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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삐걱, 고장난 '걸판 드림 탱크 매치' 무한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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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즈 앤 판처 드림 탱크 매치' 한국어판 트레일러 (영상제공: BNEK)

애니메이션 ‘걸즈 앤 판처’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캐릭터와 스토리의 조화에 있다. ‘스트라이크 위치즈’ 등에서 이름을 알린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시마다 후미카네의 캐릭터 디자인, 약소 팀이 학교를 구하기 위해 전국 대회 우승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피 끓는 스토리, 그리고 짜릿한 전차전, 3가지가 어우러지며 ‘미소녀 스포츠물’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이후 소설이나 코믹스 등 다양한 장르로 파생되며 흔히 말하는 ‘대박’을 쳤다.

하지만 유독 게임으로 나온 ‘걸즈 앤 판처’는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다. 특히 2014년 PS비타로 나온 게임은 나쁜 조작감과 떨어지는 AI로 팬들을 눈물 짓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7일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PS4용 게임 ‘걸즈 앤 판처 드림 탱크 매치(이하 드림 탱크 매치)’를 내놓았다. 여기에 ‘드림 탱크 매치’로 진짜 전차전을 보여 주겠다는 포부까지 드러냈다. 과연 전작의 단점을 날릴만한 화력을 갖추었을까? 국내 ‘걸즈 앤 판처’ 성지까지 직접 찾은 ‘팬심’ 넘치는 기자가, 리뷰를 위해 PS4를 켰다.

걸즈 앤 판처
▲ '걸즈 앤 판처 드림 탱크 매치'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애니메이션 100% 재현? 빈약한 스토리 모드

사실 ‘드림 탱크 매치’는 처음부터 스토리 측면에서는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다. 일종의 싱글 캠페인 모드인 ‘감상전’이 게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보다는, 2016년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많은 팬들이 극장판 스토리를 알고 있는 것을 감안해 주인공 ‘니시즈미 미호’와 오아라이 여자학원 팀이 아닌 다른 캐릭터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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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전 모드'는 스테이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감상전’은 크게 2가지 이야기로 전개된다. 기본적인 뼈대는 오아라이 여자학원 팀이 학교 홍보를 위해 극장판에서 치뤄진 초청전과 대학선발팀과의 시합을 담은 프로모션 영상(PV)을 만든다는 게임 오리지널 스토리다. 이를 위해 세인트 글로리아나, 쿠로모리미네, 안치오, 선더스, 케이조쿠, 치하탄, 그리고 대학선발팀까지 각 팀 캐릭터가 한 자리에 모인다.

두 번째는 캐릭터들이 지난 시합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이런 회상씬은 플레이어가 직접 전차를 조종해 짧은 미션을 진행하며, 극장판 애니메이션 속 전투를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다.

하지만 ‘감상전’을 이루는 두 이야기 축이 모두 흔들리며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 먼저 PV 촬영 이야기는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대부분 애니메이션 상황을 해설하는 것이라 딱히 매력적이지 않다. 거기에 팬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일러스트나 컷신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에 나오지 않았던 전투를 설명해 흥미를 돋우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사이사이에 배치된 오리지널 스토리가 오히려 감상전 전체의 흐름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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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만 해도 새로운 일러스트가 기대감을 자극했으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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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로는 스탠딩 이미지와 대화만 이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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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컷을 다시 사용하는 연출이 대다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플레이어가 직접 전차전을 펼치는 회상 스토리도 아쉬운 점이 많다.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 속 배경이나 전투 양상 등을 충실하게 구현하긴 했지만, 게임만으로 극장판 스토리를 100% 체험할 수는 없다. 애니메이션에서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장면 중에서도 일부는 플레이어가 주역으로 활약할 수 없거나, 캐릭터들 대화에서 언급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아라이 여자학원 하마팀이 모는 구축 전차 ‘3호 돌격포’는 대학선발팀과의 경기에서 주변 건물에 동화되는 수준의 위장으로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정작 게임 속에서는 이러한 위장 작전을 플레이어가 아닌 AI가 펼친다. 순간 플레이어가 주역이 아니라 들러리가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져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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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차로 내려간 신사 계단까지 확실히 구현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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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위장 작전을 내가 하고 싶었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감상전’ 외에 제공되는 게임 모드에서도 스토리는 빈약하다. 먼저 게임 속 9개 팀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담긴 아케이드 모드 ‘쟁탈전’은 분량이 다소 짧은 편이다. 이어 특이한 전투 스테이지를 담은 ‘엑스트라 매치’는 아예 스토리 요소가 없다. 특히 ‘엑스트라 매치’에는 TV 애니메이션 속 전투 등을 재현한 스테이지가 있는데, 아무런 이야기도 없으니 조금 밋밋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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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쟁탈전'의 오리지널 스토리는 분량이 짧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포격재미 는 만점, 주행 난이도는 빵점

이처럼 ‘드림 탱크 매치’는 스토리 측면에서 많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전차끼리 맞붙는 전투는 어떤 모습일까? 대개 미소녀 캐릭터를 강조한 게임은 캐릭터 매력에 집중하기 위해 복잡한 요소는 덜어내기 마련이지만, ‘드림 탱크 매치’는 사실적인 물리와 박력으로 유명한 ‘월드 오브 탱크’처럼 하드코어 전차전을 지향했다.

