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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픽셀 깎는 형제 개발자, ‘바벨’ 픽셀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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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言]은 스타트업/독립개발팀을 방문하여 게임에 대한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고, 뜨거운 열정과 비전을 소개하여 알리는 코너입니다. 참여를 원하는 팀 및 개발사는 담당기자(orks@gamemeca.com)에게 게임과 팀 및 개발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최근 E3 2017에서 기라성 같은 대작을 제치고 독립 게임 ‘더 라스트 나이트’가 큰 호응을 얻었다. 픽셀 그래픽 특유의 감성으로 그려낸 어둡고 음울한 사이퍼펑크 세계관이 무척이나 인상 깊다. 이래서 기자는 3D 기술이 실사를 방불케 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도트로 찍은 레트로풍 게임을 사랑한다. 이번 회의 주인공은 바로 기자와 같은 ‘픽셀성애자’를 위한 개발사다.

이름에서부터 방향성이 확고한 픽셀로소프트는 대학생 형제가 의기투합한 혈기왕성한 팀이다. 미대생인 동생 홍종석 대표가 아트를 담당하고 전자공학을 전공한 형 홍철화 프로그래머가 코드를 짠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첫 작품 ‘바벨’은 픽셀 그래픽을 활용한 사이드뷰 슈팅게임으로 지난해 게임인재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 픽셀로소프트 홍철화(좌)와 홍종석(우) 형제 개발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言 반갑다. 형제 개발자라니 특이하다. 어떻게 팀을 결성했나

홍철화(兄): 막 어려서부터 게임을 만들자고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 동생은 중학생 때부터 픽셀 찍어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거나 ‘RPG만들기’ 같은 개발툴을 다뤘지만, 나는 항공설계에 대하여 공부 중이었다. 그런데 2015년 9월 즈음에 동생이 게임 개발에 대하여 진지하게 제안하면서 이쪽으로 전향했다.

홍종석(弟): 자라나며 거의 모든 게임을 함께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게임 취향도 비슷하고 어떠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누구보다 공감해준다. 처음에는 ‘RPG만들기’의 힘을 빌어 이것저것 만들어보다가 구상하는 바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프로그래머가 필요하겠더라. 마침 형이 프로그래밍을 공부 중이라 이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言 동생이 대표인 이유도 먼저 협업을 제안해서인가

홍철화(兄): 그보다는 동생이 대외 업무에 능하기 때문이다. 여러 공모전이나 전시회에 나가면 개발자가 직접 게임을 소개해야 하는데, 나보다 훨씬 설명을 잘하더라.

홍종석(弟): …그렇다. 내가 총대를 맸다.


▲ 두 사람의 첫 작품 '카리스워', 아쉽게도 완성되진 못했다고 (사진제공: 픽셀로소프트)

言 형제가 있어봐서 아는데, 개발 도중에 다툼이 일어나진 않았나

홍종석(弟): 팀 결성 초기에는 게임 개발을 대하는 온도차이가 났다. 형은 항공설계를 해왔기 때문에 게임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정도로 반반씩 걸치고 있었고, 나는 전력을 다하고 싶으니 짜증이 날수밖에. 다행히 지금은 개발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다.

홍철화(兄): 지스타에 참가했을 때 우리 게임을 즐기는 유저 여러분을 보며 너무나 뿌듯했다. 다른 개발자들과 소통하면서도 감명을 받기도 했고, 점차 업계에 정이 들면서 게임 개발자로 살아가자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言 본격적으로 게임 이야기를 해보자. ‘바벨’은 어떤 작품인가

홍종석(弟): 게임 제목은 성경에 나오는 그 바벨탑에서 따왔다. 이 세계에는 ‘노아’라는 사이비 교단이 혹세무민하며 군림하고 있는데, 녀석들의 요새가 바로 ‘바벨’이다. 주인공 ‘녹스’, ‘아누슈’, ‘앨리스’는 교단의 전횡에 반기를 든 용사들로 여러 스테이지를 차례로 돌파하여 최종적으로 ‘바벨’을 공략한다는 내용이다.

게임 구성은 ‘메탈슬러그’와 ‘데몬 프론트’ 등 고전 사이드뷰 건슈팅의 재미를 계승하면서 특히 보스전을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보스의 공격 패턴을 다양화하고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도 그만큼 늘렸다. 헌데 모바일은 조작이 늘어날수록 손가락이 화면을 가려 불편하더라. 최적의 UI 배치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 픽셀 그래픽의 사이드뷰 슈팅액션 '바벨' 게임플레이 (영상제공: 픽셀로소프트)

홍철화(兄): RPG적인 요소도 가미했다. 슈팅게임이라도 시간을 들인 만큼 성장의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다만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스킬 강화를 통해 전투 방식이 다채로워진다. 여기에 ‘룬스톤’이라는 장비 아이템으로 주기적으로 유도탄이 나간다거나, 방호벽이 형성되는 등 부가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다.

각 캐릭터는 서로 확실히 차별화되도록 설계했다. ‘녹스’의 주무기는 소총과 기관총이며 스킬은 폭탄 던지기, 회피기는 대쉬다. ‘아누슈’는 캐논과 핸드건을 지녔고 스킬은 생체장 형성, 회피기는 단거리 점멸. 끝으로 ‘앨리스’는 샷건과 에너지 쇼크를 사용하고 스킬은 보호막, 회피기는 이동 점프 및 호버링이다. ‘룬스톤’은 모든 캐릭터가 공통으로 사용한다.



