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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보블'부터 '듀랑고'까지, 게임 속 공룡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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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옛날부터 공룡은 사람의 동심을 깊이 자극해왔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어릴 때 공룡 한 번 안 좋아해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 공룡에 대한 애틋한 판타지와 동심을 품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공룡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단골 인기 소재로 활용되어왔다.

게임도 예외가 아니다. 게임산업은 1980년대 여명기부터 공룡과 함께 성장해왔으며, 각 시대의 엔터테인먼트 표준에 맞춰 다양한 모습으로 공룡을 묘사해왔다. '마리오 월드'의 귀여운 '요시'부터, 공룡을 냉혹한 살인마로 묘사한 '다이노 크라이시스', 그리고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일부로 보여줄 '듀랑고'에 이르기까지, 게임이 시기별로 공룡을 다룬 방식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과연 게임은 공룡을 어떤 방식으로 묘사해왔을까? 1980년대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게임 속 공룡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확인해보자.

게임 속 공룡, 우스꽝스러운 만화 캐릭터로 시작했다


▲ 1983년 출시된 'B.C. 퀘스트 포 타이어즈'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게임 역사상 공룡이 등장한 작품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이미 1981년에 출시된 아케이드 핀볼 게임 '케이브맨'은 공룡에 맞선 원시인의 모험을 소재로 삼았으며, 1985년 보드게임 '로스트 벨리 오브 다이노소어'는 공룡이 사는 계곡을 탐사하러 떠난 모험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만큼 공룡은 오래 전부터 게임의 주요 소재로 활용되어왔다.

비디오 게임의 역사로 한정할 경우, 최초로 공룡이 등장한 게임은 1983년 발매된 'B.C. 퀘스트 포 타이어즈'다. 석기시대 원시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만화 'B.C.'를 원작으로 한 이 횡스크롤 게임은 사실성과 거리가 먼 작품으로, 돌로 만든 외발자전거를 탄 원시인이 여자친구를 납치한 공룡을 잡기 위해 달린다는 만화적 상상이 돋보이는 내용이었다.


▲ '버블보블'에 등장한 귀여운 공룡 '버블룬'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첫 번째 작품이 만화 같았기 때문일까? 한동안 비디오 게임 속 공룡은 '퀘스트 포 타이어즈'처럼 다소 우스꽝스럽게 묘사됐다. 예를 들어 1986년 발매된 '버블보블'은 작고 귀여운 공룡 '버블룬'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실제 공룡과 무관한 만화적 특징이 돋보이는 캐릭터였다. 같은 해 나온 아케이드 게임 '램페이지'의 '리지'나, 1990년 '슈퍼 마리오 월드'의 '요시', 1993년 횡스크롤 슈팅게임 '다이노사우루스 포 하이어'의 마피아 총잡이 공룡들도 우습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당시에는 게임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이 공룡을 그리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 이 시기에는 공룡에 대한 대중 인식이 '크고 멍청한 파충류' 정도에 머물러 있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또한 그에 맞춰 '웃기는 공룡'을 주로 내놓고 있었던 것이다. 1960년대 만화영화 '고인돌가족 플린스톤(The Flintstones)'이나, 1988년의 '아기공룡 덴버(Denver the Last Dinosaur), '공룡시대(The Land Before Time)' 등 당대 수많은 작품이 공룡을 만화적으로 과장된 모습으로 묘사했다.


▲ 1960년대 만화 영화 '플린스톤'은 게임으로 여러 번 제작됐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물론 이 시기에도 공룡을 진지하게 다룬 작품이 없지는 않았다. 1992년 RPG인 '36억년 이야기(E.V.O. for Eden)'이 바로 그러한 예다. 이 게임은 원시생물이 돼 지구를 탐험하고 더 강한 종으로 진화해나가는 내용으로, 사실적이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진지한 관점에서 공룡을 다룬 몇 안 되는 작품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은 어디까지나 소수에 불과했다. 데포르메가 두드러진 게임 속 공룡 디자인은 1990년대 초반까지 주류를 지켜왔다.


