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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그냥 동물원이나 차릴걸… 뒤틀린 ‘타이쿤’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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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사장 노릇 하는 꿈을 꾸잖아요. 괜찮은 구상만 있으면 당장 회사 때려 치고 내 사업 하고 싶고. 한편으로는 이런 불경기에 함부로 독립했다가 쪽박 차면 어쩌나 걱정도 됩니다. 그렇다면 우선 ‘타이쿤’이라도 즐기며 예행 연습하면 어떨까요?

‘타이쿤’이란 일본 에도 시대의 지도자 대군(大君, Tycoon)에서 유래했습니다. 대군이 나라를 잘 다스리듯 어떤 조직이나 시설을 경영하는 게임을 뜻하는 별칭이죠. 일반적인 기업체부터 놀이공원, 식물원까지 종류도 각양각색. 물론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는 진취적인 경영인을 위한 보다 위험천만한 사업도 존재합니다. 이른바 뒤틀린 ‘타이쿤’ TOP5입니다.

5위. 프리즌 아키텍트(Prison Architect)


▲ 기본적으로 호텔 경영과 비슷합니다, 사람을 가둬놓는 것만 빼면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어리바리한 부하 직원이나 순진한 관광객 상대하는 ‘타이쿤’은 금새 지루해지기 마련이죠. 가끔은 너무 쉬워서 일부러 시설을 망쳐놓기도 하잖아요. 진짜 경영하는 보람을 느끼려면 극악무도한 범죄자들 정도는 계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프리즌 아키텍트’는 교도소장이 되어 지상 최고의 감옥을 만들어가는 게임입니다.

까짓 온종일 갇혀있는 사람들 관리하는 게 어려울까 싶다면 큰 오산입니다. 한정된 예산을 아끼고 아껴서 시설을 증축하고, 매 때마다 죄수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적절히 일도 시키고 재사회화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죠. 기도하고 천국 가라고 예배당도 지어주고요. 당연히 죄수뿐 아니라 교도관들 편의도 살펴야 합니다.


▲ 인간적으로 대우 해줘도 폭동을 일으키면 남은건 정의의 철퇴뿐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만약 귀찮다고 ‘쇼생크 탈출’마냥 마구잡이로 죄수를 탄압했다간 탈옥도 모자라 폭동이 터져나옵니다. 특히 갱단 보스를 함부로 처벌하면 부하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나죠. 일단 무장 교도관이 상황을 통제하겠지만 폭주한 죄수 무리가 무기고라도 터는 순간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얼른 폭동 진압대 호출하고 깊숙이 숨어있으시길.

4위. 폴아웃 쉘터(Fallout Shelter)


▲ 원작의 오버시어' 보며 암에 걸렸다면 이제 직접 경영해보시죠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고전 명작 ‘폴아웃’은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세계를 무대로 삼았죠. 주인공은 평생 방공호에서만 살다가 모종의 이유로 꿈도 희망도 없는 외부 세계에 나오게 됩니다. 문명이 폭삭 망한 바깥은 약탈자와 돌연변이가 횡행하는 황무지고, 방공호는 질서와 기술은 남아있지만 자유가 없는 통제사회에요. 관리자 ‘오버시어’는 완전 고압적인 독재자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과연 ‘오버시어’에 대한 이런 취급이 온당할까요? 솔직히 인류가 대충 망해버린 상황에서 닥쳐오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거주민을 보호하자면 어지간한 멘탈로는 어림도 없죠. ‘폴아웃 쉘터’는 이러한 ‘오버시어’의 고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경영게임입니다. 땅 속에 숨겨진 방공호를 확장하고 거주민이 생존할 수 있도록 머리털 빠지게 챙겨줘야 합니다.


▲ 뛰어난 오버시어라면 지상, 아니 지하낙원 건설도 꿈이 아닙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방공호의 기본은 거주지, 식당, 그리고 정수 및 발전기입니다. 각 거주민에게 임무를 하달해 모든 시설을 원활하게 가동합시다. 문제는 세기말답게 뭐 털어갈 거 없나 주기적으로 기웃거리는 약탈자와 땅바닥을 뚫고 나오는 팔뚝만한 바퀴벌레, 불시에 발생하는 화제까지 악재가 끝이 없어요. 이러니 게임에 나오는 ‘오버시어’가 하나같이 괴팍한 거 아닙니까.

3위. 더 슈라우디드 아일(The Shrouded Isle)


▲ 사이비 종교 경영도 힘듭니다. 신앙이 전부 해결해주는거 아니었나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이따금씩 뉴스에 오르내리는 사이비 종교를 보면 보유 자금이 거의 대기업에 필적합니다. 신앙을 앞세워 교주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강요하고 막대한 헌금과 무급 노동으로 재물을 착복하는 것이죠. 이렇게 모인 자금은 교단의 세를 넓혀 더 큰 이익을 창출하는데 투입되고요. 이러니 사이비 종교 교주쯤 하려면 뛰어난 언변은 물론 수준급의 경영 감각도 필요합니다.

