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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대세 된 '배틀로얄', 그 장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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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사진제공: 에픽게임즈)

최근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을 필두로 소위 배틀로얄 게임의 열기가 뜨겁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그 뒤를 이어 '아일랜드 오브 나인', '다윈 프로젝트' 등 여러 유사한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게임들 설명을 들을 때 조금 의아하게 들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배틀로얄 장르'라는 점이다. 왜 이상한가 하면, 사실 그 이전까지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는 사용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나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은 그 전에도 간혹 존재했지만, 장르를 배틀로얄로 표기했던 적은 없다시피 했다.


그렇다면 배틀로얄이라는 말은 최근에 갑자기 생긴 신조어인 걸까? 물론 아니다. 비록 게임에서 자주 쓰이지 않기는 했지만, 사실 배틀로얄이라는 용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굉장히 오래 전부터 쓰여왔다. 이번 기사에서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배틀로얄 장르가 과연 언제 처음 생겨났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간단히 조명해본다.


알고 보면 의외로 뿌리 깊은 배틀로얄의 역사



▲ 메리암 웹스터 사전에 등재된 배틀로얄의 정의 (사진출처: 메리암 웹스터 인터넷 사전)


흔히 배틀로얄이라는 말이 최근에 나온 신조어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 배틀로얄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쓰인 용어다. 메리암 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배틀로얄이란 '셋 이상의 사람이 마지막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싸워 승자를 정하는 것', 혹은 '치열한 싸움'을 뜻하는 용어다. 이 말이 처음 사용된 문헌기록만 해도 1671년부터 발견되니, 사실 신조어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셈이다.


그렇다면 배틀로얄이라는 용어는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배틀로얄이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서는 설이 조금 분분하다. 다만, 가장 그럴 듯한 설 중 하나는 고대 로마의 '숲의 왕(Rex Nemorensis)' 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저명한 인류학자인 제임스 프레이저 저서 '황금가지'에서 소개되어 유명해진 이 의식은 사냥의 여신 '숲의 디아나(Diana Nemorensis)' 신전을 지키는 사제 '숲의 왕' 직책을 놓고 벌어진 싸움을 다루고 있다.



▲ '숲의 왕' 전설이 있는 이탈리아 네미 호수를 묘사한 판화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숲의 왕'은 신성한 숲에 있는 한 어떤 법적 구속으로부터도 자유롭지만, 동시에 단 한 명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숲의 왕'은 늘 위험에 처해있었다. 누구든 '숲의 왕'과 싸워 그를 죽이면 직위를 계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수많은 탈주노예와 범죄자가 법의 처벌을 피해 신성한 숲으로 들어갔고, 숲에 단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그렇게 모두 죽고 최후의 1인이 남으면 그가 새로운 '숲의 왕'이 됐다.


이후 작은 도시국가였던 로마가 제국이 되며 이 의식은 중단됐다. 하지만 잊히는 것 같던 '숲의 왕'은 1세기에 갑작스럽게 엔터테인먼트로 부활했다. 독특한 여흥을 찾던 로마 부유층이 '숲의 왕' 콘셉트 검투시합을 기획한 것이다. 로마 역사가 수에토니우스가 남긴 기록에는 칼리굴라가 '숲의 왕' 의식을 본 딴 검투시합을 개최했다는 언급이 남아있는데, 이는 사실상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엔터테인먼트 배틀로얄이다.


일각에서는 '숲의 왕'을 본 딴 검투시합이 후일 '왕의 싸움'을 뜻하는 배틀로얄이 됐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숲의 왕'이 배틀로얄과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을지는 몰라도, 직접적인 어원이라는 문헌상 증거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여러 검투사가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난투를 벌인 시합은 굉장히 드물었으며, 대부분은 여럿이 나온다 해도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 로마 검투사를 묘사한 장 레옹 제롬의 명화 '폴리케 베르소'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배틀로얄이라는 단어가 직접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배틀로얄이라는 말 자체는 17세기 영국에서부터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영국에서는 강도 높은 사설 권투시합이 유행을 탔는데, 이 시기 나온 규칙 중 하나가 배틀로얄이다. 배틀로얄 권투는 여러 선수가 동시에 링에 올라와 난투를 벌여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무자비한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의 난투는 훗날 영국 이민자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배틀로얄 레슬링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당시 배틀로얄 스포츠는 매우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영향을 받아 권투와 레슬링 외에도 다른 엔터테인먼트들도 배틀로얄을 받아들였는데, 예를 들어 18세기 영국 기록물 중에는 여러 수탉이 동시에 싸움을 벌여 최종 승자를 가리는 투계를 배틀로얄이라고 언급한 것이 확인된다. 이는 배틀로얄 방식을 접목한 투계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1671년 영국 귀족 극작가 제임스 하워드가 쓴 희곡 'All Mistaken, or the Mad Couple'에서는 간호사들이 거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배틀로얄로 비유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이는 배틀로얄이라는 말이 사회 각층에서 폭넓게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 실제로 벌어진 미국 권투 배틀로얄 (영상출처: Boxing Hall of Fame Las Vegas 유튜브 채널)