▲ '36억년 이야기'에 묘사된 공룡 정도가 그나마 진지한 수준이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그러나 1993년 한 영화의 등장은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룡 표준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공룡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킨 작품은 바로 '쥬라기 공원'이었다.

영화 '쥬라기 공원', 게임 속 공룡을 치명적인 맹수로 바꾸다


▲ '쥬라기 공원' 게임에 등장한 티라노사우루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1993년 개봉한 영화 '쥬라기 공원'의 여파는 말 그대로 엄청났다. 이 영화는 전세계 박스 오피스 기준 9억 1,4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었으며, 아카데미상, 새턴 상, 영국 아카데미 상, 휴고 상 등을 비롯한 여러 권위 있는 상들을 휩쓸었다.

'쥬라기 공원'의 성공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일약 '공룡 붐'을 불러왔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공룡을 다루는 방식이 크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공룡을 유치하고 아둔하게 묘사한 것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표준이었다. 그러나 '쥬라기 공원' 이후로는 공룡을 벨로키랍토르처럼 빠르고 치명적인 맹수로 그리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 1993년부터 1994년 사이 발매된 다양한 '쥬라기 공원' 게임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이러한 시류의 변화는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1993년 이후 게임은 공룡을 무섭고 사실적인 존재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1993년부터 1994년까지 발매된 7개의 '쥬라기 공원' 게임들을 비롯해 수많은 20세기 말 게임들이 공룡이라는 소재를 진지하게 다루었는데, 이 중 몇몇 작품들은 게임 역사에 상당히 큰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 심각하고 살벌한 공룡들의 쟁투를 다룬 '프라이멀 레이지'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1994년 아타리가 발매한 '프라이멀 레이지'는 공룡이라는 존재를 심각하고 무시무시하게 묘사한 초기 세대 작품 중 하나다. 대전게임인 '프라이멀 레이지'는 문명이 파괴된 먼 미래, 잠들어 있던 공룡들이 깨어나 세계의 패권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캐릭터로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한 여섯 종의 공룡과 거대 유인원이 등장했다.

'프라이멀 레이지'도 사실성으로 따지면 황당한 내용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공룡이 귀엽거나 우스운 존재로 묘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라이멀 레이지'에서 공룡은 매우 흉포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특징 덕에 '프라이멀 레이지'는 큰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고, 21세기 초까지 다양한 만화와 피규어로 제작되기까지 했다.


▲ '튜록: 공룡 사냥꾼'에 등장한 '랩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1997년 출시된 '튜록: 공룡 사냥꾼'도 공룡을 맹수로 묘사한 작품이었다. 이 게임은 모종의 사고로 다른 세계에 가게 된 북미 한 원주민 전사가 사악한 정복자의 공룡 군단에 맞서 싸우는 내용의 FPS로, 표지부터 '랩터'라는 가상공룡을 내세웠을 정도로 공룡을 중시한 작품이었다. 이 게임에서 공룡은 수풀이나 계곡에 숨어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무시무시한 맹수로 묘사됐다.


▲ 무시무시한 공룡에게 시종일관 쫓기는 '다이노 크라이시스' 시리즈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여기에 캡콤의 '다이노 크라이시스'도 빼놓을 수 없다. 1999년에 발매된 이 생존 어드벤처 게임은 연구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다른 시간대의 생물들, 즉 공룡이 나타나 인간을 해친다는 줄거리를 다루었다. 게임 자체는 캡콤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와 다르지 않았지만, 좀비 대신 벨로키랍토르 등의 공룡이 기습해온다는 점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작품이었다.

그 외에도 1995년 '버뮤다 신드롬', 1998년 '카니보어스', 2012년 '프라이멀 카니지'를 비롯한 여러 게임이 공룡을 무시무시한 생물로 묘사했다. 게임이 공룡을 귀엽고 바보 같은 존재로 묘사하는 일은 극히 줄어들었고, '버블룬'이나 '요시'가 차리하고 있던 대중적 공룡 이미지도 차츰 '쥬라기 공원' 속 밸로키랍토르로 바뀌어갔다.


