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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게임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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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열린 '게임콘텐츠 해외 활로개척을 위한 신흥시장 오픈 포럼'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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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최근 몇 년 새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개발사가 부쩍 늘어났다. 그 중에는 경쟁이 치열한 메이저 시장이 아니라 블루오션으로 분류되는 제 3세계 국가들을 공략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국내 개발사들의 해외 진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게임콘텐츠 해외 활로개척을 위한 신흥시장 오픈 포럼’을 2회차를 진행했다. 지난 4월 개최된 제 1회 포럼에서는 인도 게임시장을 다뤘으며, 이번 포럼에서는 다소 생소한 지역인 중동 게임시장 진출전략과 노하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27일(화) 오후 2시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중동 게임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게임 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과연 중동은 한국 게임업계에 새로운 수출 활로를 열 수 있을까?

중동 지역 처음 진출할 경우 ‘아랍권’ 노려라

중동에 진출하고자 하는 업체는 먼저 진출 범위를 확실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흔히들 중동과 아랍권, 이슬람 문화권을 혼동해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중동은 지역, 아랍권은 언어, 이슬람 문화권은 종교를 기준으로 삼는다. 즉, 중동이라고 해도 아랍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과 이란, 터키의 경우 중동 국가지만 아랍어를 쓰지 않아 아랍권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아랍어권 국가들은 일명 MENA(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아랍권 국가를 통칭)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집트 등 20여개국이 속해 있다. MENA 국가들은 같은 이슬람을 믿더라도 국가에 따라 시아파와 수니파 등으로 나뉘며, 문화나 방언 역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같은 아랍어를 사용한다는 공통점 덕분에 한 번에 진출하기 용이하다. 따라서 중동 지역 진출을 원하는 게임사는 일단 아랍어권 MENA 국가들을 1차 타깃으로 설정하는 편이 유리하다.


▲ 중동 및 아랍권 게임 시장에 대해 설명한 피그 김성현 팀장(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들 국가들의 총 인구수는 3.6억 명으로, 신흥시장으로서 가능성이 충분하다. 비록 선진국이 아닌 국가들이 많긴 하지만, 카타르, UAE, 쿠웨이트 등은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한국보다 1인당 GDP가 높고 구매력도 뛰어나다. 해당 국가들은 90%가 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기 때문에 인프라가 이미 형성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이들 국가가 최근 국제유가 하락 추이를 극복하기 위해 콘텐츠 산업을 포함한 비석유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도 해외 기업으로서는 긍정적 부분이다. 특히 보수성이 강해 놀이나 유흥 문화에 부정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왕세자의 지휘 하에 국가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하는 등 게임산업에 초록불이 켜졌다.

아랍권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다소 독특한 분포를 보인다. 총 다운로드 수는 한국의 117% 수준이지만, 매출은 22%에 그친다. 이는 구매력이 약한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은 높은 인구를 바탕으로 다운로드 수가 높기 때문에, 초반 아랍시장에 진입한 게임들이 커뮤니티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즉, 검증은 북아프리카에서, 실질적 매출은 사우디, 카타르, UAE 등의 선진국에서 내는 것이다.

현지화 통해 다양한 장르 개척해나가야

아랍권에서 가장 선호하는 게임은 전략 게임 장르다. 이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모바일게임 기준으로 전체 게임매출의 85% 가량이 전략 게임에서 발생하는데, 명예와 자존심을 중시하고, 집단 중심주의가 널리 퍼져 있는 아랍 문화권의 특성과 잘 맞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략 게임 외 장르는 사실상 미개척 상태다. 전략 게임 장르와는 달리 현지화 비율도 적으며, 출시된 게임 수도 적다. 역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장르 개척이 가능하다. 다만, 여기에는 철저한 현지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 실제로 아랍권에서 흥행하는 게임 대부분은 현지화가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현지화에서는 언어의 특성과 문화적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언어의 경우 우에서 좌로 쓰는 아랍어의 특성에 맞춰야 하며, 아랍권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중동의 건물, 세계관, 배경을 포함시키는 등의 세심한 배려가 게임의 흥행 여부를 좌우하기도 한다. 


▲ 아랍권 현지화의 대표적인 사례인 '철권7'의 '샤힌'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모바일게임 ‘Lord Mobile’의 경우 아랍어 쓰기에 맞춰 UI를 좌우 반전시켜 깔끔한 화면을 구현했으며, 아랍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오버워치’의 ‘오아시스’ 맵, ‘철권 7’의 아랍어권 캐릭터 ‘샤힌’ 등은 현지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또한 ‘클래시 오브 킹즈’와 유사한 중국 게임인 ‘리벤지 오브 술탄’은 캐릭터 및 배경을 중동에 맞게 재설정해서 출시, 아랍어권에서 1위를 수성하는 게임으로 거듭났다.

아랍권의 독특한 문화에 주의할 것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동 및 아랍어권 시장이지만, 해당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 및 인식 차이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아랍권 직원들은 기본적인 업무 속도가 느린데다,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리는 시간에는 업무를 할 수 없다.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서도 독특한 인사 문화(나이, 인원, 성별, 위치 등에 따라 인사를 건네고 받는 상황이 제각각임), 엄격한 남녀 구분, 산만한 듯한 미팅 문화,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는 어법 파악, 무리한 설득 금지(자존심 문제로 생각함) 등 적응해야 하는 점이 많다. 

종교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슬람 특성 상 성적인 부분이나 과도한 폭력 요소(선혈 등)를 지양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여성 캐릭터에 히잡을 씌울 필요까진 없지만, 허벅지나 가슴, 배꼽 등의 노출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또한 국가간 대립 요소나 반 이슬람적 콘텐츠도 용납하지 않아 전쟁 게임의 경우 국기나 심볼을 수정하는 등의 절차가 필수적이다.



▲ 아랍권 진출에 있어 문화 차이 극복이 중요하다고 설명한 타하디게임즈 하워드 리 CEO(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대부업이나 돈놀이를 금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신용카드에 대한 묘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아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이 적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비아랍권 중동 국가인 이란의 경우 국가 정책으로 인해 비자나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의 사용이 막혀 있으며, 글로벌 광고 플랫폼도 허용되지 않아 별도의 진입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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