게임 속 전차는 화력이나 주행 능력, 포신 갯수나 돌아가는 각도, 장전 속도, 장갑 등의 기본적인 성능이 각기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화력은 강하지만 포탑이 없어 전방만 공격할 수 있는 구축전차, 발이 빠른 경전차, 느리지만 단단하고 강력한 중전차 등 다양한 전차가 등장한다. 또한, 컨트롤 요소도 제공된다. 차체를 틀어 탄환이 관통되지 않도록 하는 ‘티타임 방어’나,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무한 궤도 크러시’, 장갑이 얇은 지점을 공격하는 ‘약점 직격’ 등으로 체급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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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갑을 못 뚫으면 피해를 주기 어렵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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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점을 맞추면 쾌감이 상당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걸즈 앤 판처’답게 전차가 드리프트를 하거나 주행 중 180도 회전을 하는 등,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단단한 적 전차를 상대하기 위해 드리프트로 갑자기 후방을 노리는 등, ‘걸즈 앤 판처’ 특유의 액션이 가능하다. 또한, 지축을 울리는 포격음이나 피격 당한 전차가 데굴데굴 굴러 가는 모습 등이 전차전의 박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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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전차로 드리프트 한다고 생각했을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조작은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게임 특성상 포탑을 이리저리 돌리며 움직이기 때문에 격렬한 전투 중에는 앞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만히 멈춰 있으면 포탄 세례를 받기 일쑤라 계속해서 움직이게 되는데, 다른 곳을 보면서 전차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슷한 전차전을 다룬 ‘월드 오브 탱크’에서는 자동 전진 기능을 탑재해 회전 방향만 조작하게끔 배려했지만, ‘드림 탱크 매치’에서는 이러한 보조가 없어 불편하다.

또한, 좌우 선회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도 조작을 어렵게 만든다. 게임에서는 L스틱을 좌우로 꺾어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는데, 살짝만 눌러도 방향이 확 바뀌기 때문에 코너링이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전진만 하고 싶을 때도 스틱이 미세하게 옆으로 향해 있으면 여지없이 꺾이기 때문에 만취 운전자의 음주 운전처럼 지그재그가 되기 일쑤다. 그렇다고 전차를 몰며 안전운전을 하고 있으려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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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 지점까지 향하는 미션은 정말 힘들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단점은 기본 속력이 빠른 CV-33이나 크루세이더 순양전차 조종 시 심해진다. 앞으로 전진만 하려고 해도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나가 벽에 부딪히고, 살짝 꺾어서 나오려고 하면 곧바로 180도 회전해 반대편 벽에 부딪히는 것이다. 일부 유저 사이에서 ‘크루세이더는 사람이 조종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자 역시 크루세이더를 조작해야 하는 스테이지에서 AI를 상대로 몇 번이나 패배를 했는지 모르겠다. 스틱 감도를 낮추거나, 선회 속도를 줄여야 원활한 조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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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세이더로 4호 전차를 잡는 미션은 3번 시도해서 겨우 클리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꾸미는 재미 쏠쏠한 온라인 매치, 서버가 발목 잡았다

‘드림 탱크 매치’의 다소 불편한 조작에도 익숙해졌다면, 이제 주요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온라인 매치’에 도전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유저와 본격적인 전차전을 벌이는 것이다.

온라인 매치는 데스매치처럼 계속해서 상대를 격파해야 하는 ‘섬멸전’, 플래그 전차를 먼저 파괴하는 쪽이 이기는 ‘플래그전’, 그리고 매번 규칙이 바뀌는 ‘이벤트 매치’ 등으로 나뉜다. 어느 정도 패턴이 정해진 AI와 달리, 실제 플레이어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전략전술로 대응을 해 대전 양상이 수시로 달라지기에, 가벼운 긴장감과 함께 몰입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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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릴 넘치는 PvP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자신이 사용할 전차를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독특한 스킬을 지닌 차장, 능력치 보너스를 주는 승무원을 원하는 대로 배치해, 전차 성능을 조정할 수 있다. 여기에 색상이나 데칼을 붙여 외형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외형에 좋아하는 캐릭터의 얼굴을 붙일 수 있어 넘쳐 흐르는 ‘덕심’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도 가능하다. 데칼은 싱글 플레이 중 ‘보코’라는 곰인형을 발견하면 얻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같은 스테이지를 반복하며 데칼을 얻는데 몰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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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치는 '안초비' 사랑을 전세계에 퍼트리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온라인 매치에도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서버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일본에 위치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칭을 하려고 하면 서버와의 통신 에러로 매칭룸에 들어갈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여기에 '사람이 꽉 차 들어갈 수 없다'는 메시지도 부지기수다. 대략 열 번 정도 시도하면 한 판 성사되는 수준. 아무리 온라인 매치가 재미있다 하더라도 게임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극심한 서버 문제가 하루 빨리 수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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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매칭 안돼 돌아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첫 인상은 좋았지만...

대개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게임은 유명 캐릭터 인기에 편승할 뿐, 게임성은 그저 그렇다는 세간의 선입견이 있다. ‘드림 탱크 매치’ 역시 처음 공개됐을 때 비슷한 우려가 있었고, 반다이남코는 ‘걸즈 앤 판처’다운 전차전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히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막상 접해본 게임은, 하면 할 수록 잘 기획된 콘텐츠를 갉아먹는 치명적 문제점이 드러났다. 극장판을 보다 깊이 있게 체험하라는 ‘감상전’ 모드는 이미 봤던 애니메이션 ‘재탕’에 그쳤고, 전차전은 난해한 조작이 전략성을 떨어트렸다. 흥미진진한 온라인 매치는 서버 상태가 발목을 잡고 말았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전차가 갈 수 없는 길은 없다”고 하지만, ‘드림 탱크 매치’가 ‘갓겜’으로 향하는 길은 다소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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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차가 갈 수 없는 길은 없다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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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상
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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