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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디렉터님이 미소녀? 만화로 보는 게임 개발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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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이머라면 누구나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픈 열망이 있기 마련이죠. 재미있게 즐긴 게임에선 ‘나도 이러저러하게 해보고 싶다’는 영감을 받고, 반대로 졸작을 할 때는 ‘나라면 이러저러하게 했을 텐데’하는 호승지심이 듭니다. 기자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구상한 ‘반지의 제왕’ 뺨치는 웅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 흥미진진한 서사를 언젠가 게임화할 요량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한 법, 의욕만 앞선다고 게임 개발자가 될 리 없죠. 제대로 준비하려면 관련 서적도 좀 보고 인터넷 강의도 듣고 학원가서 코딩도 열심히 배워야 합니다. 혹시 그럼에도 공부는 절대 싫다는 분들은 최소한 여기서 소개하는 만화책이라도 보세요. 전부 게임 개발에 대한 내용이니까 조금은 도움이 될 겁니다. 아마도…

5위. 스텔라의 마법


▲ 모습은 미소녀, 잠재력은 업계 베테랑급 동아리입니다 (사진출처: 애니메이션 웹사이트)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인 학생이라면 게임 개발 동아리에서 경험을 쌓아보는 것도 좋겠죠. ‘스텔라의 마법’은 귀여운 여고생이 잔뜩 모여서 게임을 개발한다는 참으로 훌륭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재능을 보인 미소녀 ‘타마키’는 고교 진학을 계기로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다 우연찮게 종합 엔터테인먼트인 게임 개발에 빠져들게 되요.

그녀가 찾아간 동아리는 이른바 SNS부. 물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아니고 ‘죽은 생선의 눈, 일조량 부족, 셔틀런’의 약자랍니다. 무슨 뜻인지는 기자도 몰라요. 어쨌든 얌전하지만 의외로 하드보일드한 화풍의 원화가, 쉬크하고 엉뚱한 프로그래머, 이중인격 시나리오 작가, 인터넷 히트작을 몇 곡이나 만든 음향 제작자가 모여 동인게임 개발에 나섭니다.

이 만화 작가는 실제로 1인 개발 경험이 있는지라 뭐라도 팁을 줄까 기대했습니다만, 실상 ‘스텔라의 마법’는 게임 개발 따윈 아무래도 좋은 일상물이더군요.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고교생임에도 멤버들의 잠재력만큼은 업계 베테랑을 아득히 상회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만한 진용을 갖춘 동아리에 가입할 수 있다면 게임 개발도 꿈은 아닙니다.

4위.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 같은 반 여학생을 히로인 삼아 게임을 개발한다니 소름 (사진출처: 애니메이션 웹사이트)

본인이 미소녀가 아니라 ‘스텔라의 마법’은 영 몰입하기 힘들다면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을 추천합니다. 주인공 ‘토모야’는 교내 게임 개발 동아리의 프로듀서 겸 디렉터로서 주된 역할은 시나리오 및 스크립트 담당. 주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중증 오타쿠라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거지도 종종 보입니다. 음, 감정이입 되네요.

대략적인 내용은 ‘토모야’가 어쩌다 마주친 여학생에게 반해 그녀를 메인 히로인으로 한 동인게임 개발을 추진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여학생은 ‘토모야’와 같은 반 ‘메구미’였고 그렇게 둘의 풋풋한 관계가 시작된다는 뭐 그런 러브코미디죠. 도대체 어떻게 하면 학급 친구도 몰라보나 싶지만 의외로 일본 만화에선 흔한 설정이에요. “에엣, 쟤 우리 반이었어?”

이 만화의 장점은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이 꽤나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스케줄이 엇나가고 예산이 바닥나는 등 학생이라면 있을 법한 악재부터 동인 시장 및 오타쿠 문화에 대한 자조적인 비판도 나옵니다. 물론 개발에 한해서 그렇다는 거고 ‘메구미’가 막 ‘토모야’에게 반하고 알콩달콩한 부분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아요. 그런 거는 우리한테는 있을 수가 없죠.

3위. 호노카 레벨업!


▲ 게임 개발사 취업은 그냥 삼촌이 꽂아주면 되는거 아닌가요?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고교 동아리 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한들 훗날 게임사 취업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죠. 반면 ‘호노카 레벨업!’ 속 미소녀 ‘호노카’는 경험이고 자격증이고 다 필요 없이 단숨에 원화가로 데뷔합니다. 실은 삼촌이 최근 스튜디오를 차려 독립한 천재 디렉터거든요.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생활은 혈연이 닿아야 술술 풀리는 법입니다.