이렇듯 본디 배틀로얄은 다양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 적용된 규칙으로, 고대로부터 이어지는 뿌리 깊은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전후로 배틀로얄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잔인성이었다. 근대 유럽에서 이성과 합리를 중시하는 풍조가 강해짐에 따라, 단순 유희를 위해 벌이는 무차별 난투극 배틀로얄이 지나치게 야만적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배틀로얄이라는 용어는 미국 레슬링을 제외하면 거의 쓰이지 않는 용어가 됐다. 그렇다고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처절한 싸움'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신, 스포츠에서 퇴출 당한 배틀로얄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업계는 진짜 피를 흘릴 필요는 없으면서도, 다른 어떤 분야보다 자극적인 소재가 중요한 곳이었다. 바로 소설과 만화 산업이었다.


배틀로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다, 타카미 코슌의 '배틀로얄'



▲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걷기 배틀로얄 '롱워크'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소설과 만화는 '허구적 이야기'이라는 특징 덕에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었다. 특히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사이는 페니 드레드풀이나 펄프 잡지 등으로 불리는 값싼 공포 및 모험 소설이 크게 유행했는데, 개중에는 '최후의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계속되는 끔찍한 싸움'이라는 배틀로얄 소재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작품도 더러 있었다.


그 중에서도 독특한 작품을 몇 개 꼽자면 우선 1924년 출판된 '가장 위험한 게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위험한 게임'은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인간 사냥을 그린 소설이다. 여기서 주인공인 '생어 레인스포드'는 러시아 출신 귀족 '짜로프'에게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게임'을 강요 받는다. 섬에서 서로가 서로를 사냥해 죽이고, 마지막에 남는 한 명이 섬의 모든 것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가장 위험한 게임'은 이후 5번 이상 영화화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가 하면 1979년에 출판된 '롱워크'는 다소 독특한 배틀로얄을 보여주었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군주의적인 성향이 심화된 가상의 미국을 다루었다. 미국 정부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해마다 각 주에서 대표 10대를 뽑아 장거리 걷기 대회에 내보내는데, 이 대회는 목적지도 없이 최후의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계속 걷는 살인적인 대회다. '10대들의 걷기 배틀로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것이다.



▲ 영화 '배틀로얄'의 한 장면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이렇듯 소설은 전통적인 배틀로얄에 독특한 상상을 더하여 문학적으로 변주해나갔다. 그리고 1998년에는 20세기 배틀로얄 소설들의 특징이 집대성된 한 작품이 나타나기에 이른다. 바로 일본 소설가 타카미 코슌(필명)의 '배틀로얄'이었다. 제5회 일본 공포소설 대상에 응모하여 발표된 이 작품은 국가가 중학생들에게 최후의 1인만 남을 때까지 서로를 죽이는 게임을 할 것을 강요하는 내용이었다. '가장 위험한 게임'의 살인게임과 '롱워크'의 청소년 배틀로얄 요소를 합친 셈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배틀로얄' 내용은 이렇다. 가상의 군국주의 국가 '대동아공화국'은 국민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서 악랄한 수단을 동원한다. '강성한 국민을 양성한다'는 명분으로 매 해 중학교 3학년 반 하나를 선정해, 최후의 1인만 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는 살인게임을 시키는 것이다. 이 살인게임이 워낙 인간성의 바닥을 드러내게 만드는 탓에, 국민들은 늘 친구가 자신을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시달리느라 국가에 저항할 생각은 꿈도 못 꾸게 된다.


