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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중소 게임사, 올해 1분기 단체 ‘적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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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분기 국내 게임사 실적, 붉게 표시된 것은 영업적자를 기록한 곳이다 (자료출처: 전자공시 공식 홈페이지)

올해 1분기에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맞이한 게임사가 많다. 1분기에만 매출 8,900억 원을 달성한 넥슨에 이어 ‘리니지M’으로 영업이익이 570% 뛰어오른 엔씨소프트, 1달 매출 416억 원을 기록한 ‘검은사막 모바일’을 발판 삼아 호성적을 거둔 펄어비스 등이 있다. 하지만 중소 게임사에 이러한 이야기는 멀게만 느껴진다. 올해 1분기에 게임사 다수가 적자를 기록하거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며 단체로 ‘적색경보’가 뜬 것이다.

대표작 하나를 가지고 코스닥에 도전한 모바일게임 상장사 진영은 전체적으로 우울하다. 가장 상황이 나은 선데이토즈도 영업이익이 2017년 1분기보다 57% 감소했고, 데브시스터즈는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빠진 파티게임즈는 매출이 47.9%나 줄고 영업손실 역시 적자폭이 확대됐다.

부푼 꿈을 안고 코스닥에 입성한 뉴비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6년에 나란히 코스닥에 발을 들인 썸에이지와 액션스퀘어는 올해 1분기에 매출은 70% 이상 감소했다. 썸에이지는 영업손실 6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증가했고, 액션스퀘어는 적자전환했다. ‘HIT’ 성과를 발판 삼아 작년에 상장한 넷게임즈는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도리어 87.4%나 줄어들었다.


▲ 모바일 대표작을 기반으로 상장한 게임사 모두 실적악화를 면치 못했다 (사진제공: 각 게임사)

기존 강자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든어택’ 개발사 넥슨지티는 작년 1분기보다 더 많은 적자를 기록했으며, 드래곤플라이, 와이디온라인, 조이맥스도 매출은 줄고 적자폭은 늘어났다. e스포츠 사업을 전개 중인 액토즈소프트는 올해 1분기에 적자전환했다. 웹게임과 모바일게임 서비스를 업으로 한 엔터메이트는 매출은 60.2% 늘었으나 영업손실 5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기록했고, 한빛소프트는 3분기 연속 영업적자에 빠지고 말았다.


▲ 중소 상장사 역시 저조한 실적을 면치 못했다 (사진제공: 각 게임사)

중소 게임사 중 작년 1분기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곳은 손에 꼽는다. ‘미르의 전설 2’와 ‘열혈강호’라는 확실한 IP를 가진 위메이드와 엠게임은 매출 증가폭에 비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이익률이 높은 IP 판매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작년부터 PC방 및 해외 서비스 사업을 늘려온 플레이위드도 이번 1분기에 영업이익이 37.4% 늘었다.

적색경보 들어온 중소 게임사, 단순히 신작 부재가 원인일까?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기존 매출원의 힘이 빠졌다거나 ‘신작 부재’로만 따질 수 없다. 선데이토즈와 넷게임즈, 썸에이지는 모두 올해 1분기에 모바일 신작을 시장에 내놓았다. 특히 넷게임즈 ‘오버히트’는 구글 게임 매출 4위까지 오른 바 있으며 올해 1월에 출시된 선데이토즈 ‘위베어 베어스 더퍼즐’은 출시 5개월이 넘은 현재도 구글과 애플 게임 매출 10위 권에 들어가 있다.

즉, 신작을 출시하고 시장에서 괄목할 성적을 거두더라도 그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큰 부분은 ‘지급수수료’다. 모바일게임은 매출 중 30%를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구글과 애플에 수수료로 지불하고, 이 수수료는 영업활동에 사용한 ‘비용’으로 처리된다. 이러한 수수료가 없던 온라인게임과 비교하면 모바일게임으로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출을 기존보다 더 많이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개발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적은 비용과 인원으로, 빠르게 만들어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 모바일게임의 강점이었으나 이 부분도 많이 희석됐다. 이 점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게임사는 넷게임즈다. 넷게임즈가 사용한 올해 1분기 영업비용 중 많이 늘어난 부분은 ‘직원’에 대한 내용이다.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건물관리비가 작년 1분기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에서도 온라인게임처럼 해가 지나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덕을 보는 게임사는 소수다.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을 보유한 넷마블이나 글로벌에서 잘 나가는 ‘서머너즈 워’를 등에 업은 컴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앞서 이야기한 넥슨, 위메이드, 엠게임처럼 중국에서 잘 나가는 IP를 가지는 것도 스스로만의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결국 소수를 제외한 많은 게임사는 모바일 신작을 부지런히 확보해 실적을 밀어 올려야 하는 숙명에 놓여 있다. 그러나 개발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고, 매출이 늘어나면 지급해야 할 수수료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환경에서 신작 수만 늘린다고 실적이 좋아지리라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 신작 출시가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래도 새 게임을 낼 수밖에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중소 게임사의 상황이 절로 느껴지는 올해 1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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