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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목표는 단 하나 '여친' 만들기, 러블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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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시도 안하는 애들이 사랑이 뭔지나 알겠냐!”

아마 미소녀게임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활동한 독자 분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말은 2000년대 초반 커뮤니티 사이에서 인기를 끈 유행어인데요. 이 짧은 말대로, 미소녀게임은 특성상 남녀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설령, 해당 작품이 죽고 죽이는 스릴러든, 마왕을 무찌르는 중세 판타지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결국 대부분의 미소녀게임은 반드시 ‘연애’가 포함되죠.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리프(Leaf), 키(Key)와 같은 개발사의 영향으로 남녀가 커플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 연애 과정에 의미를 두는 미소녀게임을 좀처럼 보기 힘들죠. 그래서 일부 게이머들은 종종 엘프의 ‘동급생’ 시리즈 이후 진정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말은 틀렸습니다. 현재도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를만한 작품은 여전히 존재하고, 심지어 유저들에게 큰 호평을 이끌어내며 판매되고 있죠. 오늘 소개할 작품이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인 ‘러블리케이션(LOVELYxCATION)’입니다.


▲ '러블리케이션' 타이틀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개발팀, 히비키 워크스

‘러블리케이션’의 개발팀 히비키 워크스(hibiki works)는 2009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서 설립이 아니라 만들어졌다고 표현한 이유는 본래 히비키 워크스는 미소녀게임 ‘차륜의 나라 유구의 소녀’로 유명한 아카베소프트2 산하 브랜드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이름도 ‘아카츠키 워크스 히비키 사이드(暁works - 響side)’였으나, 나중에 대표작 ‘러블리케이션’ 발매와 함께 독립하면서 이름을 바꿉니다.

이렇게 관계가 복잡한 이유는 미소녀게임 개발사의 특성 때문입니다. 미소녀게임 개발사는 같은 회사, 같은 제작진이어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성향의 게임을 내면, 아예 다른 이름의 브랜드명을 사용하거나 본래의 이름 뒤에 ‘~사이드’처럼 다른 말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러블리케이션'의 성공과 함께, 이름을 바꾸고 독립 브랜드로 나선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아카츠키 워크스’는 처음에는 현대 판타지풍의 배틀물을 내긴 했으나, 이후 차기작 ‘루이는 토모를 부른다’가 성공하며, 현대 배경의 일상물에 약간 기묘하고 뒤틀린 주제를 더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굳혔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일본풍의 전설을 주제로 한 배틀물 ‘자전 ~원환의 정~’을 만들 때는 브랜드에 ‘히비키 사이드’를 붙였죠. 결과적으로 이게 히비키 워크스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된 셈입니다.

이후 ‘아카츠키 워크스 히비키 사이드’는 별다른 신작 없이 그대로 조용히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2011년 모회사 아카베소프트2가 대대적인 개편을 시작하면서 히비키 워크스라는 별개 브랜드로 개발팀이 독립하게 되는데요. 동시에 신작 ‘러블리케이션’까지 발매하면서 미소녀게임 제작사로서의 행보를 펼쳐나가게 됩니다.


▲ 이제 '러블리케이션'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용돈을 지키기 위해 여자친구를 사귄다... ‘러블리케이션’

2011년 6월 발매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러블리케이션’은 모회사 아카베소프트를 포함해 그 산하 어떤 브랜드도 내놓은 적 없는 작품입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여자친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만약 여자친구를 사귀는데 실패하면 가차없이 배드엔딩으로 직행하게 되죠. 그야말로 연애로 시작해서 연애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게임의 스토리도 더할 나위 없이 단순 명료합니다. 주인공은 항상 방구석에서 빈둥거리는 소위 말하는 ‘히키코모리’로, 연애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돌연 아버지로부터 “여자친구를 만들지 않으면 용돈을 밖으로 깎겠다”라는 통보를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게 되죠.


▲ 그야말로 전형적인 '미연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스토리만 봐도 알겠지만, 보통의 순애물과 달리 ‘러블리케이션’의 배경에는 갈등의 ‘갈’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게임이 끝날 때까지도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지죠.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유일하게 겪을 갈등이란 잘못된 선택지로 미소녀와 연도 못 맺고 방황하다가 영원히 솔로로 남게 되는 배드엔딩 뿐입니다.


