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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2차 테스트, 완성까지 또 한 발짝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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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RPG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식이 따라다니는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할 게임 없으니 그냥 좀 나오라는 일부 유저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총 4차에 걸친 테스트 로드맵을 짜놓고 진득하게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를 선보였다면 최근 열흘간 진행된 2차 테스트에선 보다 확장된 콘텐츠를 검증했다.

이제 항해 시스템을 통해 ‘루테란’을 넘어 ‘애니츠’, ‘아르테타인’ 등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 거대한 해머를 든 ‘디스트로이어’와 카드 마법이 특기인 ‘아르카나’, 강력한 소환수를 부리는 ‘서머너’까지 한층 개성적인 직업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 오는데 꼬박 3년, 과연 ‘로스트아크’는 완성을 향해 얼마나 더 다가섰을까?

로스트아크
▲ 어디까지나 신규 직업을 체험하기 위해 마법사를 골랐다, 흠흠 (사진출처: 게임메카)

여전히 아름답고 풍부한 환경 묘사

사람이나 게임이나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 유저가 게임을 켜고 한 시간 동안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 뒤에 어떤 콘텐츠가 준비됐든 높은 확률로 언인스톨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스트아크’는 좋은 출발을 보인다. 쿼터뷰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급 그래픽과 연출을 갖췄고, 도입부 전개를 상당히 긴박하게 만들어놔서 곧장 정신 없이 몰입하게 된다.

1차 테스트에서 썼던 글의 반복이긴 하지만 한번 더 그래픽을 칭찬해보자. ‘로스트아크’에게 그래픽이 좋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평가다. 그냥 좋다기보다 아름답다, 풍부하다, 생동감이 넘친다는 감상이 적절하다. 사실 구세대 엔진인 언리얼 3로 개발돼 기술적으로 월등한 것은 아닌데, 그걸 덮고도 남을 만큼 환경 묘사와 디자인이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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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탄할만한 풍경이 정말 많지만 역시 마법사 초반부가 백미 (사진출처: 게임메카)

게임을 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둔덕이나 숲길의 풍경이 퀘스트로 바쁜 발걸음을 붙잡는다. 꽃 한 송이 바위 하나 그리고 거기에 비추는 햇볕까지 완벽한 위치선정을 보여준다. 자연 환경만 이런 것이 아니라 성곽이나 마을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깨진 보도 블록 사이사이 이끼만 봐도 얼마나 공들였는지 알만하다. 모르긴 몰라도 개발팀에 조경사가 있지 싶다.

자잘한 단점을 덮어버리는 연출력

그래픽보다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연출력이다. 리뷰에서 미사여구를 붙일 때 흔히 ‘콘솔게임을 방불케 하는~’이러는데 ‘로스트아크’가 정말 그런 수준이다. 조금이라도 중요하다 싶은 장면은 전부 컷신으로 처리해서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여기서 자연스레 게임플레이로 연결시키는 능력도 탁월하다. 특히 화려한 볼거리는 주요 캐릭터의 일기토와 대규모 전투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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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여 병사가 격돌하는 전장의 현장감이 화면 너머로 전해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일례로 두 차례 테스트에서 모두 호평을 받은 ‘영광의 벽’. 반란으로 실권을 장악한 섭정을 상대로 도성을 탈환하려는 왕자의 군세가 공성전에 임하는 부분이다. 양측의 수백여 병사가 뒤엉키고 각종 공성병기가 동원되는 가운데 별동대로서 전장을 가로지르며 각종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거대한 전장은 전율을 불러일으키고 역동적인 연출은 흥분을 배가시킨다.

