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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시장의 특성, 데이터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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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을 진행한 제프 린든 아이드림스카이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세계에서 가장 크면서 동시에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게임시장이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단순히 큰 돈 벌 수 있는 '금광' 정도로 생각하고 접근한 개발자들은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물론 판호 등 제도적 측면에서도 진입이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틈을 비집고 들어가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시장임을 깨닫게 된다. 외부와 판이하게 다른 중국 게임 문화 탓이다. 분명 전세계 시장에서는 성공한 게임이어도 중국에서는 외면 받기도 하고, 반대로 모두 거들떠보지 않던 게임이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올해 GDC 강연 '중국 게이머들의 진화'는 이처럼 독특한 중국 게임 문화를 데이터 위주로 살피자는 취지로 준비됐다. 강연 진행자 제프 린든은 중국 대표 모바일게임 배급사 아이드림스카이 대표이자 홍콩 e스포츠 자문위원이며, 그 외에도 중국 게임업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중국에서 여러 게임을 서비스한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중국 게이머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다른 취향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중국 내에서도 복잡하게 나뉘는 각 소비자군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중국 게임시장은 2017년에만 35조 6,7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린든이 제시한 데이터(조사기관 NewZoo)에 따르면, 2017년 게임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한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시장에서만 게임에 약 330억 달러, 한화로 35조 6,730억 원이 쓰인 것이다. 이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 높은 매출액이다. 같은 해 2위인 미국은 약 250억 달러, 3위인 일본은 약 125억 달러, 4위와 5위인 독일과 영국은 약 40억 달러를 기록했다.

게이머 수도 중국이 단연 압도적이다. 같은 데이터 조사에서 중국은 2017년에만 5억 6,400만 명이 게임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위부터 5위까지인 미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의 게이머를 다 합해도 중국 게이머 수에 미치지 못한다.


▲ 린든이 나눈 중국 게임시장 역사의 다섯 단계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 압도적인 규모에만 시선을 집중하지, 중국 게임시장이 형성된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중국 게임시장은 1994년부터 이미 존재해왔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게임은 극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당시 주류를 차지한 PC 및 콘솔 기기와 패키지 값이 대다수 중국인에게는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중국 게이머는 2000년 이전에 나온 게임은 들어본 적조차 없다. 다른 국가에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나 '둠', '던전 키퍼' 같은 게임은 이름만 들으면 다들 알 만한 작품으로 통하지만, 중국에서는 아직도 매우 생소하게 여겨진다. '슈퍼 마리오'나 '디아블로'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둬야 간신히 이름이 전해지는 수준이었다. 린든은 오죽하면 대부분의 중국인이 최초의 FPS를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알 정도라고도 이야기했다.


▲ 2000년 이전 게임은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어도 중국 게임시장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MMORPG가 대두된 것이다. 이 시기는 중국의 경제여건이 좋아지기 시작한 때와도 맞물렸고, 많은 게이머가 MMORPG를 인생 첫 게임으로 접했다. 이 시기 중국에 유입된 게임들은 대부분 정액제로 서비스되는 한국 게임들이었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라그나로크 온라인', '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이 당시 중국에서 흥행한 대표적 작품들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중국 게이머는 이러한 작품들을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 구성과 인터페이스에 익숙하며, 그 틀에게 맞지 않는 작품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 사실상 중국 게임시장의 1세대를 이룬 정액제 MMORPG (사진: 게임메카 촬영)

중국 게임시장은 2006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정액제 대신 부분유료 게임들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던전앤파이터'를 필두로 하는 게임들이 중국으로 진출해 들어갔고, 기본적으로는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되 추가 서비스나 고급 아이템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구매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 중국에도 정착했다. 무료 플레이는 중국 게임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과거 정액제 시절에는 이용요금을 부담할 수 있는 이들만 플레이 할 수 있었지만, 이후로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게임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분유료 MMORPG는 2010년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 중국 게임시장을 팽창시킨 부분유료 MMORPG (사진: 게임메카 촬영)