▲ '다이노 D-데이'의 티라노사우루스가 사람을 삼키고 있다 (사진출처: 스팀)

그러나 이 시기 게임들에도 한계는 있었다. 공룡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창조적 재고 없이 '쥬라기 공원'의 이미지를 베끼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게임 중 대부분은 '쥬라기 공원'을 다분히 의식한 작품이었다. '쥬라기 공원'에 나온 공룡은 실제 공룡과 큰 차이가 있는 창작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게임들은 영화에 나온 공룡의 생김새를 여과 없이 수용하여 그대로 반영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게임 속 벨로키랍토르다. 이 시기 공룡을 다룬 대부분의 게임에는 벨로키랍토르가 등장한다. 그런데 게임 속 벨로키랍토르 생김새를 보면 거의 똑같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인간보다 큰 키에, 갈색 비늘로 덮여있고,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으로 사람을 해치는 공포스러운 킬러 이미지다. 하지만 몽골에서 출토된 화석에 따르면 벨로키랍토르는 1M 남짓한 키의 작은 공룡이었고, 갈고리 발톱도 살상용으로 쓰기에는 힘이 너무 약한 것으로 증명됐다.


▲ 실제 벨로키랍토르와 성인 남성의 크기 비교 (사진출처: prehistoric-wildlife)

이러한 예는 이 시기 게임업계가 공룡이라는 소재를 자체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쥬라기 공원'이 구축한 이미지의 인기에 기대기만 했던 셈이다. 그렇기에 게임 속 공룡은 한동안 '쥬라기 공원'이 보여준 '무시무시한 야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심지어 생김새마저 영화와 판박이인 채로 남아있었다.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생존 게임', 공룡과 함께 하는 삶 다룬다


▲ 공룡 개체의 모습보다는 생태계를 묘사하는 데 집중한 '듀랑고' (사진출처: '듀랑고' 공식 홈페이지)

상술한 것처럼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 사이 대부분의 공룡 게임은 '쥬라기 공원'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차용한 FPS나 TPS였다. 이러한 '공룡 잡기'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식상한 느낌을 주었고, 결국 2000년대 말부터는 서서히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공룡 게임이 완전히 사장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공룡 게임이 대두된 것이다. 이번에 공룡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공룡을 길들이고 키우는 게임이었다.

초기 공룡 키우기 게임은 1993년 '다이노파크 타이쿤', 2002년 '주 타이쿤: 공룡 동물원', 2003년 '쥬라기 공원: 오퍼레이션 제네시스' 등 소위 '타이쿤' 장르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타이쿤' 장르 특성상 공룡 동물원 게임은 많은 작품이 발매되지는 못했다.


▲ 1993년 발매된 '다이노파크 타이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다만, '타이쿤' 장르의 특징과 무관하게 공룡을 포획하고 기른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당시에도 큰 각광을 받았다. 이에 2013년에는 공원 운영은 배제한 채, 플레이어가 직접 공룡 생태계 속으로 뛰어들어 공룡을 잡고 기를 수 있는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그 유명한 '더 스톰핑 랜드'였다.

킥스타터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멀티플레이 생존 게임인 '더 스톰핑 랜드'는 한 부족이 원시 야생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세계는 실제 역사와 달리 인간과 공룡이 공존하는 곳으로,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힘을 합해 공룡을 잡고 마을을 발전시켜야 했다. 특히 '더 스톰핑 랜드'는 여러 종류의 공룡을 포획하고 사육해, 탈 것이나 사냥 동반자로 부릴 수 있다는 점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 '더 스톰핑 랜드'에 등장한 카르노타우루스 (사진출처: 스팀)

그러나 안타깝게도 '더 스톰핑 랜드'는 개발이 계속 지연되다가 2015년 개발자가 잠적함에 따라 개발 중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스톰핑 랜드'가 최초로 제시한 '공룡과 함께 살아가는 생존게임'이라는 콘셉트는 여전히 많은 관심을 끌었고, 이 콘셉트를 이어받은 수많은 게임들이 잇따라 개발되기 시작했다.


