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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2017년 결산 및 내년 전망 ② 모바일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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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온라인이 ‘배틀그라운드’에 힘입어 기사회생에 성공했다면, 모바일은 장르적인 외연을 넓혀 다시금 격차를 벌렸다. 근 몇 년간 수집형 RPG가 범람하다시피 하며 시장이 정체됐으나 모바일 환경에 맞춘 MMORPG를 통해 또 한 단계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처럼 새로운 조류를 형성한 선두주자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었다. 언리얼 엔진 4를 활용한 고품질 그래픽과 수많은 유저가 함께 활동하는 오픈필드 플레이를 앞세운 ‘리니지2 레볼루션’은 론칭 첫 달 2,06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려 업계를 뒤흔들었다.

MMORPG는 과거 온라인에서 그러했듯 전투, 육성, 생활 등 다양한 방면의 유저가 모여들고 충성도 역시 높은 장르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이제껏 기록된 매출 성과를 모조리 깨부수며 승승장구했고, 덕분에 넷마블은 5월경 게임 대장주로서 상장에 성공했다.

이즈음 ‘리니지2 레볼루션’과 시장을 쌍끌이한 작품은 공교롭게도 동일 시리즈 IP를 활용한 엔씨소프트 ‘리니지M’이었다. 최신 기술로 화려한 비주얼을 뽐낸 ‘리니지2 레볼루션’과 달리 ‘리니지M’은 98년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구현해 팬덤의 향수를 자아냈다.


▲ 올해 시장을 쌍글이한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 (사진출처: 각 게임 웹사이트)

‘리니지’ 형제가 앱마켓 1, 2위로 군림하는 사이 여타 게임사에게는 힘든 시기가 지속됐다. 대형 IP와 고자본이 투입되는 MMORPG 특성상 중소 업체는 시장에 참여할 기회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한 한정된 유저가 소수 대작에 몰리면서 그 외 게임은 매출 하락을 면치 못했다.

‘포켓몬 GO’부터 ‘소년전선’까지, 외산 게임의 대대적인 공습

MMORPG를 앞세워 시장 장악에 나선 3N의 최대 적수는 해외로부터 왔다. 올해 초 상륙한 ‘포켓몬 GO’는 증강현실과 위치기반서비스를 접목한 게임으로, 실제 지도 상에 출연하는 ‘포켓몬’을 잡으려 담을 넘거나 위험에 노출되는 유저 때문에 사회 문제로 비화될 정도로 인기가 엄청났다.

당시 ‘포켓몬 GO’는 보름 앞서 론칭한 ‘리니지2 레볼루션’과 앱마켓 1위를 높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수익성 면에서는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이 앞섰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나 유저 여론은 ‘포켓몬 GO’에 조금 더 우호적이었다.

한편으로 ‘포켓몬 GO’는 신기술의 명과 암을 극명히 보여줬다. 현실에서 ‘포켓몬’을 잡는다는 아이디어는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정작 이를 구현한 완성도가 매우 떨어졌다. 후속 업데이트조차 미진한 탓에 각종 프렌차이즈 제휴가 무색할 정도로 금새 열풍이 잦아들고 말았다.


▲ 뜨겁게 불타올랐다가 빠르게 식어버린 '포켓몬 GO' 열풍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포켓몬 GO’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2월에는 닌텐도 첫 자체개발 모바일게임 ‘슈퍼 마리오 런’이 국내에 들어왔다. 다만 이 작품은 11,000원짜리 유료게임인데다 리플레이 가치가 떨어져 당초 기대만큼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공습을 가한 것은 중국이었다. X.D.글로벌(구 룽청)의 ‘소녀전선’은 조악한 무협 장르가 주류라는 중국게임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를 기점으로 귀여운 미소녀를 앞세운 ‘모에(萌え, 마음이 싹트다)’ 코드가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X.D.글로벌이 ‘소녀전선’에 이어 ‘붕괴 3rd'까지 연착륙시키는 동안 국내 업체도 외산 게임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넷마블은 마니아층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일본의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들여왔고 카카오게임즈도 중국 흥행작 ‘음양사’로 승부수를 띄웠다.

결과적으로 국내 앱마켓은 예년과 비교해 훨씬 다채로운 국적의 게임들로 채워졌다. 안타까운 점은 3N도 모자라 외산 게임까지 각축전을 벌임에 따라 중소 업체가 설 곳이 더욱 좁아졌다는 것. 30위권 내에 3N와 외산 게임을 제외하면 남는 곳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 하반기 두각을 드러낸 X.D.글로벌 '붕괴 3rd'와 '소녀전선' (사진출처: 각 게임 웹사이트)

양극화 심해지는 모바일 시장, 장르 다변화로 활로 모색해야

3N이라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매출에 힘입어 올해 ‘2조 클럽’ 입성을 확실시했다. 이들은 다가올 2018년에도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과 ‘아이온 템페스트’, ‘야생의 땅: 듀랑고’ 등 기대작을 다수 준비해 큰 이변이 없는 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만한 여력이 닿는 게임사는 계속해서 MMORPG 대세에 탑승할 전망이다. ‘배틀그라운드’로 급부상한 블루홀의 ‘테라M’과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이카루스M’이 이미 넷마블 품에 안겼고, 게임빌은 자체적으로 ‘로열블러드’를 선보인다.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아울러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방중으로 양국간 화해 무드가 조성됨에 따라, 곧 국내 MMORPG가 중국 시장에 통할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향후 국내 게임 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적인 만큼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반면 중소 업체는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로부터 살아남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투자 대비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수집형 RPG와 달리 현재는 3N과 동일한 장르로 경쟁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깜짝 흥행이 아닌 철저히 계산되고 준비된 게임이 시장을 채우고 있다.


▲ 내년에는 더 많은 대형 MMORPG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사진출처: 각 게임 웹사이트)

따라서 모바일에 있어 내년을 도모할 방편은 틈새 공략, 즉 장르 다변화다. 실제로 3매치 퍼즐이나 여성향 SNG는 MMORPG와 무관하게 꾸준한 매출을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이 ‘배틀그라운드’라는 와일드카드로 일대 반전을 맞았듯 모바일도 남들과 다른 도전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장르가 아닌 수익구조를 차별화해 완결성 있는 유료게임을 만들거나 아예 해외만을 적극 겨냥해 최적화시킨 작품도 준비 중이다. 모바일 시장이 태동한 이래 퍼즐에서 수집형 RPG를 거쳐 액션게임과 MMORPG로 대세가 옮겨온 만큼 내년에도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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