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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공각기동대처럼... 사이버펑크의 미소녀들 ‘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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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공각기동대’가 국내 개봉하면서, 원작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영화 ‘공각기동대’는 시로 마사무네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심각한 테러 행위와 범죄를 담당하는 특수부대 ‘공안 9과’의 이야기를 다루죠.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육체마저 기계로 바꾸는 세상에서 ‘인간, 그리고 자신이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인 화두를 던진다는 점인데요, 나중에 이러한 부분이 후일 나온 영화 ‘매트릭스’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과 미래 기술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그린 작품을 보고 흔히들 ‘사이버펑크’ 장르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런 장르의 게임은 미소녀게임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편인데요. 오늘 소개할 미소녀게임은 그 중에서도 오랜 시간 게이머들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GIGA의 대표작 ‘발드(BALDR)’ 시리즈입니다.


▲ '발드 하트'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팀의 규모가 곧 개발력으로 이어지다, GIGA

‘발드’ 시리즈는 주식회사 엔터그램 산하의 미소녀게임 개발사 ‘GIGA(戯画)’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규모가 크고, 개발진이 많은 GIGA는 빠른 개발 속도를 앞세워, 90년대부터 많은 수의 게임을 꾸준히 제작해온 개발사입니다.

대표작으로는 유명 시나리오 라이터 마루토 후미아키가 참여한 ‘쇼콜라’ 시리즈와 ‘발드’ 시리즈가 있는데요. 특히 ‘쇼콜라’ 시리즈에 등장하는 ‘리카코’와 ‘카토레아’는 90년대 초중반 미소녀게임계를 대표하는 히로인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이 외에도, 싸우는 웨이트리스를 전면에 내세운 대전액션게임 ‘V.G. ~배리어블 지오~’ 시리즈나, 특이하게도 슈팅을 앞세운 ‘스팀 하츠’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의 미소녀게임을 만들어왔습니다.


▲ 전반적으로 게임 분위기는 대부분 밝은 편이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워낙 개발진이 많고 다양한 게임이 나오다 보니, GIGA의 게임 성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태까지 나온 게임을 살펴보면, 대부분 밝은 분위기를 지향합니다. 한 예로, 최근 GIGA에서 밀어주는 ‘키스’ 시리즈만해도 이런 밝은 분위기에 달달함까지 더해 가볍게 즐길 수 있죠. 다만, 다른 게임과 달리 ‘발드’ 시리즈는 이러한 노선에서는 예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노선을 고집하는 사이버펑크 미소녀게임 '발드' 시리즈

1999년 처음 시작된 ‘발드’ 시리즈는 메카닉 액션게임으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세계에서 각 주인공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첫 작품 ‘발드 헤드’를 이후로, ‘장갑공주 발피스’, ‘발드 불렛’, ‘발드 포스’, ‘발드 스카이’, ‘발드 하트’ 등 시리즈가 꾸준히 전개되어왔죠.

사이버펑크 장르답게, 시리즈의 스토리는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1편만해도 붕괴하는 세계에서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한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에 맞서는 내용을 다루죠.


▲ '발드' 시리즈는 다른 게임에 비하면 묵직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 메카닉도 미소녀만큼이나 많이 등장하는 편! (사진출처: 필자 촬영)

물론 예외적으로 ‘발드’ 시리즈 중에서도 2편에 해당하는 ‘장갑공주 발피스’는 이러한 노선을 따르지 않고, 극도로 개그스러운 분위기를 내세운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장갑공주 발피스’는 뜬금없는 분위기 전환으로 인해 혹평을 받게 되었고, 판매량에서도 부진해 결국 ‘발드’ 시리즈가 GIGA의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고수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 개그 노선을 탄 '장갑공주 발피스'는 혹평을 받고 말았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이러한 사이버펑크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린 작품은 바로 시리즈 최고의 평가를 받은 ‘발드 스카이’입니다. 훈훈한 학원생활을 배경으로 한 과거와 치열한 전장의 모습을 그리는 현재로 나뉜 시나리오 구성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큰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스토리에 더해, 삽입된 노래 역시 훌륭한 평가를 받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 KOTOKO가 부른 ‘발드 포스’의 오프닝 노래 ‘Face Of Fact’와 ‘발드 스카이 Dive2’의 오프닝 노래 ‘Jihad’가 있죠. 특히 ‘Jihad’는 사이버펑크 장르임에도 피가 끓어오르는 열혈 가득한 노래라,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 역대 미소녀 게임 노래 순위차트에서도 항상 최상위권에 포함됐죠.


