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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같지만 전혀 다른 그래픽카드가 있다? 라데온 RX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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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래픽카드에는 정해진 성능과 스펙이 있다. 오버클럭을 통해 성능이 오를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스펙은 변함이 없다. 어떤 그래픽카드에 포함된 세부 부품들이 그래픽카드 제조사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GPU 스펙은 달라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제품을 출시할 때 발표하는 스펙은 소비자와의 약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라데온 RX 560의 스펙이 달라지면서 RX 560이 두 개가 되어버린 것. 기존에는 1024개 스트림 프로세서(16 컴퓨트 유닛) 기반이지만 갑자기 896개 스트림 프로세서(14 컴퓨트 유닛)를 가진 라데온 RX 560이 조용히 나타나서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물론 컴퓨트 유닛 개수를 14CU, 16CU로 표기해서 구분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RX 560 이라는 이름을 공유하기 때문에 혼동은 피하기 어렵다.

 

과연 RX 560 14CU 제품과 16CU 제품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궁금증 해소를 위해 직접 테스트했다.

 

 

두 개의 라데온 RX 560, 어떤 차이가 있는가?

 

두 라데온 RX 560의 스펙 차이는 ▲컴퓨트 유닛(스트림 프로세서) 수 ▲동작속도 ▲텍스처 유닛 ▲전력소모 등이다. 이 중에서도 컴퓨트 유닛 구성이 두 제품의 운명을 가르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 두 라데온 RX 560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양표

 

AMD가 공개한 사양표를 확인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기존 판매되던 라데온 RX 560은 1024개의 스트림 프로세서(컴퓨트 유닛 16개)로 구성되어 있다. 텍스처 유닛 64개, 렌더링 파이프라인 16개로 라데온 중급형 라인업의 공식을 잘 따르는 제품이다.

 

반면 좋지 않은 곳을 스친 또 다른 라데온 RX 560은 스트림 프로세서의 수가 896개가 되면서 컴퓨트 유닛의 수도 14개가 되었다. 기존 대비 스트림 프로세서가 128개 줄어든 수치. 동시에 텍스처 유닛도 64개에서 56개로 축소된다. 이렇게 물리적인 스펙이 달라졌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라데온 RX 560이라는 동일한 이름을 하고 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일까?

 


▲ 엔비디아 지포스 GTX 260도 초기 192 쿠다코어 모델을 판매하다 후기에 216개로 증가한 제품을 판매한 바 있다

 

▶ 좋은 예

초기 지포스 GTX 260은 192개 쿠다코어를 제공한 중급 게이밍 그래픽카드로 당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쿠다코어를 216개로 늘린 모델이 시장에 유통된 바 있다. 당시에는 제품 패키지나 제품 식별표에 216개의 쿠다코어가 있다는 표식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구별이 가능하도록 했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성능이 더 올라갔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겠다.

 

▶ 좋은지 나쁜지 애매한 예 

지포스 GTX 1060과도 유사하다. 현역으로 판매 중인 이 제품은 비디오 메모리 용량 6GB와 3GB 모델에 따라 쿠다코어 구성이 다르다. 6GB는 1280개, 3GB는 1152개 쿠다코어가 탑재된다. 쿠다코어 구성과 메모리 용량은 다르지만 그 외 구성은 동일하다. 이 역시 제품 패키지에 관련 스펙을 인지 가능하게 만들어 혼동을 줄였다. 다만 이런 점을 잘 모르는 구매자는 단순히 메모리 용량의 차이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 RX 560은? 

라데온 RX 560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위 두 사례는 사양이 개선되었거나 하향되었어도 제품의 변경 요소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엔비디아 홈페이지에서도 GTX 1060은 <6GB/3GB> 라는 표식으로 구분 지은 반면 라데온 RX 560은 두 사양 모두 <Radeon RX 560 Series>로 묶었다. 유통사가 양심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사양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 다행히 유통사가 제품명에 14CU를 붙여 혼동을 막는다. 하지만 구매 전 최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온라인에서는 구매 단계에서 구분할 수 있다. 다나와에서는 칩 형태를 라데온 RX 560 / RX 560D로 표기해 혼동을 최소화했다. 제품명도 중간에 ‘14CU’라는 명칭을 붙여 구분짓고 있으니 구매 단계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간단히 말하면 14CU가 스펙이 낮은 제품이다.

 

 

RX 560이 왜 두 개가 되었을까?

 

왜 RX 560이 두 개가 되었을까? 두 그래픽카드에 달린 GPU의 출신을 추적해 보면 답이 나온다. GPU-Z를 통해 확인해 보니 큰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아키텍처다. 같은 이름을 하고 있지만 다른 아키텍처가 적용되어 있는 배 다른 형제라는 뜻이다.