▲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의 테리지노사우루스 (사진출처: 스팀)

'더 스톰핑 랜드'가 받던 세간의 관심을 계승한 작품은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공룡이 서식하는 외딴 섬에 표류해온 생존자 역할을 맡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섬 곳곳에 서식하고 있는 공룡을 사냥해 고기와 가죽을 얻고, 더 나아가 공룡을 포획하고 길들여 가축으로 삼아야 한다. 단, 이 작품은 '더 스톰핑 랜드'와 달리 미래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후반에 최첨단 장비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 공룡의 삶 자체를 다룬 '사우리안' (사진출처: 스팀)

그런가 하면 아예 플레이어가 공룡이 되어 중생대에서 살아가는 생존 게임도 등장했다. 그 중에 가장 독특한 작품은 '사우리안'이다. 이 게임은 백악기 헬크리크 지층에서 실제로 발굴된 화석을 근거로 당시 생태계를 복원한 시뮬레이터 게임으로, 여러 고생물학자에게 직접 자문을 받아 가장 완성도 높은 백악기 생태계를 고증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플레이마저 고증에 충실한 나머지, 무의미하게 살아남는 것 자체가 목적인 탓에 게임으로의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작품이다.

아직 개발 중인 '더 아일' 또한 비슷한 콘셉트의 게임이다. '더 아일'은 유적자 조작 실험이 진행 중인 어느 섬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플레이어는 섬에 들어온 탐사대와 공룡 양쪽을 플레이 할 수 있다. 공룡을 포획하고 길들이는 인간의 삶과, 사냥하고 생존하는 공룡의 삶 모두를 즐길 수 있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운 셈이다.


▲ 생동감 넘치는 공룡 생태계를 구현한 '듀랑고' (사진출처: '듀랑고' 공식 홈페이지)

곧 발매를 앞두고 있는 국산 공룡 생존 게임도 있다. 1월 25일에 공개 서비스가 시작되는 넥슨 모바일 MMORPG '듀랑고'다. '더 스톰핑 랜드'보다도 앞선 2012년부터 제작이 시작된 이 게임은, 모바일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룡 생존 게임에 비해 훨씬 치밀한 생태계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여러 기후 조건과 종의 특성이 맞물리는 생태계 시스템만 놓고 보면, '듀랑고'는 단연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듀랑고'의 세계는 온도와 습도를 비롯한 여러 논리규칙에 따라 구성된다. 생물은 그러한 조건에 따라 식욕, 수면욕, 번식욕 등 다양한 욕구를 지닌다. 그에 따라 생물들은 무리를 지어 함께 사냥하거나, 포식자를 쫓아내거나, 번식을 통해 머릿수를 불리는 등 다양한 행위를 보인다. 이는 먹이사슬 수준의 간단한 생태계만 지원하는 대부분의 공룡 생존 게임에 비해 훨씬 심화된 수준이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마치 자신이 정말 공룡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몰입마저 느낄 수 있다.


▲ 내가 직접 공룡을 길들일 수 있는 건 게임 뿐이다 (사진출처: '듀랑고'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변화는 최근 게임업계가 게임만의 특징인 '상호작용성'에 집중한 결과로 보인다. 게임은 일방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다른 매체와 달리 플레이어 주도의 입체적 체험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게임에서는 단지 공룡을 보는 것을 넘어, 직접 사냥하고, 포획하고, 길들이는 등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최근의 공룡 생존 게임은 바로 이와 같은 장점을 최대한 살린 작품들이다.

과거 게임은 영화, 만화, 소설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제시한 공룡의 이미지를 수동적으로 재생산했다. 그렇기에 80년대에는 당시 유행한 만화적으로 희화된 공룡이 자주 등장했고, '쥬라기 공원'이 흥행한 1993년 이후로는 영화 속 공룡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라갔다. 그러나 이제 게임이 공룡을 다루는 법은,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있는 '공룡 생태계' 자체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다른 매체에서는 불가능한, 오직 게임만이 가능한 방법이다.

이처럼 게임이 공룡이라는 소재를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다룰 수 있게 된 변화는 매우 특기할 만하다. 그 정도로 게임산업이 기술적으로 진보됐음은 물론, 소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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