▲ '발드 스카이'는 시나리오와 음악 모두 호평을 받았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그런데 ‘발드’ 시리즈의 시나리오와 음악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미소녀게임을 대표하는 작품 끌어올리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점이 ‘발드’ 시리즈의 평가를 이토록 올려주었던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전투’입니다.

미소녀게임이지만, 전투의 재미가 발군

사이버펑크 장르의 스토리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이미 ‘발드’ 시리즈는 미소녀게임 중에서도 상당히 희귀한 작품이지만, 그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좀처럼 보기 힘든 메카닉 액션게임이라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도 ‘전투’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는 그야말로 미소녀게임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 일반 게임으로 착각할 정도로 '전투 파트'도 충실히 담아냈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발드’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도중, 특정 분기에 ‘전투 파트’에 돌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보통 ‘전투 파트’는 로봇을 조종해 몰려오는 적을 무찌르는 다소 간단한 구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조작 역시 기본 이동 외에, 빠른 회피가 가능한 ‘대시’와 공격 버튼을 누르는 식이라, 누구나 금새 적응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합니다.

다만, 미소녀게임치고는 전반적으로 조작이 상당히 부드럽고, 부가적인 전투 시스템도 많은 편입니다. 가령, 전투 중 쌓인 게이지에 따라 다양한 무기가 해금되는 ‘히트 게이지’ 시스템과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는 ‘콤보’ 시스템, 그리고 강력한 필살기 개념의 ‘포스 크래쉬’ 등 전투의 묘미를 더욱 늘려줄 요소가 많죠.


▲ 조작은 간단한 편이지만... (사진출처: 필자 촬영)


▲ 그래도 필살기와 같은 전투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도 확실히 챙겼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더군다나,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전투의 묘미는 더욱 발전해왔습니다. 기본 인터페이스 개선 외에도, 희귀한 무기를 획득하거나 장비 강화를 하는 등 파고들만한 여지를 더 많이 두었고, 보다 다양한 기체와 공략하는 재미 가득한 적을 더해, 미소녀게임 중에서도 드물게 ‘전투’가 호평을 받는 작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덕분에 일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공식 웹사이트에 자신의 ‘발드’ 시리즈 플레이 기록을 올려 점수 경쟁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 '발더 스카이 제로'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요즘 같은 시기에, 보기 드문 ‘보물’ 같은 명작

‘발드’ 시리즈는 진지하게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를 제대로 운용하는 얼마 안되는 미소녀게임 중 하나입니다. ‘발드’ 시리즈를 제외하면, 니트로소프트의 ‘귀곡가’ 정도 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거기에 재미 확실한 ‘전투’까지 가지고 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소녀게임에서도 눈에 띄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착각할 수도 있지만, 엄연히 미소녀게임입니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어떤 의미로 현 시장 상황을 생각하면 ‘발드’ 시리즈는 보물과도 같은 명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소녀게임이라는 틀을 유지하는 한편, 장르 본연의 재미도 빼놓지 않고 잡아낸 게임인 셈이죠. 앞으로도 이러한 훌륭한 게임을 GIGA뿐만 아니라, 여러 미소녀게임 개발사에서도 개발해주기를 바라며, 오늘의 미소녀메카를 마칩니다.


▲ 완성도 높은 GIGA '발드' 시리즈, 꾸준히 나와주길 바랍니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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