.저.포.인.터.로. (출처: 닌텐도 위키피디아)

아마 고릿적 게이머들도 평범한 버튼으로 사격하긴 시시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총기형 컨트롤러의 역사는 꽤나 오래전까지 거슬러 오르는데, 닌텐도는 이미 1984년에 흔히 전차총이라 부르는 ‘재퍼(Zapper)’를 출시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참고로 이 녀석은 바주카 형태의 후계기 ‘슈퍼 스코프’를 거쳐 오늘날 ‘Wii 재퍼’로 이어지는 상당히 뼈대 있는 주변기기 라인업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인 업체가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당시 ‘메탈기어’ 첫 작품을 막 마무리한 코나미였다. 장차 컨트롤러 따윈 구시대의 유물이 되리라 내다보고는 게이머의 목소리로 작동하는 신개념 해드폰 개발에 착수한 것. 그렇게 1989년 세상에 나온 패미컴용 ‘레이저 스코프’는 괴악한 성능과 그보다 훨씬 더 맛이 간 디자인으로 그대로 묻혀버렸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원천 기술 자체는 괜찮은 편이었다. 헤드폰 상단에 부착된 레이저 포인터로 화면을 조준하고 “발사(Fire)!”라고 외치면 게임 속 캐릭터가 총을 쏜다. 문제는 머리로 조준점을 맞추려니 목디스크는 기본이요, 목소리 인식률도 최악이라 고래고래 고함을 쳐야 했다는 것. 뭣보다 외형이 진짜 80년대 사이버 전사 수준이라 어지간한 멘탈로는 쓰고 있기조차…

4위. 게임보이 카메라 & 프린터


▲ 전교 짱에게 게임보이 카메라는 기본이지 (영상출처: 유튜브 20thcenturymase)

1989년작 닌텐도 게임보이는 휴대용 게임기로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이후 수차례 크고 작은 개수를 거치며 무려 2003년까지 생산됐다. 하나의 게임기가 이렇게까지 오래 팔리다 보면 이걸로 무언가 딴 짓을 하고픈 욕구가 생기는 법. 아니나다를까, 굳이 게임보이로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의지의 산물이 탄생하고야 말았다. 그것도 서드파티가 아니라 닌텐도 손으로 직접.

1998년 출시된 ‘게임보이 카메라’는 일반 게임팩 위에 동그란 렌즈가 달린 형태였다. 이걸 여느 게임팩처럼 게임보이에 꽂으면 그때부터 게임기가 아닌 카메라로 기능하게 되는 것. 90년대 후반이면 장혁이 선전한 ‘깍두기폰’ 쓸 때니까 셀카용으로 유용할까 싶지만, 그 시절에도 좋은 카메라는 얼마든지 있었다. 사진은 카메라로 찍고 게임기로는 게임만 하면 좋을 텐데.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보이 카메라’로 셀카를 찍으면 128x128 해상도 흑백 도트로 출력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정도면 당시로선 나쁘지 않은 성능이었고, 사진에 낙서를 하거나 각종 닌텐도 캐릭터 소품으로 꾸미는 요소는 그럭저럭 재미있기도 했다. 심지어 이 사진을 출력할 게임보이 프린터도 별매했으니 말 다했지.

3위. 파워 글러브


▲ 내가 손가락만 한번 튕기면 게이머 절반이… (출처: 유튜브 lingpanda101)

2000년대 초 토요명화에서 자주 틀어주던 ‘전자오락의 마법사(The Wizard)를 보면 어느 훤칠하게 생긴 악역이 손짓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신기를 선보인다. 이 녀석이 낀 장갑이 바로 그 유명한 인피니티 건틀렛으로 손가락만 한번 튕기면 50% 확률로 도전과제 올클리어 엔딩을 볼 수 있…을리가 있나! 실은 닌텐도가 1989년 발매한 ‘파워 글러브’라는 일종의 컨트롤러다.

이게 겉보기에는 무슨 NASA 우주복에서 장갑만 훔쳐온 것처럼 생겼지만 의외로 당대의 하이테크 기기였다. 손목 부분에 십자키와 여러 버튼이 달려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보조고, ‘파워 글러브’의 진가는 모션 컨트롤이다. 동봉된 센서들을 TV 주위에 설치하면 장갑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마치 영화에서 보듯 직관적인 게임 조작이 가능해진다고.

