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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R 발판으로 다크소울을? 평범함을 거부하는 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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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마치 후라이드 치킨과 같다. 잘 만들어진 치킨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양념을 곁들이면 더 맛있다. 마찬가지로 게임에도 양념같은 변칙적인 플레이를 더하면 색다른 매운맛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요즘 게임들은 다양한 도전과제를 제시하여 다양한 플레이를 시도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바야흐로 게임을 ‘보는’ 시대가 왔다. 각종 특이한 플레이를 직접 하진 못해도, 개인 방송 진행자나 프로게이머들의 독특한 플레이나 슈퍼플레이를 보고 환호하는 것이 일상화 된 것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양념을 다소 과하게 친 기행적인 플레이로 인기몰이를 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게임패드와 키보드를 거부한다, 엽기적인 조작법들

일각에서는 그냥 해도 어려운 게임을 독특한 조작법으로 재차 정복하곤 한다. 그 중, 3인칭 액션 어드벤쳐 게임 ‘다크 소울’시리즈는 어려운 게임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한 번은 당할 수밖에 없는 함정들이 도사리고, 적들은 갑자기 툭툭 튀어나온다. 그나마 이 게임에서 가장 쉽다는 보스전도 다양한 패턴과 상태 변화로 인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손으로 해도 힘든 이 게임을 발로 클리어한 사례가 있다. 한 게이머가 'DDR' 등에 사용되는 댄싱 패드를 이용해 ‘다크 소울 3’에 도전한 것이다. 그는 댄싱 패드의 각 발판을 게임 패드의 각 버튼에 연결해 조작했다. 이 게이머는 30여 번의 ‘유다희’ 끝에 결국 보스를 처치해냈다. 그 과정에서의 엄청난 운동량(?)에 뭇 시청자들이 박수를 보냈음은 물론이다.

다크소울
▲ 댄싱 패드로 다크소울 플레이에 도전한 게이머 (사진 출처: Rudeism 유튜브)

이어서, 국내에서 ‘항아리 게임’이라 알려진 ‘Getting Over It’에도 기인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이 게임은 단순하다. 무슨 사연인지 손에는 망치를 들고 하반신은 항아리에 갇힌 남자를 조작해 무작정 위로 오르는 것이 목표다. 조작은 마우스로 망치를 움직이는 것이 전부고 그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낯선 조작법으로 항아리에 든 남자를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미끄러지면 한없이 떨어져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동안의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는 셈. 그야말로 기획 의도부터 악랄하다.

그러나 이 악마같은 게임에도 기이한 플레이를 적용하는 게이머들이 나타났다. 작년 11월, 개인 방송 진행자 ‘중괄호’는 마우스를 실제 망치에 부착해 게임 속 남자와 같이 망치를 쥐고 휘둘러 가며 플레이했다. 그는 결국 게임 클리어에 성공했는데, 묵직한 손맛이 생각보다 편했다고 한다.

망치 항아리
▲ 몰입감 최고! (사진출처: 중괄호 유튜브)

또다른 게임 ‘앙빅’은 아이템 파밍 요소가 있는 플랫포머 게임이다. 이 게임의 특별한 점은 그 난이도에 있다. ‘다크 소울’ 시리즈가 생각나는 함정 배치와 암기 플레이를 방해하는 랜덤 요소가 게임을 어렵게 한다. 여기에 클리어할수록 난이도는 점점 올라가, 최고 난이도에 이르면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게임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개인 방송 진행자 김나성 씨는 이를 무려 자동차 운전대로 조작했다. 그는 핸들 회전에 좌/우 이동을 연결하고, 페달에 점프 및 공격 등 나머지 동작을 분배했다. 재빠르게 좌우로 움직여야 하는 장면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핸들을 꺾어야 했고, 점프와 공격을 위해 페달을 수시로 밟아대야만 했다. 결국 그는 수 차례 시도 끝에 게임 클리어에 성공했다. 고난이도 게임을 난해한 장치로 클리어했다는 사실은 당시 같은 게임에 도전 중인 게이머들과 그들을 구경하는 시청자들 사이에 큰 화제와 경이를 불러일으켰다.

차(車)포(包) 떼고 플레이

이번에는 별도의 입력 장치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서 일부 요소를 제거하고 플레이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마치 장기에서 숙련자가 차(車)포(包) 떼고 두는 것과 같다.

가장 대표적인 차포 떼기 플레이는 무기나 방어구를 모두 벗고 맨몸으로 다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려한 장비를 걸친 사람보다 헐벗은 사람(팬티맨)이 훨씬 강하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이같은 플레이는 많은 게임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이라면,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1인칭 대전 액션 게임 ‘시벌리’에서 맨손으로 기사를 제압하는 부분이다. 완전 무장한 기사가 검 한번 맞춰보지 못하고 주먹질에 혼쭐이 나는 장면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주먹은 검보다 가까웠다
▲ 주먹은 검보다 가까웠다 (사진출처: gfycat.com)

일부 유저들은 그보다 한층 더 하드코어한 플레이에 도전한다. 출시된 지 20년이 넘은 벨트스크롤 비뎀업 게임의 전설적인 작품 ‘던전 앤 드래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는 아직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많다. 때문에 현재는 출시 당시엔 상상할 수도 없던 실력과 테크닉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수 년 전부터 마법사로 마법 없이 클리어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상점이나 아이템도 이용하지 않는다. 오직 처음에 들고 시작하는 지팡이와 품 속에 숨긴 단검만으로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다 때려눕힌다.

마법사님 봉술이 장난아니다
▲ 마법사님 봉술이 장난아니다 (사진출처: tezuka 유튜브 갈무리)

무기도 빼고, 마법도 빼고... 이제는 하다 못해 폭력도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청개구리들도 있다. 악당이라도 절대 죽이지 않는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처럼, 아무도 죽이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슈퍼마리오’에서 아무도 밟지 않고 달린다거나, 또는 ‘GTA’ 시리즈같은 범죄 게임에서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모범시민으로 플레이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선량한 시민들이 최대의 적이 된다.


▲ 민간인들아 제발 비켜줘 (영상출처: BuzzFeedBlue 유튜브 채널)

위와 같이 게임을 파고들고 비트는 행위는 새로운 즐거움을 만든다는 점에서 게임이 만든 '2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2차 게임은 인터넷 개인 방송 등에서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좋은 소재가 되고,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또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게임과 파고들기, 그리고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의 선순환이 깊이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자극제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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