2011년부터는 중국에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게임시장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하는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앵그리 버드', '템플 런', '클래시 오브 클랜즈', '인피니티 블레이드' 등 수많은 모바일게임이 중극으로 유입됐다. 이처럼 중국 게임 시장은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세대 교체를 겪었다. 그 탓에 세대 간에 익숙하게 느끼는 게임 방식, 구매 방식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게임시장의 가장 특이한 점은 외국 IP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명 IP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PC와 콘솔을 중심으로 성립됐다. 그러나 중국 게임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MMORPG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그나마도 초반에 한국 IP의 영향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중국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한 자체 IP에 더 익숙하다. 린든은 따라서 섣불리 해외 IP로 중국 게임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외국 IP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은 '워크래프트'나 '미르의 전설', '열혈강호' 등 그 사례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조작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대부분의 중국 게이머들은 콘솔 패드에 익숙하지 못하다. 마우스와 키보드도 그나마 일찍 MMORPG로 게임을 접한 이들에게 익숙한 것이고, 요즘 10대와 20대 초중반은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에 훨씬 익숙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처음 게임을 접할 때 배운 조작이 터치스크린이다. 따라서 젊은 중국 게이머들에게 터치스크린은 가장 익숙하면서도 당연한 조작 방식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중국 게이머는 같은 FPS 게임이 PC와 모바일 두 버전으로 있으면, 모바일을 선택할 정도라고 한다. 중국 시장에서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마우스 및 키보드나 패드 보다는 터치스크린을 고민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 2017년 기준 중국 게임시장 매출의 51%는 모바일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구매 패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초기에 중국 게이머들은 플레이에 돈을 쓰는 데 인색했다. 정액제 MMORPG로 게임을 시작한 이들은 정해진 금액만 내면 모든 콘텐츠를 제한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분유료 MMORPG로 시작한 이들은 게임에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실제로 린든은 2011년에 '왜 게임에 돈을 쓰게 만들었냐'는 항의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층은 플레이를 위해 지갑을 쉽게 여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데이터 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1년에 '1년에 한 번 이상 게임에 과금하겠다'고 응답한 게이머 비율은 62.7%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83.30%로 증가했다.


▲ 게임에 기꺼이 과금하는 비율은 7년 전 대비 크게 늘어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중국 게이머들은 어떤 콘텐츠에 돈을 쓸까? 전체 응답자 중 스팀 등 프리미엄 게임 다운로드에 돈을 쓰겠다고 답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이는 패키지 게임을 구매해본 세대의 층이 얇은 데서 기인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가장 구매의지가 강한 콘텐츠는 아이템이었다. 중국 게이머는 아이템 과금이 가장 돈을 쓸 만한 콘텐츠라고 여긴 것이다.

다만 응답자 중 45.2%는 한 번 과금에 7.5달러(한화 약 8,000 원)까지만 쓰겠다고 답했고, 27.3%는 15달러(한화 약 1만 6,000 원)까지만 쓰겠다고 응답했다. 린든은 이처럼 한 번 구매비용이 적은 이유를 2011년 이후 부분유료화 유료화모델에서 찾았다. 패치를 통해 특정 아이템 성능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강한 아이템을 내 구매를 유도하는 일이 너무 잦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젊은 유저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판매전략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반드시 최고급 아이템을 얻어야 한다는 욕구 자체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어차피 곧 약화될 테니 큰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성 게이머의 증가도 최근의 주목할 만한 변화다. 린든은 10년 전만 해도 여성 게이머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이제 중국 게이머 중 24.1%는 여성이라고 전했다. 다만 여성 게이머가 즐기는 게임은 남성 게이머의 선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게이머가 '리그 오브 레전드'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등을 즐긴다면, 여성 게이머는 '아이러브니키'나 '앙상블스타즈', '연여제작인' 등 연애 요소가 있는 순정만화 풍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 중국 여성 게이머의 취향은 남성 게이머와 확연히 구분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린든은 이러한 게임들이 스토리보다는 수집요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서구 개발자들이 스토리 위주의 연애물로 중국 여성 게이머를 노린다면, 예상 외의 실패를 거둘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는 중국 내 여성 게임시장이 아직 제대로 분석되지 않은 채 남아있으므로, 성향만 분석할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 외에도 린든은 애니메이션 풍 아트의 게임, .io 게임(다운로드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웹게임 일종) 등이 최근 중국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러한 게임들은 비교적 최근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io 게임은 텐센트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로, 상업화 모델 자체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다.

인디 게임은 잠재성 있지만 위험한 시도라고 조언했다. 지금껏 중국은 아이템을 사서, 적과 싸우고, 그 보상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반복 순환식 콘텐츠에 길들여져 있었다. 인디 게임이 추구하는 독특한 스타일과 비전은 이전에 없던 요소이므로 중국 게이머들을 매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중국 게이머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외면할 위험성도 결코 낮지 않다.


▲ 중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인디 게임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린든은 중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구하라고 충고했다. 중국 제도상 현지 파트너가 없으면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할뿐 아니라, 중국의 독특한 게임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현지화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파트너들조차 서구 철학과 비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늘 파트너와 긴밀히 교류하며 작품의 핵심을 공유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중국 서비스를 계획 중인 개발자에게는 반드시 직접 중국에서 1~2주일 동안 최소 3개 도시에서 살아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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