 


▲ 아키텍처가 다르다. 좌측 16CU 제품은 <GPU>가 Polaris21, 우측 14CU 제품은 <GPU>가 Baffin이다

 

먼저 출시되어 판매된 라데온 RX 560을 확인해 보자. 위 이미지의 왼쪽 빨간색이다. 폴라리스(Polaris)21 아키텍처 기반의 GPU다. 스트림 프로세서 1024개, 텍스쳐 유닛 64개, 컴퓨트 유닛 16개에 해당된다.

 

이번에는 갑자기 훅 튀어나온 라데온 RX 560을 확인해 봤다. 위 이미지의 오른쪽 파란색이다. 우선 아키텍처가 배핀(Baffin)이다. 그렇다. 사실 이 제품은 라데온 RX 460 기반이라는 이야기. 실제로 라데온 RX 460은 896개 스트림 프로세서(컴퓨트 유닛 14개) 사양을 제공한다. 폴라리스 21이 아니라 폴라리스 11 아키텍처에 기반한 중급 그래픽 프로세서였다. 이것이 라데온 RX 560으로 이름만 바꿔 재탄생한 것이다.

 

배핀 기반의 그래픽 프로세서는 작동속도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1226MHz, 메모리는 6Gbps(1500MHz) 사양이다. 폴라리스 21 기반의 RX 560 대비 작동속도도 낮고 스트림 프로세서 수도 적다.

 

▲ 왼쪽이 SAPPHIRE 라데온 RX 560 PULSE OC D5 4GB, 오른쪽이 SAPPHIRE 라데온 RX 560 14CU PULSE Advantage Edition D5 4GB다. 겉보기로는 완전히 동일한 제품처럼 보인다

 

육안으로 살펴보자. 위 이미지를 보면 두 개의 그래픽카드가 있다. 왼쪽은 SAPPHIRE 라데온 RX 560 PULSE OC D5 4GB. 오른쪽은 SAPPHIRE 라데온 RX 560 14CU PULSE Advantage Edition D5 4GB. 일단 쿨러나 기판 구성은 모두 동일하다. 같은 기판과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정말 눈을 부릅뜨고 하나하나 살펴봤지만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만 보면 어떤 제품이 16CU RX 560인지 14CU RX 560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 세상에 쿨러를 분해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을 찾기가 어렵다.

 

혹시 속은 다를까 싶어 쿨러를 분해했다. 그런데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클론 같은 동일한 두 개의 기판 뿐이었다.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그래픽 프로세서의 코어 기판 색상 정도? 16CU RX 560의 GPU보다 14CU RX 560의 GPU 색상이 조금 더 촌스럽다. 이미지로는 차이 없을 수 있으나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는 차이가 분명했다. 물론, 이 부분은 제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모든 제품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 생산 주차나 일부 코드를 제외하면 GPU 구성도 동일하다. 다이오드 배치도 마찬가지다

 

그래픽 프로세서를 더 확대해 봤다. 좌측이 16CU RX 560, 우측이 14CU RX 560이다. 코어에 인쇄된 생산 주차나 일부 코드 등을 제외하면 육안으로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사실 같은 물건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어짜피 두 그래픽 프로세서의 조상이 누구인가를 따져보면 이 같은 결과에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굳이 다른 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국내 등록 기기명이다. 심지어 제품 시리얼 번호가 인쇄된 스티커마저 두 제품은 동일했지만 국내 등록 명칭의 경우 16CU RX 560은 SP-560-P로 14CU RX 560은 SP-560-AE로 등록되어 있다. 사파이어 외 다른 제품도 이 같은 형태로 분류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가급적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같은 이름, 다른 사양의 RX 560. 성능 차이도 있을까?

 

과연 얼마나 성능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그래픽카드는 이엠텍에서 대여한 사파이어 라데온 RX560이다. 스트림 프로세서 1024개가 탑재된 제품은 <SAPPHIRE 라데온 RX 560 PULSE OC D5 4GB>이고 스트림 프로세서 896개를 탑재한 또 다른 제품은 <SAPPHIRE 라데온 RX 560 14CU PULSE Advantage Edition D5 4GB>다. 이엠텍은 14CU와 Advantage Edition이라는 표기로 기존 제품과 다르게 잘 분류해 두었다.

