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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언틱 ˝포켓몬GO 성공은 캐릭터에 의존한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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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포켓몬 GO', 단지 '포켓몬'이라 뜬 걸까? (사진출처: '포켓몬 GO' 공식 홈페이지)
▲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포켓몬 GO', 단순히 '포켓몬'이라 뜬 걸까? (사진출처: '포켓몬 GO' 공식 홈페이지)

지난 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AR게임 '포켓몬 GO'는 전세계적으로 AR게임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포켓몬 GO' 열풍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이후 나온 AR게임은 '포켓몬 GO' 만큼의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실패 원인을 프랜차이즈에서 찾는다. '포켓몬' 같은 명품 IP가 없기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켓몬 GO'를 개발한 나이언틱의 생각은 다르다. 4월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VR∙AR 컨퍼런스'에서 나이언틱 아시아 태평양 지부 총괄 마사시 카와시마는 '포켓몬 GO'를 비롯한 자사 AR게임 성공은 멋진 캐릭터와 첨단기술에 의존해 이룩한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AR게임의 핵심은 유명 브랜드 캐릭터나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첨단기술이 아니라, 이용자가 삶에서 더 큰 가치와 의미를 찾게 해주는 데 있다는 것이다.

강연을 진행한 마사시 카와시마 나이앤틱 아시아 태평양 총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강연을 진행한 마사시 카와시마 나이앤틱 아시아 태평양 총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나이언틱은 본래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다. 나이언틱 창업자 존 행키는 구글 어스, 구글 지도, 구글 스트리트 뷰 등의 개발을 지휘하며 AR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AR이라 하면 실제와 가상이 결합된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행키는 AR이 반드시 시각적 요소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 존재하는 사물에 정보를 덧씌워 보다 확장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AR의 핵심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나이언틱이 출시한 첫 번째 앱 '필드 트립(Field Trip)'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2012년에 나온 이 앱은 방문 중인 장소의 역사와 특징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나이언틱은 이용자가 '필드 트립'을 이용해 방문 중인 장소를 보다 잘 이해할수록 방문지에서 더욱 의미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필드 트립' 공식 홍보영상 (영상출처: '필드 트립' 공식 유튜브 채널)

하지만 '필드 트립'은 나이언틱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저조한 성과를 거두었다. 마사시는 '필드 트립'의 실패 요인은 여러 가지였지만 그 중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맥락의 부재'였다고 회고했다. '필드 트립'은 지역 정보를 제공할 뿐, 사람들이 의미 있다고 인지할 만한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을 제시하지 않았다. 활동에서 맥락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맥락의 부재'라는 문제에 직면한 나이언틱이 택한 대안은 게임이었다. 2012년 11월 출시된 나이언틱 첫 번째 AR게임 '인그레스(Ingress)'는 시각적 증강 없이 방문한 지역에 특정 정보를 덧씌우기만 한다는 점에서는 '필드 트립'과 유사했다. 그러나 '인그레스'는 '필드 트립'과 달리 흥미로운 가상의 상황을 상정하고, 목표를 부여했으며, 이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을 제시했다.


▲ '인그레스' 공식 홍보영상 (영상출처: '인그레스' 공식 유튜브 채널)

'인그레스'는 육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 두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이물질(Exotic Matter)'이 존재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특이물질'은 '포탈'이라 불리는 지점에 생성된다. 이에 두 비밀조직이 '포탈' 점유권을 놓고 대립하게 되는데, 이용자는 이 중 한 조직에 소속된 요원이 된다. 임무는 '포탈'을 해킹하고 '특이물질'을 모으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포탈'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포탈'은 실제 세상 곳곳에 위치해 있으며, 이를 점유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직접 해당 장소까지 찾아가야 한다. 이전에는 의미 없이 지나치던 일상적 공간도 '인그레스'를 접한 이후에는 '확보해야 할 포탈'이라는 새로운 맥락에서 인식하게 됐다. 또한 이러한 상황 맥락을 바탕으로 이전에는 관심 없던 동네 구석 구석을 꼼꼼이 관찰하고, 다른 도시로 원정여행도 가는 등 새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여러 국가 게이머가 참여한 '인그레스' 서울 이벤트 (사진출처: '인그레스 공식 홈페이지)'
▲ 여러 국가 게이머가 참여한 '인그레스' 서울 이벤트 (사진출처: '인그레스' 공식 홈페이지)

