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PC

전설의 귀환인가 추억팔이인가, PC게임 리마스터 열풍

/ 1
[관련기사]

이제 한 달만 있으면 소싯적 국민게임이자 민속놀이 반열에 오른 ‘스타크래프트’가 짱짱한 HD 해상도로 부활한다. 이른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Remaster)’. 덕분에 뭇 누리꾼 사이에선 리마스터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원작과 달라지며 리메이크와 무슨 차이인지 등 여러 얘기가 오가고 있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리메이크’가 하나의 게임 원안을 가지고 뼈대부터 다시 만들어내는데 비해 리마스터는 기존 소스를 유지하며 개선 작업만 진행하는 것이다.

리마스터 시에는 최신 디스플레이 사양에 맞춘 고해상도 지원 및 그래픽 질 향상, 여기에 UI를 수정하거나 자잘한 오류를 잡아내기도 한다. 사실상 다른 게임이 되어버리는 리메이크와 달리 원작의 재미를 최대한 쾌적하게 전달하는데 목적이 있기에 시스템 자체는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심지어 과거 기술력 한계로 발생한 오류의 경우에도 게임성의 일부라 여겨질 경우 일부러 남겨놓기도 한다.


▲ 원작 게임성을 최대한 보존한 체 고해상도로 다시 태어난 '스타크래프트' (영상출처: 블리자드)

예전부터 콘솔 업계에서는 리마스터 출시가 빈번히 이뤄졌다. 몇 년 주기로 신형 기기가 나올 때마다 입력 장치가 달라져 기존 게임이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리마스터를 내놓는 풍토가 자리잡았다. 반면, 약간의 수고만 들이면 얼마든지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PC는 상대적으로 리마스터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다. 대신 GOG(Good Old Games)닷컴처럼 옛 명작을 최신 운영체제에서 구동시키는데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PC로 출시되는 리마스터 게임이 부쩍 늘어났다. 90년대 어드벤처 장르의 황혼을 장식한 ‘그림 판당고’부터 우주 스케일 함대전을 선보인 ‘홈월드’, 왕년 악마의 게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3’, 철학적인 서사가 빛나는 ‘바이오쇼크’, 서구 RPG를 기사회생시킨 ‘발더스 게이트’까지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작품이다. 한때 ‘스타크래프트’와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도 시기를 같이해 리마스터로 부활한다.


▲ 최근 몇 년 사이 PC로 출시되는 리마스터 게임이 부쩍 늘어났다 (사진출처: 각 공식 홈페이지)

PC게임 리마스터 열풍이 부는 세 가지 이유

PC게임 리마스터 열풍이 불기 시작한 원인은 뭘까?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볼 수 있다. 첫째로 모바일 환경의 대두다. 근 몇 년간 모바일 기기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앱마켓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이와 함께 PC 시절 명작을 이식하여 유료 판매하는 방식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완전히 새로운 기기로 출시되는 만큼 해상도 및 조작 방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그림 판당고’와 ‘발더스 게이트’가 대표적으로 모바일 출시를 염두에 두고 리마스터가 진행된 경우다.

둘째로 콘솔 게임의 PC 진출이 리마스터 열풍에 박차를 가했다. 10년 전에는 PC와 콘솔, 아케이드를 모두 분절된 시장으로 봤지만 점차 이러한 경계가 희미해지는 실정이다. 같은 값의 게이밍 PC가 콘솔 사양을 뛰어넘은 지는 오래됐으며 개발 구조적으로 볼 때도 예전만큼 기기간 호환이 난해하지 않다. 이에 신규 수입원을 찾아 철 지난 콘솔 독점작이 PC로 건너오는 와중에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리마스터가 이루어진다.


▲ 살짝 철 지난 콘솔 독점작이 리마스터를 거쳐 PC로 진출하는 추세 (사진출처: 플래티넘 게임즈)

마지막 셋째는 평균적인 디스플레이 사양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 그야 당연히 리마스터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고해상도 지원을 위한 것이지만, 콘솔의 경우 신형 콘솔 발매에 맞춰 빠르면 1년 만에 리마스터 버전이 나오는 등 본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그러나 PC는 정말로 고해상도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며 기존 고전 게임을 그대로 즐기기가 심히 괴로운 상황에 이르렀다.

전설의 귀환 혹은 그저 추억팔이, 선택은 각자의 몫

리마스터 출시가 활성화되는 것은 여러모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오래 된 게임을 때 빼고 광내서 내놓는다는 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이기에 리메이크가 아닌 리마스터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터이다. 당장 ‘스타크래프트’는 물론 ‘홈월드’,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3’ 등 모두 지금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는 게임이다. 다소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추억이 퇴색될 정도까진 아니다.


▲ 90년대 게임이지만 지금 태블릿으로 즐겨도 엄청난 몰입감을 자랑한다 (사진출처: 유비소프트)

조금 냉소적으로 보자면 ‘추억팔이’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있을 법하다. 사실 아주 근거 없는 얘기도 아니다. 게임사로서는 성공 여부조차 불확실한 신작 개발 대신 옛 명작을 리마스터함으로서 안정적인 수익에 더하여 유저의 추억을 되살린다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다. 해당 IP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도 있다. 다만 그만큼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야 할 인력과 자원이 소모되는 것은 사실이다. 즉, 미래에 투자하기보다 과거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유저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명작을 쾌적하게 즐기니 무조건 좋을 것 같지만 여기에도 상업성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그저 수익을 내는데 급급하여 미비한 개선 사항만 가지고 리마스터 딱지를 붙여 유저의 질타를 받은 게임이 매년 수 편씩 나온다. 2015년작 ‘프로토타입: 리마스터’에 대하여 한 외신이 남긴 “안타깝게도 액티비전은 리마스터 버전을 내려면 리마스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는 평가는 업계의 전설이 됐다.


▲ 리마스터 버전을 내려면 리마스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사진출처: 액티비전)

작금의 PC게임 리마스터 열풍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양각색이다.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스타크래프트’ HD 리마스터에도 시큰둥한 사람은 존재한다. 대체로 신작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이제와서 구작을 개선하는데 드는 노력이 낭비로 느껴질 것이다. 반면 추억팔이라도 좋으니 리마스터 출시가 더욱 잦아지길 바라는 목소리도 적잖다. 지금처럼 PC게임 시장이 계속 커지고 리마스터 판매량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한 이러한 열풍은 한동안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스타크래프트 1998. 04. 09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RTS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스타크래프트'는 인간의 후예인 테란과 사이오닉 에너지를 사용하는 프로토스,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저그 등 세 종족의 이야기를 그린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는 기존 RTS 게임과 달리... 자세히
김영훈 기자 기사 제보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4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