게임 개발을 다룬 만화치고는 특이하게 주인공 ‘호노카’는 게임에 ㄱ도 모릅니다. 그림 그리기가 유일한 취미이자 꿈인데 얼결에 삼촌 스튜디오에서 원화를 그리게 된 거죠. 누가 봐도 조카의 자아실현을 위한 아마추어적인 월권행위 같지만 스튜디오 대표가 그러겠다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다행히 만화 속 인물들은 다 사람이 좋아서 친절히 대해주더군요.

‘호노카 레벨업’이란 제목에서 보듯 전체적인 전개 방식은 아무것도 모르던 ‘호노카’가 점차 게임 업게에 흥미를 느끼며 원화가로서 성장해간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냉정한 피드백에 상처도 받고 베테랑과 대면하며 위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점차 나름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왕도적인 성장물이죠. 기자도 게임 개발하는 삼촌이 있다면 낙하산 타보고 싶습니다.

2위. 기가 도쿄 토이박스


▲ 근성론의 끝을 보여주는 만화, 인기는 있어서 드라마까지 (사진출처: 드라마 웹사이트)

이제까지 미성년자에 대한 만화였다면 ‘기가 도쿄 토이박스’는 진짜 게임사에 입사한 사회초년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당찬 여주인공 ‘모모’는 왕년 게임 폐인에다 개발 기획자 지망인데, 본래 찢겨질 이력서가 실수로 통과되는 바람에 취업 성공합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조건부 수습이므로 실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군말 없이 나가야 하죠.

그러니까 이 만화는 이렇다 할 경력 한 줄 없는 신입 개발자가 뜨거운 열정만으로 어찌어찌 업계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각종 업체나 기기는 실존하는 것을 살짝 바꿔 등장시키고, 인물 묘사와 주요 에피소드도 실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상당히 본격적인 게임 개발 만화에요. 심지어 게임사 내부 알력다툼부터 위주의 설움도 자세히 다룹니다.

문제는 내용이 시작부터 끝까지 대책 없는 근성론으로 점철됐다는 겁니다. ‘모모’의 사부라 할 수 있는 중견 개발자 ‘타이요’는 내공이 엄청난 것처럼 묘사되는데 실제로는 지시가 분명치 못하고 기백만 강조합니다. ‘모모’도 난관이 봉착할 때마다 근성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계속된 초과근무는 열정이니까 괜찮답니다. 이건 좀 잘못된 인식을 퍼트릴 우려가 있죠.

1위. 뉴 게임!


▲ 누리꾼에게는 저런 미소보다 펑펑 우는 모습이 익숙하죠 (사진출처: 애니메이션 웹사이트)

게임 개발을 소재로 삼은 만화 가운데 인지도로 따지면 ‘뉴 게임!’이 단연 1위입니다. 사실 본편 전체가 유명하다기보다 주인공 ‘아오바’가 나온 한 장면이 블랙기업에게 착취당하는 개발자의 온상처럼 퍼진 탓이죠. 만약 웹서핑을 하다 “X됐다”라며 목을 매달려 하는 보라색 트윈테일 미소녀가 보인다면 그녀가 바로 ‘스즈카제 아오바’입니다.

‘아오바’는 어릴 적 즐긴 RPG ‘페어리즈 스토리’에 큰 감명을 받고 고교 졸업 후 곧장 해당 게임사에 입사해버립니다. 면접 당시 후줄근하게 앉아있는 개발자 ‘야가미 코우’를 못 알아보고 면전에서 그녀를 동경한다고 열변한 것이 통과 비결. 정말 몰라 본건지 몇 수 앞을 내다본 신의 한 수 인지, 역시 구린내가 풍기지만 만화니까 넘어가도록 하죠.

‘뉴 게임!” 작화가 워낙 귀엽고 둥글둥글해서 자연스레 순화되긴 했지만 ‘호노카 레벨업!’같은 100% 판타지에 비하면 업계의 부조리함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편입니다. 상습적으로 철야를 시킨다거나 임금을 후려친다거나 말이죠. 이건 작가가 직접 2년간 원화가로 게임사에 근무하며 겪은 경험이 십분 반영된 덕분이랍니다. 역시 게임 개발자는 되기도 어렵지만 버티기는 더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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