▲ RPG 요소를 가미하여 스킬로 화력을 강화할 수 있다 (사진제공: 픽셀로소프트)

言 픽셀 그래픽이 아주 멋지다. 개발사명과 관계가 있나

홍종석(弟): 맞다. 처음 게임 개발을 접한 ‘RPG만들기’가 픽셀 그래픽 기반이다 보니 그대로 매료됐다. 이후 혼자서 계속 픽셀 그래픽만 파다 보니 어느덧 ‘장인’ 소리까지 듣게 되더라. 다만 팀을 결성할 당시에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을 고수할지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요즘 시장의 대세는 아니니까. 하지만 역시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정답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고전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고 픽셀 그래픽을 선호하는 마니아가 많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픽셀 그래픽의 매력을 살린 게임을 만들어 이들의 취향을 ‘저격’하고자 한다. 내 작업 방식은 어디서 배운 것이 아니라 홀로 터득한 것이라 개성이 강하다. 이런 점을 경쟁력으로 승화시키고자 아예 이름도 픽셀로소프트라고 지었다.

言 픽셀 그래픽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이던가

홍철화(兄): 픽셀 그래픽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어느 정도 형태는 제시하지만 3D처럼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인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점이 좋다.

홍종석(弟): 굉장한 아날로그 스타일로 사람의 감수성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최근 ‘스팀’ 출시되는 독립 게임들을 보면 픽셀 그래픽이면서도 현대적인 시각 효과를 더하여 세련됨까지 갖췄다. 우리도 감수성을 살리면서 투박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 여기저기서 픽셀 그래픽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바벨' (사진제공: 픽셀로소프트)

言 개발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홍철화(兄):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출품 당시 다른 부스와 비교해보니 우리 게임에 거슬리는 점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2박3일 내내 철야를 하며 숙소에서 계속 버전 업을 했다. 덕분에 매일 빌드가 바뀌어서 양일 다 시연하신 분이 “없던 캐릭터가 생겼잖아?”, “못 보던 보스인데?”하고 당황했던 적이 있다.

言 반대로 독립 개발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홍종석(弟): 가장 힘든 점은 역시 경제적인 부분. 둘 다 학생이지만 집안 여건상 용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따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가며 개발까지 병행해야 한다. 미대생이라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개발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홍철화(兄): 프로그래머로선 새로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가 힘들었다. 큰 회사라면 상급자나 동료에게 물어볼 수 있지만, 독립 개발자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공유할만한 공간이 없다. 인터넷 카페에 물어보고 이리저리 연구하며 헤쳐나가긴 하는데 시간을 굉장히 잡아먹는다. 이런 점에선 커뮤니티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유니티’ 엔진이 부럽다. ‘바벨’은 ‘게임메이커’로 개발 중인데 다음부턴 우리도 ‘유니티’로…

言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면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하면 어떨까

홍철화(兄): 염두에는 두고 있지만,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조금만 엇나가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위험이 있다.


▲ 크라우드펀딩 함부로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사진출처: 콤셉트)

言 게임인재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탔는데 어떠한 도움을 받았나

홍철화(兄):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일반적인 공모전은 그냥 후보작 받고 뽑아서 상주면 끝인데, 게임인재단은 10개 팀을 선정해 4주간 멘토링을 지원해준다. 그리고 한 달간 얼마나 발전하느냐 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종 평가를 내린다. 우리는 액션성이 강한 게임이라 클래게임즈 정희철 대표님이 멘토가 되어주셨다.

言 고생하며 느낀 점이 많겠다. 개발자 지망생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홍철화(兄):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조언까진 어렵지만 그간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있다. 소규모 팀일수록 각각의 멤버가 게임에 들이는 애정이 매우 크다. 그러다 보면 욕심과 집착이 강해져 이것도 손보고 저것도 고치며 개발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져버린다. 따라서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정해진 일정에 맞춰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는 것이 중요하다.

홍종석(弟): 개인적으로 아주 존경하는 ‘토르비욘’ 선생님의 명언이 있다. “일단 만들어! 그리고 부숴!”라는 것. 심금을 울리지 않는가? 뭐라도 일단 만들고 다시 부수기를 반복하며 꿈꾸는 결과물에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도 설정할 수 있다.


▲ 토르비욘 선생님 말씀하시길 "일단 만들어! 그리고 부숴!" (사진출처: 블리자드)

言 업계에서 ‘인디’의 개념이 참 모호하다. 픽셀로소프트가 생각하는 ‘인디’란

홍종석(弟): 어려운 질문이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외부 자본 없이 개발하는 것인데, 반대로 독립 개발자도 투자를 받고 싶어하니까. 도쿄게임쇼의 경우 매출을 기준으로 독립 개발을 구분하는데 국내도 이런 방식이 좋지 않을까?

홍철화(兄): 공모전이나 전시회 등은 독립 게임을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으니 매출이나 인원으로 나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독립 개발을 정의하는 것은 멤버 한 명 한 명이 모두 자신의 개성을 게임에 담을 수 있느냐 아닐까. 회사의 톱니바퀴가 되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작품에 색깔을 넣는 것이다.

言 끝으로 픽셀로소프트의 비전을 게임메카 독자들에게 전해달

홍종석(弟): 픽셀 그래픽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이런 게임을 만드는 애들도 있다’고 전하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는 게임만 슬쩍 보아도 픽셀로소프트 작품이란 것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픽셀 그래픽으로 정평이 난 일본 카이로소프트는 다작을 하면서도 매번 고유한 게임성이 묻어난다. 카이로소프트와 달리 우린 액션 장르를 만들긴 하지만 개발사로서 추구하는 방향성은 같다.


▲ 한국의 '전투형' 카이로소프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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