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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직장인을 위한 ‘일하는 어른들의 연애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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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개 채용을 시작하는 달이라, 흔히들 ‘공채 시즌’이라 불립니다. 올해 역시 기업들이 공채를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죠. 서류 지원, 면접, 그리고 합격까지... 준비부터 상당히 고된 기간이라, 아마 1년 중 가장 잔혹한 달로 느껴지기도 하죠. 그래도 사회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한번쯤은 거쳐야 하는 관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미소녀메카는 본격적으로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초년생,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의 지쳐가는 직장인들을 위해 성공적인 일탈을 제시하는 작품입니다. 미소녀게임 중에서도 보기 드문 직장인, 그리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카베소프트3 ‘일하는 어른들의 연애사정’입니다.


▲ '일하는 어른의 연애사정' 메인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사이트)

다채로운 성향이야말로 최대 장점, 아카베소프트3

‘일하는 어른들의 연애사정’은 일본 ‘아카베소프트3’에서 개발한 작품입니다. 아카베소프트3는 과거 미소녀메카에서도 자주 다뤄온 아카베소프트2 자회사로, 2012년 처음 설립됐습니다. 회사의 특징으로는 일반적인 미소녀게임 개발사와 다르게, 다양한 성향의 게임을 만드는 걸로 유명하죠. 하나의 통일된 성향으로 브랜드 강화를 도모하는 다른 개발사와 비교하자면, 정말 이례적인 모습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 두 작품만 봐도, 성향이 극과 극을 달린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사이트)

대표작으로는 ‘조커 -사선의 끝의 도화사-(이하, 조커)‘와 ‘창세기담 에어리얼’이 있는데요. 두 작품만 살펴보더라도, 성향이 극과 극으로 다릅니다. ‘조커’에서는 감금된 상태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다뤘다면, ‘창세기담 에어리얼’에서는 미소녀게임에서 보기 드문 로봇물을 소재에 세밀한 밀리터리 지식을 담아냈죠.

오늘 소개하는 ‘일하는 어른들의 연애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름의 독특함을 담았던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에는 상당히 ‘정석’에 가까운 연애 이야기를 다뤄 눈길을 모았습니다.


▲ '일하는 어른들의 연애사정'은 정석에 가까운 연애물로 나왔다 (사진: 필자 촬영)

작은 변화가 삶을 바꾸다, 일하는 어른들의 연애 사정

앞서 이야기한대로, 이번 ‘일하는 어른의 연애사정’은 상당히 정석에 가까운 구조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스토리는 주인공과 히로인의 연애 관계에 집중하고 있으며, 유저 취향에 맞춰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5명의 히로인이 등장합니다. 게임 진행 방식도 공통 루트를 진행하다가 히로인을 공략하면 엔딩까지 일직선으로 가기 때문에, 그야말로 연애 미소녀게임의 왕도를 따르고 있죠..

게임 스토리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게임의 주인공은 평범한 직장인 ‘오가 이츠키’로, 그의 일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침에는 만원 전철로 출근하고, 일터에서는 의욕과 영혼 없이 일을 하죠. 하루 일과를 모두 마무리하면 어느새 퇴근 시간. 집에 와서는 적당히 밥을 먹고 피로감에 곧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하루가 끝납니다.

주인공은 이러한 생활을 반복하며, 매일 지루함과 불만족을 안고 살아가죠. 그러던 어느 날, 직장 선배 ‘우라토미 이치로’와 술을 마시던 와중에, 한번 생활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언을 듣게 됩니다. 해당 조언에 무언가 마음이 움직인 주인공은 그 이후로 태도를 고쳐먹고, 지루하기만 했던 인생을 조금씩 바꿔갑니다.

입사 당시에 비해 살이 찐 체형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거나, 평상시 일을 할 때 좀 더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등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하죠.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런 주인공의 노력은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되고, 더 나아가 새로운 관계를 통해 크게 변화하게 됩니다.