혹시라도 없겠지만, 나는 꼭 사이비종교 교주를 해봐야겠다는 분은 ‘더 슈라우디드 아일’로 참아주시길. 이 게임은 악신을 섬기는 교주가 되어 고립된 섬에서 사교를 키워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파격적인 설명만큼이나 경영 방식도 여느 ‘타이쿤’과는 궤를 달리해요. 마을 지주를 구워삶아 어둠의 교리를 전파하고 딴 생각을 품은 배신자는 조용히 묻어버리기도 합니다.


▲ 이번 제물을 누구로 할까요? 일단 사내 녀석들 중에서...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사교하면 역시 인신공양을 빼놓을 수 없죠. 악신의 총애를 얻기 위해 일정 기간마다 사람을 제물로 받쳐야 합니다. ‘인디아나 존스’에서 자주 나오는 사람 눕혀놓고 양 손으로 찌르는 연출이 그대로 나와요. 누굴 제물로 선택하냐에 따라 신도들의 믿음이 흔들리기도 하니 나름대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판글루 글루나파 크툴루!

2위. 로보토미 코퍼레이션(Lobotomy Corporation)


▲ 영상이 참 해맑네요. 실제 게임은 심신미약자 관람 불가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드루 고더드 감독 공포영화 ‘캐빈 인 더 우즈’는 세계 각지의 괴물을 모아 관리하는 비밀조직이 있다는 흥미로운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친숙한 뱀파이어와 좀비, 신화 속 외눈박이 사이클롭스, 도시괴담에 나올법한 미친 의사와 광대 살인마 등 온갖 끔찍한 존재가 우글거려요. 도대체 영화 속 조직은 무슨 수로 이런 괴물들을 사육할까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수십 종이 넘는 이형의 존재 ‘환상체’를 잡아놓고 이들에게서 에너지를 수확하는 회사입니다. ‘환상체’는 위험도에 따라 다섯 등급으로 나뉘며 귀여운 소녀부터 보기만 해도 까무러칠만한 야수까지 다양한 외형을 지녔죠. 사람 한둘쯤은 손쉽게 찢어발길 수 있는 괴물들이지만 격리 수칙만 준수하면 문제는 없습니다.


▲ 귀여운 괴물들 보살피고 에너지 챙기고, 참 쉽죠?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다만 이런 설정이 다 그렇듯 격리가 제대로 될 리 없죠. 사실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격리 수칙을 알 수조차 없습니다. ‘환상체’는 저마다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탈출하는데, 가령 ‘빨간 구두’는 여성 직원을 광기에 빠뜨려 사고를 쳐요. 일단 한 명쯤 희생돼야 원인을 파악할 수 있으니 직원이 줄어들수록 시설 경영은 점점 더 곤경에 처합니다. 그냥 동물원이나 차릴걸…

1위. 던전 키퍼(Dungeon Keeper)


▲ 상습적인 주거 침입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줍시다 (영상출처: 유튜브 Templayer)

기자는 이제껏 여러 RPG를 플레이하며 셀 수 없이 많은 던전을 공략했습니다. 우선 보초를 제거하고 함정과 장애물을 돌파한 뒤 두령을 박살내고 보물을 챙겼죠. 조금 달리 말하면 누군가가 열심히 가꿔온 삶의 터전을 대화의 여지도 없이 잔인하게 유린한 겁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간 용사라는 알량한 권위에 기대어 지나치게 무신경했던 것은 아닐까요?

‘던전 키퍼’는 그간 토벌과 약탈의 장소였던 던전을 경영인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악의 수장으로서 공포스런 미궁을 설계하고 괴물들을 육성하는 거죠. 육체 노동을 책임지는 ‘임프’와 치안 담당 ‘고블린’, 흑마법 연구가 한창인 ‘워록’ 등 각자 역할에 충실한 훌륭한 직원이에요. 물론 업무 성과에는 두둑한 금화로 보상해줍니다.


▲ 어찌보면 던전 관리도 회사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이처럼 모두가 함께 일군 견실한 던전에도 위기가 찾아옵니다. 무슨 보물을 맡겨놓은 것마냥 뻔뻔하게 쳐들어오는 용사 일행 때문이죠. 비정한 칼날과 백마법 앞에 무고한 직원이 하나 둘 쓰러지는걸 보면 피가 거꾸로 솟아요. 이 녀석들을 잡아다 고문실에 집어넣고 악의 참교육을 시켜줘야겠죠. 약간의 고통과 금화면 아군으로 포섭할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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