비교적 초반부에 볼 수 있는 ‘영광의 벽’과 첫 챕터의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왕의 무덤’ 이후에도 막강한 연출력을 맛볼 기회는 종종 등장한다. 특히 하늘에서 악마 군세가 쏟아져 내리는 ‘광기의 축제’는 어차피 게임(심지어 난이도가 꽤 낮다)임에도 불구하고 일순 공포심이 들 정도로 절망적인 분위기를 120% 살렸다. 위기의 순간 지원군이 등장할 때 카타르시스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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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경험치 뭉텅이란 것을 아는데도 이때만큼은 떨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두 장르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고

그래픽과 연출을 칭찬하는데 여섯 문단이나 할애해버렸다. 그렇다면 게임의 다른 부분은 어떨까? ‘로스트아크’가 내세운 장르는 핵앤슬래시 MMORPG. 아마도 쿼터뷰 핵앤슬래시의 직관성과 속도감, 호쾌한 액션을 취하면서 동시에 MMORPG가 지닌 확장성과 유저간 커뮤니케이션 등을 모두 잡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간 두 장르의 융합을 꾀한 게임 대부분이 어느 한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데 비해 ‘로스트아크’는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기계문명에서 온 거너부터 무림 출신 격투가, 신비한 요정세계의 마법사까지 다채로운 직업은 저마다 차별화된 역할과 스킬로 무장했다. 중무기를 휘두르는 전사 계통은 말할 것도 없고 마법사도 타격감이 썩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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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핵앤슬래시 같다가도 MMORPG스러움이 느껴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메인 시나리오의 비중이 높은 초중반부가 마치 싱글 RPG를 즐기는 듯하다면 후반부 콘텐츠는 MMORPG 색채가 강하다. 여럿이 힘을 합쳐야 공략 가능한 레이드 보스, 큐브 던전 등은 물론이고 채집, 수렵, 요리 등 생활 콘텐츠의 필요성도 커진다. 아직 본격적인 커뮤니티 콘텐츠가 미흡하긴 하지만 단기간 테스트임을 참작하면 그리 거슬리진 않는다.

맛있는 건 조금 더 일찍 먹여줬으면

다만 스토리는 빈말로도 좋다기 어렵다. ‘로스트아크’는 악마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인공 일행이 고대 유물 ‘아크’를 찾아가는 왕도적인 이야기다. 정의로운 편이나 악당이나 뻔한 용모와 그에 걸맞은 행동거지를 보여주며 전개 과정도 독특한 맛이 부족하다. 마치 멋진 장면 몇 개를 생각해두고 그 사이는 대강 기워서 만든 듯한 전형적인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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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막타 빼먹다가 갑작스런 전개로 흐...흐콰하는 '아만' (사진출처: 게임메카)

후반에 편중된 콘텐츠 비중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중반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메인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것뿐이다. 생활 스킬이 뭔지 구경하는데 몇 시간이 걸렸고 항해까진 스무 시간 이상 소요된 것 같다. 그나마도 본격적인 항해 기능을 활용하거나 레이드, PvP 등을 즐기려면 그 두 배는 더 플레이해야 한다. 조금씩은 미리 맛 보여줘도 괜찮을 텐데.

전투 시스템 또한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상대가 별 것 아니라도 일단 기절하거나 넘어지면 즉각적으로 회복할 방법이 없어 허무하게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후반에 얻는 ‘어빌리티’를 통해 기상 스킬을 쓸 수 있긴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다. 이 때문에 PvP에서 CC를 많이 가진 몇몇 직업이 그야말로 밸런스를 파괴하는 행태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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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반에 CC기를 대처할 방법이 없어 황당하게 죽어버린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한 발짝씩

전체적으로 단단한 기반 위에 착실히 콘텐츠를 쌓아 올린 모습이다. 즐길 거리가 늘어난 만큼 아쉬움도 커졌지만, 다행히 게임의 근간을 흔들 만큼 치명적이지는 않다. 이제 전체적인 윤곽이 거의 잡혔으니 열심히 속을 채워가면 되겠다. 정식 서비스까지 두 번의 테스트가 남았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한 발짝씩 나아가기 바란다.

2014년 지스타에서 ‘로스트아크’를 처음 봤을 때는 무슨 별세계 게임 같았는데, 이제야 좀 현실감이 든다. 4차 테스트 후 론칭은 너무 과하지 않나 싶었는데 방대한 기획과 그걸 구현해가는 과정을 보니 납득이 된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완성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는 ‘로스트아크’에 새삼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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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에 다가가는 '로스트아크', 다음 항해는 더욱 먼 곳으로 (사진출처: 게임메카)
김영훈
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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