게임 규칙은 단순하다. 납치된 학생들은 목에 폭탄 목걸이가 채워진 채 어느 섬으로 보내진다. 섬 곳곳에는 야전식량과 무기가 가방에 담긴 채 놓여있고 학생은 이를 찾아 스스로를 무장해야 한다. 또한 이 게임에는 제한시간이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섬의 여러 구역이 입장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제한구역에 들어가면 목에 걸린 폭탄이 폭발해 즉시 사망한다. 섬에 제한구역이 많아질수록 학생들은 좁은 장소에 모이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배틀로얄'이 제시한 '제도화된 살인게임' 규칙은 다양한 재미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최후의 1인을 가리는 전통적인 배틀로얄에 더해, 섬 곳곳을 탐사하며 식량과 무기를 수집하는 서바이벌, 10대들 사이에 벌어지는 인간적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기존 엔터테인먼트가 보여준 거의 모든 것을 한 작품 안에 녹여낸 것이다. 덕분에 '배틀로얄'은 선정성과 잔혹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만화와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 배틀로얄 만화 'BTOOM!'은 최근 모바일게임으로도 발매됐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싸워 최후의 1인을 가리는 싸움' 외에도 점점 줄어드는 활동구역, 아이템 수집 등 '배틀로얄'이 정립한 규칙은 차츰 다른 작품에서도 차용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08년 출판된 소설 '헝거 게임'은 '배틀로얄'과 거의 똑같은 설정이며, 2017년 연재 시작한 만화 'BTOOM!',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더 벨코 익스페리먼트' 등도 '국가나 대기업에 의해 실행되는 살인게임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배틀로얄'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최근에는 소설, 만화, 영화에 더해 또 다른 매체가 '배틀로얄'이 제시한 규칙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바로 게임이다. 이제는 관람하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가 참가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은 배틀로얄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뛰어들다, 배틀로얄 게임



▲ 배틀로얄 게임의 명맥은 데스매치에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사진출처: 블리자드 공식 블로그)


게임은 타카미 코슌의 '배틀로얄' 이전부터 배틀로얄을 다루어왔다. 다만 당시에 배틀로얄이라는 이름은 자주 쓰이지 않았다. 대신 데스매치나 라스트 맨 스탠딩이라는 명칭이 주로 사용됐는데, 이는 둘 모두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배틀로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후의 한 명만 남을 때까지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처치하는 무차별 PvP를 뜻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최초로 데스매치 모드를 도입한 게임은 이드 소프트웨어의 전설적인 작품 '둠'이었다. '둠'은 최대 네 명의 플레이어가 네트워크 연결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모드를 두 가지 지원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무차별 PvP인 데스매치였다. 이 데스매치 모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드 소프트웨어는 '둠 2'와 '퀘이크' 등 다른 게임에도 데스매치 모드를 도입했고, 그 뒤를 이어 다른 게임업체들도 FPS에 데스매치를 본 딴 멀티플레이 모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라스트 맨 스탠딩은 데스매치가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모드였다. 데스매치는 누가 가장 많은 사살 수를 기록하는지에 따라서 승패가 정해지지만,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는 사살 당해도 몇 번이고 계속 되살아날 수 있다. 반면 라스트 맨 스탠딩은 한 번 쓰러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되살아나기 기능은 지원되지 않으며, 게임은 최후의 1인만 남고 나머지 플레이어가 모두 쓰러질 때까지 계속된다. 사전적 의미의 배틀로얄 그대로였던 셈이다. 다만, 라스트 맨 스탠딩은 '배틀로얄'처럼 넓은 맵에서 벌어지는 탐사와 아이템 수집 요소는 다소 빈약한 경향이 있었다.


게임업계에 '둠'과 '퀘이크'가 남긴 족적은 어마어마했다. 그 영향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난투 모드는 '둠'과 '퀘이크'를 따라 '데스매치'나 '라스트 맨 스탠딩'이라고 명명됐다. 당시만 해도 '배틀로얄'이라는 용어는 게임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게임산업의 태동기에는 이미 배틀로얄이라는 말 자체가 잘 사용되지 않고 있었던 것도 한 몫을 했다.



