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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왕] 공방의 합이 중요한 VR 다크소울 '크로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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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미왕]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전문가 ‘멀미왕’이 아직은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VR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이제껏 수백여 VR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이에 대한 영상 리뷰를 진행 중인 ‘멀미왕’에 대한 소개는 인터뷰(바로가기)에서 확인하세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라 하면 감각적 체험에만 기대어 게임성은 다소 부족하다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크로노스(Chronos)’는 VR로 즐기는 3인칭 액션어드벤처의 정점이라 할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수준 높은 서사와 액션, 퍼즐, 배경 디자인에 우리말 더빙까지 한데 어우러져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지원기기는 오큘러스 리프트입니다.

번영하던 인류 문명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드래곤’과 악의 무리로 인해 파멸했고, 이제 일족의 가장 강력한 전사인 플레이어가 고향을 되찾기 위한 험난한 모험에 오릅니다. 이 와중에 옛 시대의 왕과 공주 그리고 멸망을 부를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하나씩 밝혀지죠.


▲ 가상현실로 떠나는 미궁 탐험, VR 대작 ‘크로노스’ (영상제공: 멀미왕)

캐릭터는 성별과 무기만을 골라 생성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능력의 차이는 없으니 마음이 가는 데로 고르면 됩니다. 어두운 피부 톤과 남루한 차림은 상상 속 영웅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튀지 않는 외모 덕분에 되려 어둡고 신비로운 배경에 자연스레 흡수됩니다. 플레이어가 가상현실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수수한 모습으로 꾸민 의도가 엿보이죠.

무기는 힘을 기반으로 하는 도끼와 민첩 기반의 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민첩 기반 무기는 상대의 공격을 피하며 재빠르게 급소를 노리는데 유리하고, 힘 기반 무기는 우격다짐으로 적을 파괴하는데 적합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외에도 창과 모닝스타, 낫 등 더 강력한 장비를 얻을 수 있으니 첫 무기를 고르는데 너무 고민하진 마세요.


▲ 수수한 주인공의 모습, 성별과 무기를 고를 수 있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게임을 시작하면 금새 ‘VR은 1인칭이야 한다’는 선입견이 날아가버립니다. 캐릭터를 멀찍이 바라보는 3인칭 시점임에도 게임 속에 직접 들어가 있다는 현장감은 그대로 전해주기 때문이죠. 패드 조작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캐릭터를 보노라면 마치 인형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캐릭터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은 1인칭 VR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에요.

무엇보다 캐릭터와 주위 환경을 바라보기에 최적화된 조망 위치는 여느 3인칭 VR게임과 차별화되는 ‘크로노스’의 강점입니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플레이어의 시야가 적절한 위치로 이동하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죠.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카메라 앵글이 극적이에요. 물론 해당 위치에서 고개를 움직여 좌우를 둘러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 뛰어난 조망 위치 덕분에 게임이 한층 역동적이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 조망 위치는 연출에 따라 캐릭터의 시점과 일체화되기도 하고, 적에게 매우 근접하여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기도 합니다. 한번은 거대한 ‘사이클롭스’를 피해 가까스로 좁은 공간에 들어섰는데, 녀석이 이쪽으로 손을 뻗으며 괴성을 지르더군요. 이때 시야가 ‘사이클롭스’ 바로 앞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소름이 쫘악- 끼쳤습니다.

이런 아찔한 장면도 흥미롭지만 ‘크로노스’의 꽃은 역시 전투라 할 수 있습니다. ‘드래곤’을 처단하기 위해 던전을 헤매다 보면 온갖 크고 작은 괴물과 마주치게 되죠. 한번에 나타나는 적은 많지 않지만 그만큼 한 마리 한 마리 신중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싸우는 법을 알면 개성 강한 보스들과 사투가 즐겁지만, 숙련이 덜 됐다면 재미없다 못해 화가 날지도 모릅니다.


▲ 보스의 패턴을 파악하지 못하면 결코 승산이 없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보스 몬스터는 저마다 패턴이 있어 공격을 할지 방패로 막을지, 아니면 재빨리 회피할지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합니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눈치를 보며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마치 한 쌍의 남녀가 춤을 추는 것 같죠. 긴장의 묘미가 있어 상대방의 움직임을 놓칠 새라 가상공간을 더욱 뚫어지게 쳐다보게 됩니다.

‘크로노스’는 캐릭터를 치유할 수단이 없습니다. 따라서 단 한 방이라도 적의 공격을 허용했다간 뼈아픈 결과로 이어지죠. 피해가 누적돼 쓰러질 경우 캐릭터가 나이를 한 살 먹는데, 점점 늙어갈수록 힘은 떨어지고 지혜는 상승합니다. ‘시간’을 의미하는 ‘크로노스’라는 제목처럼, 사람은 누구나 노쇠한다는 절대적인 법칙이 게임에도 작용하는 것이죠.


▲ 내가 할아버지라니…! 그래도 머리숱은 풍성하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힘은 대미지와 방어력에 영향을 주고, 지혜는 마법의 위력을 좌우합니다. 마법도 중요하지만 전투에서 주로 의지하게 되는 것은 힘이에요. 결국 어떻게든 젊은 시절에 ‘드래곤’과 겨루기 위해 매 전투마다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적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틈을 노려 공격하는 그 저릿함은 숨막히면서도 한편으로 통쾌합니다.

팁을 드리자면, 일반적인 공격은 방패로 막아내며 이따금씩 날아드는 강력한 기술만 회피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큰 동작은 틈을 만들기 마련이므로 회피와 동시에 반격에 나서야죠. 이 절묘한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승리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패턴을 읽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면 안 그래도 몰입도가 뛰어난 VR에 더욱 빠져듭니다.


▲ 공격과 방어, 회피의 절묘한 타이밍이 승리의 지름길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물론 ‘다크소울’이나 ‘몬스터헌터’마냥 플레이어의 손가락 내공에 모든 것을 걸진 않습니다. 싸우다 보면 레벨업을 통해 힘, 민첩, 지혜, 활력을 상승시킬 수 있고 무기도 강화할 수 있어요. 또한, 전투 일변도가 아니라 각종 퍼즐요소도 갖춰져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뒤섞인 조각을 배열해 미지의 석문을 열었을 때, 그 웅장한 소리에 어린아이처럼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전체 플레이타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8~10시간 정도 충실히 즐길 수 있습니다. 퍼즐요소를 못 풀어 머리를 쥐어뜯거나 잘못된 장소에서 헤맨다면 조금 더 걸리겠죠. 훌륭한 완성도와 더불어 AAA급 게임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량입니다. 가격도 현재는 출시 당시 6만 원보다 20% 저렴한 4만8,000원으로 조정되어 부담이 덜하죠.

‘크로노스’는 플레이하는 매 순간 색다른 공기가 느껴질 정도로 VR 특유의 매력을 뽐내는 작품입니다. 더빙까지 이루어진 한국어화 덕분에 게임성이 더욱 빛을 발하죠.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해 국내에 알려지지 못한 VR콘텐츠가 참 많습니다. 앞으로도 ‘크로노스’처럼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RPG, 시뮬레이션 장르가 한국어화되길 간절히 소망하며, 곧 출시될 오큘러스 터치 소식으로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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