▲ 필사적으로 데이트하고, 여자친구를 만들어 용돈을 사수하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진수’ 담았다

이처럼 철저하게 연애 하나에 집중한 ‘러블리케이션’은 다른 게임에 없는 독특한 시스템을 집어 넣어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우선 주인공 이름 짓기부터 남다릅니다. 사실 90년대 미소녀게임에서도 주인공 이름을 설정하는 것은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고, 캐릭터 음성 지원이 당연시되면서 이제는 보기 힘든 편이죠.

하지만, 히로인과의 알콩달콩한 연애를 목표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 아무래도 감정이입을 해치기 마련! 이런 부분을 고려해 ‘러블리케이션’은 약 150개의 일본 남성 이름과 호칭을 뽑아, 자신이 선택한 이름을 히로인이 음성으로 불러주는 일명 ‘러블리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완전한 자유는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설정한 호칭으로 불러준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죠.


▲ 선택한 이름을 히로인들이 음성으로 불러준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음으로는 ‘스탯’입니다. 미소녀게임에서 RPG와 경영 시뮬레이션을 제외하면 스탯이 있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히로인과의 애정도를 표시해주는 정도죠. 하지만 ‘러블리케이션’은 플레이어가 히로인을 고르는 취향이 다른 것처럼, 히로인도 주인공을 고르는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13가지 스탯을 부여했습니다.

지력, 매력, 체력, 손재주, 감성, 스포츠, 동물, 학문, 패션, 예술, 게임, 오락까지… 아쉽게도 ‘재력’은 빠져 살짝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래도 보통 한 사람을 연애의 대상으로 살펴볼 때 보는 부분은 얼추 다 들어갔습니다. 플레이어는 이런 스탯을 적절히 성장시켜, 공략하려는 히로인의 마음에 들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해야만 하죠. 물론, 그 성장 과정도 결코 쉽지 않으니, 그야말로 현실의 연애와 별반 다르지 않는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 현실의 연애처럼, 히로인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각 히로인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어야만 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게임에는 히로인 공략에 필요한 아이템만 약 100여종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아이템은 아르바이트와 같은 활동이나, 특정 히로인으로부터 선물로 받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입수할 수 있는데요. 이 중에는 단순히 히로인의 호감도를 올리는 아이템 외에도, 특수한 대화나 이벤트가 추가되는 것도 있죠. 덕분에 숨겨진 이벤트를 보기 위해 아이템을 구하려고 공략하는 ‘파고들기’ 요소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러블리케이션’은 아카베소프트2에서 나온 게임 중 최초로 스탠딩 CG에 ‘라이브 2D’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플레이어 눈에 매력적인 히로인을 만들기 위해, 제작진은 모든 대화 장면에 캐릭터 눈과 입의 움직임은 물론, 다채로운 애니메이션을 삽입해 생동감을 더했죠. 이처럼 제작진의 노력이 듬뿍 들어간 ‘러블리케이션’의 성적이 나쁠 리는 없겠죠? 당시 ‘러블리케이션’은 최고의 호평을 받으며 큰 성공을 거둡니다.


▲ 다양한 아이템을 모으면...(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숨겨진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후속작, 그야말로 승승장구

이후 제작진은 1편의 엄청난 성공에 고무되어, 다양한 추가 요소를 더하고, 시스템을 한층 개선한 ‘러블리케이션 2’를 2013년 발매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러블리콜’입니다. 전작과 달리, 후속작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음성이 보다 자연스러워지고, 호칭의 수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또한, 게이머들에게 신청받은 이름 중 상위 300개를 ‘러블리콜’에 더하는 등 히로인과 유저가 직접 소통하는 이름에도 많은 신경을 썼죠.


▲ 2편에서는 한층 더 실감나는 연애를 담아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워킹 토크'로 감정이입에 정점을 찍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길을 걸으면서 같이 대화하는 느낌을 주는 애니메이션 ‘워킹 토크’를 추가하는 등,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 ‘러블리케이션 2’ 역시 호평을 받습니다. 이러한 성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히비키 워크스는 2014년에는 ‘프리티케이션’, 2015년에는 ‘프리티케이션 2’, 2016년에는 ‘퓨얼리케이션’, 그리고 2017년에는 ‘신처 러블리케이션’을 내놓으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도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지금까지 소개한대로 ‘러블리케이션’은 그 추억의 명작 ‘동급생’에 비교해도 전혀 꿀릴 일이 없는 훌륭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입니다. “비주얼노벨은 미연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게임이죠.

만약 아직도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독자 분이 계시다면, 이 참에 ‘러블리케이션’을 통해 사랑을 배워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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