▲ 웹게임 '배틀로얄'의 한 장면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타카미 코슌의 '배틀로얄'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상황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시작은 '배틀로얄'을 바탕으로 제작된 아마추어 웹게임 '배틀로얄'이었다. 게임 '배틀로얄'은 플레이어가 살인게임에 내몰린 학생 중 하나가 되어, 섬을 탐사하고 무기를 찾아 다른 학생들을 모두 처치해야 하는 내용이었다.


웹게임 '배틀로얄'은 넓은 맵을 돌아다니는 도중 언제 다른 플레이어와 마주칠지 모른다는 긴장감, 아이템을 하나씩 모아 무장하는 '파밍'의 재미,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극단적 경쟁요소 등으로 화제가 됐다. 2000년대 초에는 한국과 일본의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가 이러한 '배틀로얄' 게임을 자체적으로 진행했으며, 국내에서는 모바일로 영역을 옮겨 아직 서비스 중인 작품도 있을 정도로 그 명맥이 오래 유지되고 있다.



▲ '배틀로얄'을 모티프로 삼은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 '블랙 서바이벌' (사진출처: '블랙 서바이벌' 공식 홈페이지)


다만, 웹게임 '배틀로얄'은 원작 내용 그대로 플레이 해보자는 취지로 몇몇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이지 상업적 성공을 목적으로 개발된 작품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게임이 다소 단순하고 세밀한 캐릭터 조작도 불가능한 등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아쉬움을 느낀 일부 유저는 '배틀로얄'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즐기고자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다. 그리고 이 중 어떤 이들은 아예 웹게임을 탈피해, 소스가 공개된 FPS 게임을 바탕으로 '배틀로얄' 모드를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제작된 최초의 FPS '배틀로얄' 모드로는 2009년에 나온 '아르마 2'의 'DayZ'가 꼽힌다. 본래 '아르마 2'는 동유럽에서 벌어지는 군사작전을 소재로 한 FPS인데, 일부 유저들이 이를 바탕으로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게임 모드 'DayZ'를 만든 것이다. 'DayZ'는 좀비들을 피해 도시 곳곳에 있는 무기와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나, 사실 이 모드의 진짜 재미는 다른 데 있다. 다른 유저를 약탈하고 쓰러뜨리는 재미다.



▲ 'DayZ'에서 PK와 약탈은 일상이나 다름 없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DayZ'에는 자원이 그리 풍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도시로 가야만 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좀비와 마주칠 위험을 동반한다. 무기, 음식, 구급품을 얻는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은 다른 유저를 약탈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실제로 많은 'DayZ' 플레이어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를 사냥하는, 일종의 배틀로얄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러한 'DayZ'는 특유의 배틀로얄 요소 덕에 원작 '아르마 2'보다 큰 인기를 끌었고 2013년 아예 독립된 타이틀로도 발매됐다. 'DayZ'가 선보인 배틀로얄 요소는 기존의 '데스매치'나 '라스트 맨 스탠딩'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넓은 맵을 탐사하며 아이템을 수집해야 하는 생존게임 요소가 짙게 베어있다는 점이다. 유저는 계속 움직이며 무기와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구해야 하고, 그 와중에 언제 어디서 다른 유저를 만나 약탈 당할지 알 수 없다. 덕분에 'DayZ'는 '데스매치'나 '라스트 맨 스탠딩' 모드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긴장감이 상시 유지해줄 수 있었다.


모드로 재미를 본 '아르마 2' 제작사 보헤미아 인터랙티브는 후속작인 '아르마 3'에서도 유저 모드 제작을 적극 후원했다.물론 여기서 가장 큰 인기를 끈 것도 단연 배틀로얄이었다. 총 50만 유로(한화 6억 5,638만 원)을 걸고 개최된 모드 공모전 중 1, 2위를 비롯한 상위권 대부분을 배틀로얄 모드가 차지한 것이다.



▲ 최후의 한 사람만 남을 수 있는 'H1Z1' 배틀로얄 모드 '킹 오브 더 킬' (사진출처: 스팀)


이후 게임 개발사들은 인기가 검증된 FPS 배틀로얄 게임에 점차 주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좀비 생존게임 'H1Z1' 제작사 데이브레이크 게임즈는 '아르마 3' 모드 공모전 2위를 차지한 모드 제작자 브랜든 그린을 영입해 '배틀로얄' 모드(후일 킹 오브 더 킬로 변경)를 제작했다. 그 외에도 생존게임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는 배틀로얄 모드인 '서바이벌 오브 더 피티스트'를 만들었고,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도 'DayZ'와 유사한 '언턴드: 아레나' 모드를 내놓았다.


