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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이머를 거리로 이끈, 닌텐도의 두 번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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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몬 GO' 효과를 언급한 속초시 공식 트위터 (사진출처: 트위터)

강원도 속초가 때 아닌 관광객에 들썩이고 있다. 그 주인공은 ‘현실 포켓몬 마스터’를 꿈꾸고 있는 ‘포덕’들이다. 지도 규제로 한국에서는 즐길 수 없는 ‘포켓몬 GO’가 속초에 풀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이를 기다리던 게이머들이 부랴부랴 짐을 싸 들고 속초로 향한 것이다. 이에 속초시도 기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병선 속초시장이 직접 나서서 ‘지금까지의 게임은 앉아서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걸어 다니면서 하는 시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켓몬 GO’가 정식 출시된 해외에서는 열풍이 더더욱 거세다.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특정 ‘포켓몬’이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 곳은 ‘포켓몬’을 잡기 위해 방문한 게이머로 북적북적해진다. 이를 노린 마케팅도 성황이다. ‘포켓몬 GO’에서 현실 속 건물은 ‘포켓몬’을 잡는데 필요한 ‘몬스터볼’과 같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상점이나 유저가 직접 점령할 수 있는 ‘체육관’이 되곤 한다. 따라서 ‘포켓몬’을 잡기 위해 몰려든 ‘포덕’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SNS로 ‘이 곳에는 이러한 포켓몬이 있다’나 ‘부족한 몬스터볼을 충전하고 가라’며 PR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 '포켓몬 GO'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해외에서는 '포켓몬 GO'를 마케팅에 활용 중인 매장도 있다 (사진출처: 트위터)

다시 말해 ‘포켓몬 GO’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게이머를 거리 밖으로 끌어냈다. 나오지 않는 게이머를 스스로 나오게 한다. 이것이 닌텐도가 이뤄낸 두 번째 혁신이다. 게이머들의 외출을 유도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파도를 불러일으킨다. ‘포켓몬 GO’의 목표는 다양한 ‘포켓몬’ 수집이다. 따라서 많은 ‘포켓몬’을 모으기 위해서는 집 밖으로 나가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저는 평소 가보지 못했던 곳이나 다니지 않았던 길로 이동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평소에 방문하지 않은 상점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속초시가 그 대표적인 예시다. 속초는 관광도시로 유명하며, 이 도시에 돈이 활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관광객 유치가 필수다. 또한, 내수 관광 활성화는 정부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2016년에 문화체육관광부는 4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관광을 통한 국민행복과 고품격의 한국관광실현’을 내세우고 총 5,000억 원에 달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융자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별도 사업 없이 ‘포켓몬 GO’ 하나로 여행객이 자발적으로 속초에 찾아오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포켓몬 GO’의 효과는 게이머들을 밖으로 불러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포켓몬 GO’에는 ‘포켓몬 알’을 부화시킬 수 있는 ‘알 부화기’가 있다. 그리고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일정 거리 이상 움직여야 한다. 즉,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돌아다녀야 한다. 즉, ‘포켓몬 GO’는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먼 거리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일 ‘포켓몬 GO’가 정식 출시된 미국에서는 지난 주말 북미 전역 고속도로 통행량이 5% 증가했다고 전해졌다. 여기에 도보 이동이 많은 ‘포덕’을 겨냥해 보조 배터리와 캐시 충전 카드, 육포, 견과류 등을 묶어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이 현지 대형 마트에 등장하기까지 했다.

가장 파급력이 큰 것은 지정된 장소에 많은 사람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켓몬 GO’는 그 지역 특정 장소가 게임 아이템을 얻는 상점이 되곤 한다. 그리고 주요 랜드마크는 ‘체육관’으로 변모한다. 여기에 특정 지역에 희귀한 포켓몬이 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포덕’들이 각지에서 몰린다. 실제로 인기 ‘포켓몬’ 중 하나인 ‘신룡’이 있다고 소문난 미국 산타모니카 해변에 늦은 밤에도 게이머들이 몰려 북적거리는 진풍경이 연출된 바 있다. 다시 말해 ‘포켓몬’ 하나로 많은 사람을 한 곳에 불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사업적으로 응용하면 ‘포켓몬’ 하나로 오프라인 매장에 원하는 타이밍에 손님들을 끌어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 늦은 밤 산타모니카에 몰린 게이머들 (사진출처: 트위터)

‘게임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시도는 닌텐도 입장에서 처음은 아니다. 게임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는 혁신은 NDS를 통해 이미 보여준 바 있다. NDS는 터치라는 간단한 조작에 두뇌 트레이닝을 접목해 게임을 마니아의 전유물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로 이미지를 바꾼 대표적인 기기로 손꼽힌다.

닌텐도 이와타 사토루 전 대표는 ‘게임은 만인에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대중을 상대로 NDS를 내세웠다. NDC 출시 초기에 두뇌 트레이닝이나 강아지를 키우는 ‘닌텐독스’ 등을 앞세워 주 고객층이 아니던 노인과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서 출시된 Wii는 ‘온 가족이 거실에서 함께 즐기는 게임’을 모토로 간단한 게임을 앞세우거나 전용 발판 ‘위 피트’를 동원해 운동이 가능한 게임을 출시하며 ‘건강’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확보했다.

그리고 현재 ‘포켓몬 GO’는 ‘포켓몬스터’라는 게이머들의 ‘덕심’을 저격하는 IP에 실제로 내 발로 여기 저기를 방문하며 현실 속 ‘포켓몬’을 잡는다는 게임성을 접목했다. 이러한 두 가지가 만나자 게이머들은 방이 아닌 밖에서 돌아다니며 게임을 즐기는 풍경이 연출됐고, 주요 거점은 ‘포켓몬 GO’ 성지가 되어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예전에 하던 분야가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찾아나서는 닌텐도의 혁신 DNA가 NDS에서 Wii로 이어져, ‘포켓몬 GO’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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