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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분야별 이슈④: 안전핀 뽑힌 확률형 아이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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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책 화두는 자율이다. 법이 아니라 업계 스스로가 게임산업을 관리하는 자율이 새로운 흐름으로 떠올랐다. 지난 5월, 관련법이 통과되며 본격화된 ‘자율심의’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외에도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처럼 업계의 숨통을 터주는 후속조치나 정부의 VR 지원 확대와 같이 신 플랫폼 육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슈가 잇따랐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첫 번째 자율은 여론의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작년 7월부터 시작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시행 1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게이머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져온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올해도 크게 나아진 부분이 없었다. 여기에 자율규제 강화를 위한 후속조치 역시 늦어지며 게임업계의 첫 번째 자율규제는 올해도 지지부진했다.

자율이냐, 법이냐, 확률형 아이템 둘러싼 갑론을박


▲ 지난 4월, 확률형 아이템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게임이용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한 토론회 현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게임사와 게이머가 모두 피부로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정책 이슈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작년부터 시행된 자율규제를 안착시키며 게이머와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게이머의 생각은 다르다. 공개된 확률이 두루뭉수리한 것은 물론, 어디에서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는지도 안내되지 않고, 각 게임사의 확률 공개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쉽게 말해 게이머가 느끼기에 게임사의 확률 공개는 생색내기밖에 안 됐다.

게임에 대한 규제에 반대해온 게이머가 ‘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만큼은 찬성표를 던지는 이유는 게임사를 믿기 어렵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실제로 올해만 따져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이 3개나 발의됐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를 지적한 정우택 의원은 물론 노웅래 의원, 이원욱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다룬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특히 이원욱 의원의 법안에는 아이템 획득 확률이 10% 이하인 유료 상품은 미성년자에게 팔지 말라는 강력한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내년 5월부터 현지에 서비스되는 온라인게임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할 것이라 밝히며 국내에서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게임업계 입장에서 법적인 규제를 막고 싶다면 자율규제를 하루 빨리 안착시켜야 한다. 일단, 내년 2월까지는 자율규제 강화안을 꼭 마련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게임사는 물론 게이머, 소비자 단체, 법률 전문가, 청소년 단체 등 여러 관계자라 자리한 협의체에서 의견을 모아 좀 더 강력한 자율규제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자율심의와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 업계 숨통을 트여주는 희소식


▲ 올해 4월에 열린 제1차 오픈마켓 사업자 간담회 현장
(사진제공: 게임위)

그렇다고 국내 게임 정책이 혼란스러운 이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업계 입장에서 반가워 할만한 희소식도 이어졌다. 가장 큰 부분은 자율심의다. 지난 5월에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박주선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이 통과되며 국내 게임업계에도 자율심의 시대가 성큼 다가섰다. 기존에는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위나 민간기관의 심의를 거쳐야 했으나 자율심의 후에는 문체부가 지정한 게임사는 게임을 직접 심의해 출시할 수 있다. 단, 아케이드게임과 성인 게임은 사행성 우려 및 청소년 보호로 자율심의 후에도 게임위가 심의한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자율심의의 모든 부분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자율심의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전담 인력과 심의 결과를 게임위와 공유할 온라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즉,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자율심의가 안정적으로 국내에 안착된다면 좀 더 범위를 넓히거나 선정 기준을 낮추며 점점 대상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즉,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율심의가 시작된 것 자체는 게임업계의 자율성을 높이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는 업계 입장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이다. 문체부는 지난 2월에 웹보드게임에서 한 판에 걸 수 있는 금액을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높이고, 월 결제 금액 역시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확대했다. 직접적인 효과를 본 업체는 NHN엔터테인먼트나 네오위즈게임즈 같이 웹보드게임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다. 실제로 NHN엔터테인먼트 정우진 대표는 2016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규제 완화로) 재미 요소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기에 관련 트래픽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매출 역시 유사한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제 완화와 동시에 웹보드게임을 둘러싼 사행성 논란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업계의 과제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 예산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VR 게임과 스타트업 육성을 목적으로 예산 106억 원이 추가 편성됐으며, 내년 게임산업 육성 예산 역시 641억 원으로 올해보다 23% 늘어났다. 특히 VR과 AR 게임 콘텐츠 제작 지원이 포함된 ‘첨단 융복합 게임 콘텐츠 활성화 지원 사업’ 예산이 올해보다 62.4% 늘어났다는 점에서 정부의 신 기술 개척 의지를 볼 수 있다.


▲ 2017년도 게임산업 예산 총괄표 (사진제공: 문체부)

게임중독이 질병이라고? 내년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

그러나 희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2월에는 게임인의 마음을 철렁하게 할 충격적인 이슈가 터졌다.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보도되며 업계 전체가 긴장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작년에도 게임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공익광고를 두 차례 내보내 모두 조기 중단 조치를 받은 보건복지부의 게임 때리기는 올해에도 멈추지 않았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보건복지부는 스마트폰, 게임 등이 포함된 인터넷 중독에 대한 질병코드 신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특히 유아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게임 및 스마트폰 중독 조기 선별 검사를 강화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게임중독을 질병처럼 관리하겠다는 내용은 의학적인 근거도 부족하고, 도리어 게임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에 부딪쳤다.


▲ 보건복지부 로고 (사진출처: 보건복지부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문체부는 보건복지부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 사건 여파로 정부 부처 8곳이 추진 중인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에서 미래부는 독성을 제거한다는 뜻인 ‘디톡스’를 없애고 과의존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넣었다.

그러나 게임중독 질병코드 신설은 아직 불씨가 남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일 단장은 지난 22일에 열린 ‘게임 토크 콘서트’에서 “문체부는 게임 질병코드 신설을 시한폭탄이라 생각하고 있다. 특히 WHO의 ICD에서 내년 8월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간주할지, 아닐지를 발표한다. 만약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발표가 난다면 국내에서도 전 국민적인 관심대상으로 떠오르며 게임업계의 목소리는 묻힐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이에 대한 선제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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