 

<테스트 사양>
프로세서 : 인텔 코어 i7 8700K
메인보드 : 에이수스 ROG STRIX Z370-G GAMING
메모리(RAM) : 지스킬 DDR4-3200 16GB (8GB x 2)
저장장치 : 마이크론 크루셜 MX300 275GB
파워서플라이 : 델타 DPS-650AB-7C
기타 : 윈도 10 프로 64비트 / 라데온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에디션 (18.1.1)

 

▶ 3DMARK Fire Strike
먼저 3DMARK Fire Strike 테스트를 진행, 두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비교했다. 총점이 아닌 순수한 그래픽 연산에 의한 점수를 기준으로 비교했다는 점 참고하자. 기본적으로 두 그래픽카드는 물리적인 스트림 프로세서 수와 함께 메모리 작동속도까지 차이가 발생하므로 그에 따른 전반적인 성능 차이를 가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테스트 결과, 스트림 프로세서의 수가 많은 라데온 RX 560의 성능이 더 좋다. 7086점을 기록했으며, 뒤이어 896개 스트림 프로세서를 품은 RX 560이 6152점을 기록했다. 10% 이상의 성능 차이다. 이것이 게이밍 성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다음 테스트를 확인해 보자.

 

▶ 3DMARK Time Spy
이번에는 DirectX 12 기반 테스트를 진행하는 Time Spy 항목을 놓고 테스트 했다. 다양한 효과나 연산 처리 성능을 요하므로 역시 그래픽카드 성능 차이를 가늠하기에 더 없이 좋은 테스트다. 이번에도 총점이 아닌 그래픽 점수를 바탕으로 두 그래픽카드를 비교해 보자.

 

 

점수를 확인하니 Fire Strike와 비슷한 양상이다. RX 560(1024SP)이 2024점으로 1743점을 기록한 RX 560(896SP)을 따돌린다. 물리 코어의 수는 물론이고 작동속도 등 전반적인 성능 자체에서 두 그래픽카드가 차이를 보이므로 이런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다.

 

▶ OVERWATCH
이번에는 FPS 게임 오버워치를 실행해 실제 게이밍 성능을 알아봤다. 테스트는 호위미션인 도라도를 선택해 미션을 완료할 때까지 플레이하는 것을 기준으로 했다. 그래픽 설정은 게임 내 기본 제공되는 <높음> 설정을 따랐다. 이 외 별도 설정을 가하지 않았음을 알려둔다. 자세한 그래픽 설정은 아래 이미지를 확인하면 된다. 해상도는 그래픽카드 성능을 감안해 풀HD(1920 x 1080)을 적용한 상태다.

 

  

두 그래픽카드 성능은 벤치마크와 마찬가지 성향을 보여준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물리적인 스펙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게이밍 성능에도 차이가 난다. <높음> 설정으로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RX 560(1024SP)이 평균 102 프레임으로 평균 88 프레임을 기록한 RX 560(896SP) 보다 더 나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그런데, 해당 설정에서 두 그래픽카드 모두 초당 60 프레임 이상 기록하기 때문에 오버워치와 비슷한 성향의 게임을 주로 즐기는 게이머라면 어떤 제품을 선택해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가격 요소가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하는 RX 560(1024SP)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 PLAYERUNKNOWN’S BATTLEGROUNDS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게임은 배틀그라운드다. 제법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으로 두 그래픽카드의 성능 차이를 확인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라 판단된다. 일단 그래픽카드 성능 자체가 해당 게임을 멋지게 그려내는 수준은 못 된다. 실제 <높음> 설정으로 프레임을 측정하니 RX 560(1024SP)으로 평균 35 프레임을 기록했다. 때문에 옵션을 임의로 조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부분은 아래 이미지로 참고하면 되겠다. 해상도는 오버워치와 동일하게 풀HD(1920 x 1080)다. 측정 지역은 미라마다.

 

  

옵션을 그럭저럭 조절해도 최종적으로 두 그래픽카드 모두 초당 60 프레임을 넘기지 못했다. 그나마 RX 560(1024SP)이 58 프레임으로 선방했다. 또 다른 RX 560(896SP)은 49 프레임을 기록했다. 텍스처와 거리보기를 더 낮추면 좀더 프레이밍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그만큼 눈은 괴롭다.

 

 

RX 560 구매할 때는 눈 크게 뜨고 잘 보자

 

두 라데온 RX 560. 이름은 같아도 속은 다른 물건이다. 하나는 새로운 아키텍처 기반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아키텍처의 재림이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 PC를 잘 아는 사람들은 스트림 프로세서 차이를 인지하고 제품을 선택하겠지만, PC를 잘 모르는 사람은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

 

굳이 896SP 버전을 꼭 RX 560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차라리 RX 555 같은 이름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이미 RX 550이 있으니 그 중간 즈음의 물건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RX 560을 구매할 때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그나마 대부분의 국내 그래픽카드 유통사가 혼동을 막기 위해 14CU 제품은 제품명에 별도로 14CU라고 표기하고 있으므로 구매자들은 14CU라는 문구를 보고 판단하거나, 혹은 다나와 가격비교 검색결과에서 아래 스펙 설명에 'RX 560D'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

 

 

기획, 편집 /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강형석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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