그러나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파워 글러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모션 컨트롤을 전면 채용한 Wii가 2006년에야 나왔는데, 그보다 17년 앞선 기기가 멀쩡할 리가. 동작 인식률이 바닥을 치는 것은 물론이고 짱돌만 한 센서는 변변한 고정 장치도 안 달려있다. 아니 뭣보다 장갑 형태가 일반 컨트롤러보다 나은 점이 없다. 두어 시간만 플레이해도 어깨 결딴날 걸?

2위. 게임보이 포켓 소나

찰진 손맛을 아는 게이머의 필수품, 포켓 소나 (출처: 닌텐도 위키피디아)
▲ 찰진 손맛을 아는 게이머의 필수품, 포켓 소나 (출처: 닌텐도 위키피디아)

앞서 소개한 카메라 & 프린터가 최소한 게임보이에 동봉될 법한 기능이었다면, 반다이가 1998년 내놓은 ‘포켓 소나’는 어떻게든 딴 짓을 하겠다는 집착의 결정체라 할만하다. 여기서 소나(Sonar)란 바닷속 물체 탐지에 동원되는 음향표정장치를 뜻한다. 공교롭게도 4위에 랭크된 ‘게임보이 카메라 & 프린터’와 출시년도가 같은데, 아무래도 1998년은 게임보이를 둘러싼 광기가 폭발하는 시기였던 모양.

‘포켓 소나’는 게임보이 본체만큼이나 거대한 흉물스러운 노란 몸통과 검은 전선으로 연결된 파란색 접합부로 구성됐다. 이 파란 단자를 게임팩처럼 게임보이에 꼽고 노란 몸통을 물 속으로 던져 넣으면 최대 20미터 아래까지 물고기의 위치를 탐지해준다. 다만 탐지기로서 실용성도 의문이거니와 자칫 잘못하면 게임보이까지 물밑으로 딸려 들어가기 딱 좋은 디자인이다.

그러니까 반다이가 주장한 ‘포켓 소나’의 활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낚시를 가는 와중에도 게임보이를 챙긴다고 가정하자. 미끼를 매단 낚싯대를 물가에 걸쳐 놓는 그는 곧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이제 게임보이나 두드리고 싶은데, 한편으로 물고기도 많았음 좋겠다” 바로 이 때가 ‘포켓 소나’가 활약할 순간! 그런데 그럴 때가 있긴 한가?

1위. U 포스


▲ 유! 유! 유뽀쓰~ 들을수록 중독된다 (출처: 유튜브 TheNostalgicOVERLOAD)

장갑을 컨트롤러로 만든다는 발상은 분명 범인의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지만, 그런 ‘파워 글로브’조차 브로더번드 ‘U 포스’에 비하면 매우 현실적인 기기에 해당한다. 모르긴 몰라도 컨트롤러를 아주 증오하는 누군가가 기획했음이 분명한 ‘U 포스’는 아예 만질 수 있는 스틱이나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무(無), 경공으로 치자면 허공답보의 경지에 이른 조작계다.

물론 그렇다고 어느 나라 과자마냥 봉지에 질소만 가득한 것은 아니고, 시커먼 판자 두 개를 이어 붙인 본체가 존재하긴 한다. 중요한 점은 ‘U 포스’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 우리가 손대야 할 곳이 이 본체가 아니라 그 위 허공이라는 것. 바로 ‘U 포스’가 생성하는 이른바 파워 필드(Power Field)를 두 손으로 직접 느끼고 주무르는 SF 영화에서나 보던 조작법이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인가 싶겠지만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마치 방범용 경보기나 소변기 자동 세척처럼 바닥에 놓인 본체가 적외선을 쏘아 게이머의 손동작을 읽어낸다. 문제는 일단 이것도 인식률이 눈물 날 지경이고, 심지어 허공에다 손바닥 휘적거리는 게 SF 영화에서나 멋지지 컨트롤러로는 최악이라는 거다. 뭐, 손맛? 공기의 조작감이 어떠냐고? 아이고 상쾌하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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