▲ 점차 그의 변화에 주위 사람들도 이를 인식하고...(사진: 필자 촬영)


▲ 주인공의 생활 역시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사진: 필자 촬영)

풋풋한 사랑이 아닌, 어른의 사랑을 그리다

자칫 평범해 보이는 ‘일하는 어른들의 연애사정’이 다른 미소녀게임과 가지는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직장인’의 일상을 이야기로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보통 연애를 다루는 미소녀게임이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이례적이죠.

이는 미소녀게임 시장 초기에 구매층이 대부분 20대 초반이었다는 점과 연관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저 나이대가 주인공과 비슷하면 게임에도 감정 이입을 하기 쉽기 때문에, 학원물이 주류를 이루었죠. 그러나, 2010년대에 넘어오면서 미소녀게임 구매층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신규 유입이 줄어들고, 시장이 점차 마니아 주력으로 바뀌면서 구매층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죠. 대학생이었던 유저가, 이제는 직장인으로 자란 셈이죠.


▲ 예전에는 학원물이 주류를 이루었지만...(사진: 필자 촬영)


▲ 이번 게임은 어른이 된 플레이어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사진: 필자 촬영)

‘일하는 어른들의 연애사정’은 이런 변화를 게임에 옮겨, 플레이어 눈높이를 맞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극적인 변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혈기 넘치는 어린 연령의 주인공과는 다르게, 사회라는 틀에서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소소한 변화를 통해 이제는 사회인이 되어버린 플레이어의 공감을 이끌어내죠.

실제로, 주인공의 변화는 현실에서도 누구나 꿈꾸거나, 생각하는 내용입니다. 퇴근 후에는 바에 가서 술을 마시며 주위 사람과 이야기하기, 평소 가지 않던 가게에 들려서 라이브 공연 보기, 아침에 시간을 내서 조깅하기 등이죠. 그야말로 사회인이라면 공감을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들이 나오기에, 그 어떤 때보다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죠.

사회인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히로인과의 관계에서도 다른 연애 미소녀게임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게임에서는 수줍은, 풋풋함, 설레임 같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뜨거운 사랑 대신, 어른의 여유가 느껴지는 완숙미 넘치는 사랑을 다루죠.

이런 부분이 가장 잘 보이는 부분이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입니다. 데이트 한 번, 그리고 대화 몇 마디만으로도 크게 요동치는 학생들과 다르게, 어른의 관계는 몇 시간 만에 진전이 되고, 특별한 여운도 없이 깔끔하게 끝나버리기도 합니다. 만남의 기회가 적은 어른이기에 오는 변화까지 세밀하게 담아냈다는 점이야말로, 이 게임 최대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 주인공이 어른이라는 점에서, 보여주는 사랑도 조금은 다르다 (사진: 필자 촬영)

후속작은 아쉽지만, 새로운 영역 개척이라는 의미가 있다

왕도를 따르는 연애물이면서, 직장인이라는 소재를 잘 풀어낸 ‘일하는 어른들의 사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아카베소프트3도 여기에 고무되어, 2017년에는 특정 고객을 노린 ‘일하는 오타쿠의 연애사정’을, 2018년에는 더욱 볼륨을 키운 ‘일하는 어른의 연애사정 2’를 차례로 발매했죠. 다만, 두 작품 모두 1편에 비해 못 미치는 평가를 받는데 그칩니다. 새로움을 개척한 1편에 비해, 같은 소재를 다룬 후속작이 밀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성공에 고무되어 후속작이 나온 건 좋았지만...(사진: 필자 촬영)


▲ 그 결과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사진: 필자 촬영)

비록 후속작은 좋은 평가를 내는데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 연애물로 대표되는 미소녀게임에서 ‘직장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한동안 정체되어있던 미소녀게임 시장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실제 사회 생활은 게임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경국지색의 미인 직장 선배도 없고, 바에 앉아있다고 아리따운 여인이 우연히 말을 거는 일도 없죠. 그래도 딱 한가지 스스로를 조금씩 변화시켜보라는 주인공 직장 선배의 조언만큼은 진짜니까, 독자 여러분도 힘들고 지쳤을 때 이 조언을 한 번 되새겨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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