이렇듯 일상에서 새로운 맥락을 부여해준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크게 열광했다. 외출을 거부하던 하지장애인은 '인그레스'를 시작한 이후 '포탈'을 확보하기 위해 휠체어를 개조하기까지 하며 바깥 활동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이전에는 모르고 지내던 이웃주민들이 동네 '포탈'을 관리하자며 커뮤니티를 이루기도 했다. AR게임을 매개로 삶의 물리적 영역과 사회 관계망이 확장된 것이다. 현실과 게임이 긴밀하게 연결됐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인그레스'가 거둔 성과로 나이언틱은 AR게임이 실제 삶에서 새로운 맥락과 의미를 찾게 해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게임적 상황 맥락과 목표, 달성 방법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일상 공간에서 새로운 체험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는 충분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전에는 갈 필요를 못 느끼던 장소로 모험을 떠날 동기를 부여해줄 수도 있었다.

'인그레스'를 매개로 모인 일본 지역 동호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인그레스'를 매개로 모인 일본 지역 동호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에 자신감을 얻은 나이언틱은 2016년 두 번째 AR게임을 출시했다. 이 작품이 바로 '포켓몬 GO'다. '포켓몬 GO'는 '포켓몬'이라는 유명 브랜드와 시각적 증강 등 여러 면에서 진보했지만, 사실 근본적인 가치는 '인그레스'와 동일하다. 실제 삶에 새로운 요소를 덧씌워 일상의 체험을 확장시키고, 사람들이 더욱 활동적이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포켓몬 GO'는 희귀 포켓몬을 포획하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이러한 목표는 기존의 '포켓몬' 시리즈에서 늘 제시됐던 것이다. '포켓몬 GO'가 AR게임으로서 차별화되는 점은, 포켓몬을 잡고 육성하는 체험을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 호수나 강이 있는 장소에서는 물 속성 포켓몬이 등장한다. 그렇기에 이용자는 원하는 포켓몬을 얻기 위해 주변을 더욱 자세히 살피고 인지하게 된다.


 ▲ 날씨에 따라 다른 포켓몬이 등장하는 등, 현실과 연결된 체험을 선사하는 '포켓몬 GO' (영상출처: '포켓몬 GO' 공식 유튜브 채널)

마사시는 이러한 특징 덕분에 '포켓몬 GO'는 이용자를 물리적으로 건강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환경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모르는 사람도 쉽게 만나고 친해지게 해주며,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떠날 동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포켓몬 GO'의 성공은 단순히 '포켓몬' IP나 수집요소, 시각적 증강기술에만 의존해 이룩한 것이 아님을 설명했다. AR게임은 시각 외에도 여러 방식으로 실제 삶에 정보를 덧씌우고, 이를 통해 새로운 체험의 문을 열어준다. 즉,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뜨게 해주고,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즐기게 도와준다.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진행되는 '포켓몬 GO' 청소 이벤트 (사진출처: '포켓몬 GO' 공식 홈페이지)
▲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진행되는 '포켓몬 GO' 청소 이벤트 (사진출처: '포켓몬 GO' 공식 홈페이지)

끝으로 그는 '인그레스'와 '포켓몬 GO'가 보여준 것처럼 게임은 충분히 세상에 이롭게 쓰일 수 있지만, 모든 게임이 이로운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게임에 사회에 도움이 될지의 여부는 개발업체에 달렸다는 것이다. 마사시는 앞으로 더욱 좋은 게임들이 나와 세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게임 개발업체들의 책임감을 요청하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과거 나이언틱은 공식 블로그에 "우리 기준에서 의미 없이 가상 사물을 덧씌워 보여주는 것은 AR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AR의 진정한 가치는 증강된 현실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나온 수많은 유사 '포켓몬 GO'는 과연 AR을 통해 어떤 새로운 체험과 삶의 의미를 추구했을까? 완숙한 AR·VR 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커져가는 지금,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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