이러한 배틀로얄 모드들은 대체로 유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일부는 아예 독립 타이틀로 발매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모드는 아예 원본을 뛰어넘어 메인 모드가 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서 'H1Z1'은 2017년 '배틀로얄' 모드를 메인 모드로 삼고, 기존의 메인 모드였던 PvE 생존 모드를 '저스트 서바이브'라는 서브 모드로 전환했다. 굴러들어온 배틀로얄 모드가 박힌 오리지널 모드를 빼낸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배틀로얄 모드 인기가 점점 치솟다 보니, 일부 개발사는 아예 작정하고 배틀로얄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DayZ'처럼 모드를 바탕으로 한 외전이 아닌, 정진정명 배틀로얄 게임 말이다. 그리고 2017년 정말 배틀로얄만을 위한 첫 게임이 출시됐으니, 바로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였다.


배틀로얄 게임의 흥행, 새로운 대세 장르로 떠오르다



▲ 최초로 배틀로얄 게임의 흥행성을 알린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사진제공: 블루홀)


블루홀이 브랜든 그린을 영입해 제작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지금까지 나온 게임 중 타카미 코슌의 '배틀로얄'을 가장 잘 반영한 게임이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웹게임 '배틀로얄'을 거의 그대로 FPS로 만든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배틀그라운드'에서 느껴지는 '배틀로얄'의 흔적은 외딴 섬에 일반인들을 몰아넣고 최후의 생존자 한 명을 가리는 구성부터, 섬 곳곳에 무작위로 놓인 무기를 수집하며 점점 강한 무장을 갖추는 점, 시간이 흐르며 '금지구역'이 넓어지고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한 장소로 모이게 된다는 점, 총성이나 폭발음 등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활동을 유추하게 해 긴장감과 전략성을 배가하는 점 등, 하나씩 열거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그 정도로 '배틀그라운드'는 '순수한 배틀로얄 게임'이었다.



▲ 아예 '배틀로얄'을 오마쥬한 교복 코스튬까지 나온 '배틀그라운드' (사진편집: 게임메카)


순수 배틀로얄 게임에 대한 수요가 전부 집중된 탓일까? '배틀그라운드'는 스팀 판매가 시작된 2017년 3월부터 그 해 12월까지 총 9개월 만에 2,400만 장이 판매됐으며, 동시접속자 수 3백만 명을 넘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 '배틀그라운드' 등장 이전 스팀 동시접속자 1위를 지키던 '도타 2'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83만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다. 3.5배 가량 차이 나는 셈이다.


'배틀그라운드'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자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배틀로얄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이다. '포트나이트'는 요새를 건설하여 좀비를 막는 건설 생존게임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스탠드언론 모드 '배틀로얄'을 따로 발매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은 무료라는 장점으로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몇 가지 독특한 차별화 요소를 내세웠다.



▲ 건설 요소로 차별화한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등, 장르 다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사진제공: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배틀로얄'만의 특징은 제작과 건설의 요소를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한 기존의 배틀로얄 게임들은 전투, 탐사, 수집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에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은 맵 곳곳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직접 숨을 수 있는 거주지를 지어 숨거나 매복할 수 있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배틀로얄이라는 틀에 자원채취와 건설이라는 '생존' 요소를 보다 짙게 풀어 넣은 셈이다.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은 서비스 시작 이래 약 100일 만에 동시접속자 175만을 기록했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배틀로얄 게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가 아직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와중에도 독자영역을 계속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배틀로얄 게임은 아직도 잠재적 수요가 어마어마한 것으로 추측된다. 과거에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필두로 AoS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이제는 배틀로얄이 새로운 붐을 일으킬지 차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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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나이트 2018. 01. 23
플랫폼
온라인, 비디오
장르
액션
제작사
에픽게임즈
게임소개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에서 개발한 온라인 협동 생존게임으로, 샌드박스 건설과 타워 디펜스와 같은 몰려오는 재미를 앞세우고 있다. 플레이어는 낮에 다양한 재료를 수집해 요새를 건설하고, 저녁에는 몰려오는 좀비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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